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리포트+] "엉덩이 만지기는 격려"(?)…학교 앞 문구점 '유머집' 내용 봤더니

[리포트+] "엉덩이 만지기는 격려"(?)…학교 앞 문구점 '유머집' 내용 봤더니
*그래픽
(1) 어떤 모녀가 영화관에 갔다. 한참 영화에 빠져있는 엄마에게 딸이 소곤거렸다.
"엄마, 옆에 남자가 자꾸 내 허벅지를 만져."
그러자 발끈한 엄마 왈 "나랑 자리 바꿔"
(2) 대학, 사회에서 여자 선배가 신입의 엉덩이를 두들긴다. 격려 독려에 가슴이 찡하다. 남자 선배가 신입 여성의 엉덩이를 두들기며 격려한다. 112에 신고한다. 하지만 남자도 격려할 수 있는 거다.//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유머집에 담긴 내용 중 일부입니다. 초등학생이 보는 유머집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내용이 적지 않습니다. 남녀 성 역할에 대한 왜곡된 고정 관념이나 적나라한 욕설, 성폭력을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내용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유머집은 손바닥만 한 크기로 학교 앞 문구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500원 정도에 판매되는데, 초등학생들이 구매해 학교에서 돌려보기도 합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판매되고 있는 유머집의 문제점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 '왜곡된 성 의식'부터 '적나라한 욕설'까지…초등생 유머집 맞나?

SBS 취재진이 서울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서 유머집을 직접 구매해봤습니다. 4종류의 유머집을 살펴본 결과, 유머집에는 선정적인 내용의 유머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왜곡된 성 의식이 담긴 유머나 원색적인 욕설도 유머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래픽  왜곡된 성 의식
부부 가사 분담은 어떻게?
여자-일 전부
남자-준비와 뒤처리
시어머니 방문 시-여자가 전부다!!//

*그래픽  욕설
어떤 노처녀가 더운 여름날 주변에서 간곡하게 부탁을 해 겨우 맞선을 보게 됐다. 온갖 멋을 부려 약속 장소에 나갔는데, 맞선을 보기로 한 남자가 2시간이 지나서야 나타난 것이었다. 평소 한 성깔 하는 그녀는 열 받아서 가만히 앉아 있다가 드디어 남자에게 한마디 했다.
"개 새 끼…키워 보셨어요?" 그녀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런데 그놈은 입가에 뜻 모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십 팔 년…동안 키웠죠" 헉~ 강적이다!//
얄미운년 시리즈
학생들이 유머집을 읽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몰랐던 학부모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입니다. 한 학부모는 "이런 내용이 담긴 책을 문방구에서 팔아도 되느냐"며 "표지에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져 있어 성인 유머가 담겼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 했다"고 말했습니다.

■ 저자도 출판사도 알 수 없는 유머집, 어디서 왔나?

유머집을 판매하고 있는 문구점 주인도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모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주인에게 유머집에 대해 묻자 "내용은 전혀 모른다"며 "문구 납품업체에서 다른 제품들과 같이 가져오는데 정확히 어디서 만드는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저자도 출판사도 알 수 없는 유머집, 어디서 왔나?
실제로 유머집 중 일부에서는 저자나 발행인, 출판사 표시를 전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 따르면, 종이나 전자 매체로 발행되는 간행물에는 저자, 발행인, 발행일, 출판사 등이 명시돼야 합니다. 그리고 이 같은 간행물은 유해성 심의를 거쳐 청소년에게 적합하지 않은 내용이 담긴 경우, '청소년유해간행물'로 지정돼야 합니다.

*그래픽
청소년 보호법
제9조(청소년유해매체물의 심의 기준)
① 청소년보호위원회와 각 심의기관은 제7조에 따른 심의를 할 때 해당 매체물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하여야 한다.
1. 청소년에게 성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선정적인 것이거나 음란한 것
2. 청소년에게 포악성이나 범죄의 충동을 일으킬 수 있는 것
3. 성폭력을 포함한 각종 형태의 폭력 행위와 약물의 남용을 자극하거나 미화하는 것 등//
하지만, 문구점에서 판매되는 유머집은 간행물에 해당하는지 법적인 제재의 대상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성인 유머, 왜곡된 성 의식, 욕설 등의 유해한 내용이 담긴 유머집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상태에서 청소년들에게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겁니다.

■ "유머집이 아니라 유해물"…이대로 괜찮나

전문가들은 "초등학생에게 적합하지 않은 내용이 담긴 유머집이 학교 주변에서 팔리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주변의 어른들도 청소년들에게 이런 내용이 잘못됐다는 걸 알려주고 인지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아이들이 왜곡된 성 의식이 담긴 내용에 무비판적으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머집'이라기 보다는 사실상 '유해물'에 가까운 이런 책들이 학교 주변에서 유통되지 못하도록 단속과 감독도 병행돼야 할 것입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