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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성폭행 성인물 돌려 보며..구멍 뚫린 성범죄 수감자 관리

[리포트+] 성폭행 성인물 돌려 보며..구멍 뚫린 성범죄 수감자 관리
8살 나영이를 성폭행해 장기까지 손상시킨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이 3년 뒤인 2020년 12년의 형기를 채우고 출소합니다. 조두순 같은 성범죄자들은 재범 방지를 위해 교도소 안에서 성범죄 예방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SBS 취재결과 이런 예방 교육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성범죄자들의 교도소 내 관리는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성범죄자들이 성폭행 내용이 담긴 성인물을 교도소 안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성범죄 방지 교육을 받고 성인물을 보는 기막힌 상황.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 성범죄자들이 읽던 만화에 등장한 여고생 성폭행 장면

SBS 취재진과 만난 현직 교도관이 성범죄자의 방에서 발견한 책은 12권짜리 일본 만화 번역판이었습니다. 제목부터 자극적인데 내용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성인 남자가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과 성관계를 갖는가 하면 여성을 성폭행하는 장면이 자극적으로 표현되고 누군가 이걸 엿보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김종원 리포트 플러스
신체 은밀한 부위와 성행위 장면이 적나라하게 묘사된 장면도 나옵니다. 교도관 A 씨는 한 성범죄 수감자가 교도소 안에서 버젓이 이 책을 읽고 있던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랐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데 더 어이없는 건 이런 행동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점입니다.

현행법상 도서의 경우 유해 간행물로 지정되지 않았다면 수감자들은 성인물도 마음껏 반입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간행물 승인만 있으면 미성년자 성관계나 성폭행 장면이 담긴 일본 성인만화가 교도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겁니다.

현행 법무부 지침에는 '음란성 청소년 유해 간행물은 성범죄 관련 성인 수용자에 대해 구독과 반입을 불허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달랐습니다. 성범죄자와 일반 범죄자들이 한 방에서 함께 지내면서 이런 성인물을 돌려보기 때문입니다. 교도관 A 씨는 성폭력 사범이 일반 사범이 보는 성인만화를 밤에 몰래 보기도 한다고 밝혔습니다.

■ 음란물의 성폭행 장면 보더니 "나도 해봤다"는 수감자

성인물을 돌려본 성범죄자들은 마치 영웅담을 이야기하듯 자신의 범행을 자랑스레 얘기했다고 현직 교도관은 털어놨습니다.
[현직 교도관 A : (성범죄자들이 이런 책을 보면서) "만화책에 있던 대로 환각 물질을 집어넣어서 성폭행한 적이 있다.", "이거 정말 일어날 수 있는 거야, 나도 해 봤어." 이런 식의 얘기를 해요. 영웅담처럼 하는 거죠.]
법무부는 수감 된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재범을 막기 위해 100시간 기본교육부터 300시간 심화 교육까지 성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SBS가 취재한 복수의 교도관과 전직 수감자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전 교도소 수감자 (3달 전 출소) : (제가 있던 방에) 9살짜리 여자아이를 성폭행해서 12년을 받고 들어온 50대 아저씨도 있었고요. 낮에는 성교육을 받고 와서요, 밤에는 성인물 잡지를 보면서 침 흘리고 있고 그러는 거예요.]
이런 상황에선 성교육으로 성범죄자들의 인식을 교정하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윤정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음란물로 성적 환상들이 강화되면) 내가 과거에 저질렀던 성폭력 범죄의 유혹에 다시 빠질 수가 있다. 폭력 음란물, 아동 음란물 같은 것들을 감상하면 그들이 교화 프로그램에서 습득했던 지식들에 대한 효과가 유지되기가 힘들다"고 밝혔습니다.

■ 교도소로 성인물 가져왔던 유영철…화 부른 솜방망이 대응

성범죄 전과가 있는 연쇄살인범 유영철은 3년 전 교도소에 성인물을 들여오려다 적발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법무부는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에 유해 간행물은 반입을 금지한다는 내부 공문 한 통을 내려보내는 선에서 사태를 수습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현직 교도관들은 이 공문이 거꾸로 유해간행물만 아니면 된다는 근거로 해석돼 성인물이 교도소에서 돌아다니고 있다고 증언합니다. 남자 수감자들 사이에서 끊이지 않는 성추행과 성폭력 사건도 이런 성인물의 악영향 때문도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현직 교도관 A : 교도소에서도 성추행이라든지 그런 성폭력이 또 일어나요, 남자들끼리. 그런 사건이 한 달에 한두 번꼴로 일어나고 있어요, 지금도.]
법무부는 실태를 알고는 있지만 성범죄자도 성인물을 읽을 권리가 있는데 이걸 막는 건 인권침해이자 위법이란 주장도 있다고 해명합니다. 수용자라는 이유 때문에 못 보게 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교정 당국이 좀 더 치밀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관련 근거가 없다거나, 인권 단체가 반대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핑계로 내세우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SBS의 보도로 충격적인 실태가 알려지자 법무부는 관련 실태를 점검하고 법 개정 등 적극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디자인: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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