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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폭우 속 6일간 풀 움켜잡고 버틴 실종 노인…극적 구조

폭염·폭우 속 6일간 풀 움켜잡고 버틴 실종 노인…극적 구조
▲ 수풀 사이에 엎드려 있는 실종노인

전남 광양에서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60대 노인이 실종 6일 만에 살아서 발견됐습니다.

이 노인은 불볕더위와 폭우가 내린 6일 동안 계곡 옆 수풀에서 풀을 붙잡고 버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11일 오전, A씨는 동네에서 주민을 만나 "운동 간다"는 대화를 나눈 뒤 사라졌고, A씨의 아내(63)는 A씨가 아들 명의의 빈집에 마실간 줄 알고 며칠을 그냥 흘려보냈습니다.

비가 많이 내린 14일까지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빈집에 찾아간 아내는 A씨를 발견하지 못하자, 파출소에 '남편이 사라졌다'고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A씨가 동네 CCTV에 찍힌 모습을 마지막으로 버스를 타지 않고 마을 주변에서 사라진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A씨가 실종된 지난 11일 광양의 낮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으로 치솟아 폭염경보가 내려진 날이었는데, 사흘이 흐른 뒤에야 주변 수색에 나선 경찰 200여명은 헬기까지 동원해 주변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수색에 실패하기를 사흘째, '이제는 찾아도 살아계시기는 힘들다'는 우려까지 나오던 16일 오후 4시 반쯤, 저공비행을 하며 수색을 하던 헬기가 A씨의 집 주변 2.5km 정도 떨어진 계곡 풀숲에서 사람으로 보이는 형상을 발견했습니다.

경찰은 현장으로 뛰어가 6일째 누워있던 A씨를 발견했습니다.

A씨의 손과 얼굴 일부는 감염돼 피부가 괴사했으나, 가쁜 숨을 힘겹게 내쉬면서, 손으로 풀을 꽉 움켜쥐고 있었습니다.

A씨는 폭염경보가 발효된 무더운 날씨에 운동에 나섰다가 기력이 쇠해 수풀 사이에 쓰러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폭염경보는 지난 12일 해제됐지만, A씨가 수풀 사이에 누워있던 기간인 지난 14일에는 광양에 하루 동안 74.5㎜ 폭우가 내려, A씨는 폭염과 폭우를 견디며 꼬박 6일을 버틴 겁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A씨는 현재 가족들의 이름만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기력이 쇠했으나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족들은 "아버지가 오랫동안 실종돼 다시 못 볼 줄 알았는데 헌신적으로 수색해 찾아줘서 고맙다"며 경찰에 거듭 고개를 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전남 광양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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