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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기름값에도 '고급세단' 줄줄이 대기…수상한 주유소

조기호 기자 cjkh@sbs.co.kr

작성 2017.08.16 20:52 수정 2017.08.22 10:28 조회 재생수298,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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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용산에 있는 한 주유소입니다. 검은색 고급 승용차들이 기름을 넣기 위해서 매일 같이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판매 가격을 보니, 일반 휘발유 가격보다 훨씬 비싼 2천 원이 넘어갑니다. 다른 주유소보다 6백 원 정도 더 비싼데도, 서로 기름을 넣으려고 줄을 서는 이유가 뭘까요?

기동취재 조기호 기자입니다.

<기자>

새벽 5시. 주유소 불이 켜지자마자 검은색 고급 승용차가 줄줄이 들어옵니다. 하나같이 번호판에 '허' 나 '하', '호' 등이 새겨진 임대 차량입니다.

날마다 이런 진풍경이 벌어지는데, 이 차들의 정체는 뭘까.

[A 주유소 전 직원 : 들어오시는 차량들은 다 법인 차량들입니다. 그리고 운전자들은 모두 차주가 아니라 수행 기사들 (입니다.)]

지켜봤더니 주유 과정에 몇 가지 일정한 패턴이 보입니다. 기사들이 주유소 관계자에게 손가락으로 수신호를 보내고, 휴지와 영수증을 건네받는데 그 사이에, 현금이 들어 있습니다.

[A 주유소 전 직원 : 손가락으로 두 개, 세 개 표시하는데 2만 원, 3만 원을 가리키는 거죠. (기름을 그만큼 넣어달라는 건가요?) 아닙니다. 일종의 카드깡이라고 보시면 되고요. 예를 들어 7만 원을 주유하고 5만 원, 4만 원 손가락 표시대로 나머지 돈을 현금으로 받아 가는 방식입니다.]

주유소 직원과 기사들 간에 주황색 카드를 주고받는 모습도 포착됩니다.

리터당 50원에서 2백 원까지 이 주유소에서만 포인트가 적립되는 카드입니다.

[A 주유소 전 직원 : 포인트가 적립되는 컴퓨터가 따로 있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분들은 그 포인트를 모아서 70~80만 원, 거의 100만 원까지 모아놨다가 한꺼번에 찾아가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현금으로.]

카드 결제액을 늘려 현금으로 돌려받는 이른바, 카드깡에 적립한 포인트를 현금으로 돌려받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 주유소를 찾는 차량의 소속 법인을 취재한 결과, 우리은행 차량이 가장 많이 보였고, SK, 한화, CJ, 대한제분 등 국내 주요 기업의 임원 업무 차량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법인 차량 운전기사 : (카드깡이나 포인트 적립하시는 거 아니세요?) …….]

이 주유소를 찾은 차량 가운데는 정부의 관용차도 있었습니다.

한 정부 부처 차관의 관용 차량입니다. 카드깡과 포인트 적립은 물론 휘발유 자체를 빼돌리기도 했다고 주유소 전 직원은 말합니다.

[A 주유소 전 직원 : 보관 주유권을 가지고 가셔서 놔뒀다가 그 보관 주유권으로 본인 차에 주유를 하는 방식이죠.]

또 다른 차관급 기관장의 관용차량은 포인트를 적립한 뒤 현금과 바꿨다고 말합니다.

주유소와 기사들의 이런 거래가 가능한 건 유난히 비싼 이 주유소의 기름값 때문입니다.

평균가보다 6백 원 정도 올려 받아서, 수익의 일부를 기사들에게 돌려주는 셈입니다.

주유소 측은 손님을 끌기 위한 마케팅 차원이었다고 말합니다.

[A 주유소 관계자 : 변명을 하려고 하기보다는 예를 들어서 판촉이다 보니까… 어딘가에서 (저희가) 이런 판촉을 모방했겠죠.]

이런 운전 기사들의 부수입 챙기기에 대해 해당 회사나 정부 부처는 금시초문이란 반응입니다.

[A 주유소 방문 차량 법인 관계자 : '이런 사실이 있느냐' 알아보고 있는 상태고, 운행 장부상으로만 봤을 때 (확인이 안 되는) 그런 상황이라….]

또 해당 회사들은 주유 방식 등 차량 운행 관리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편집 : 이승진, VJ : 김종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