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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신재영 이어 최원태'…넥센, 10승 투수 배출 비결 찾아보니

[취재파일] '신재영 이어 최원태'…넥센, 10승 투수 배출 비결 찾아보니
▲ 넥센 최원태 선수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는 올 시즌 ‘토종 10승 투수’를 배출했습니다. 주인공은 프로 3년차 오른손 투수 최원태입니다. 그는 지난 1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한화를 상대로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9대 1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승리 투수가 되면서 최근 6연승과 함께 시즌 10번째 승리를 따냈습니다. 세부 지표도 훌륭합니다. 올 시즌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으며 21차례 선발 등판했고,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26이닝을 던졌습니다. 볼넷(26개)과 삼진(99개) 비율은 1:4에 달할 정도로 안정적인 투구를 하고 있습니다.

선발 투수 최원태의 발견은 올 시즌 넥센의 최고 수확으로 꼽힙니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최원태가 이렇게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첫 선발 풀타임인데 부침을 겪지 않고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최원태는 지난 2015년 넥센에 1차 지명을 받고 프로에 데뷔했습니다. 고교(서울고) 재학시절 140km의 중후반의 묵직한 강속구를 던진 유망주 투수에게 넥센은 계약금 3억 5천만 원을 안겼습니다. 최원태는 지난해 처음 1군 무대를 밟았습니다. 퓨처스리그에선 좋은 투구를 선보였지만, 1군의 벽은 높았습니다. 강점으로 믿었던 직구 승부를 고집하다 버티지 못했고, 17경기에서 2승 3패 평균자책점 7.23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장정석 감독은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최원태를 선발 요원으로 낙점했습니다. 그리고 박승민  투수 코치(현 퓨처스코치)는 최원태에게 투심 패스트볼 그립을 전수했습니다. 투심 패스트볼은 검지와 중지를 실밥 두 개에 걸쳐 던지는 공입니다. ‘포심 패스트볼’로 불리는 직구와 달리 회전이 생겨 타자의 몸 쪽으로 살짝 휘어지며, 땅볼을 유도하기 수월합니다. 장정석 감독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최원태의 투심을 테스트했다. 결과가 나쁘지 않아서 기대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4월 4일 부산 사직구장. 최원태가 롯데를 상대로 시즌 첫 선발 등판에 나섰습니다. 기대와 달리 최원태는 경기 초반 부진했습니다. 1회 연속 안타로 실점한 뒤 이대호와 최준석에게 홈런 두 방을 얻어맞아 4점을 내줬습니다. 2회엔 연속 3안타를 허용하고 추가 실점을 했습니다. 장정석 감독과 박승민 코치는 최원태의 교체를 두고 논의를 했습니다. 최종 선택은 “더 지켜보자”였습니다.

강판 위기를 넘긴 최원태는 스스로 생존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3회 선두 타자 이대호에게 좌전 안타를 내줬지만, 최준석을 병살타로 유도해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습니다. 차곡차곡 아웃카운트를 쌓은 끝에 6회까지 추가 실점없이 마운드를 지켰습니다. 이날 최종 성적은 6이닝 8피안타(2홈런) 무사사구 5실점이었습니다.

'생존' 비결은 투심이었습니다. 장정석 감독은 “최원태가 2회까지 투심을 던지지 않더라. 시즌 첫 등판이라는 부담감과 투심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3회 투심을 구사해 병살을 유도했고, 이후 투심 구사 비율이 대폭 증가했다. 믿고 기다렸는데, 스스로 투심 사용법을 깨우쳤다. 선수를 키우는 다른 비결은 없다고 생각한다. 가능성을 믿고 기다리는 게 전부다”라고 말했습니다.

투심에 대한 믿음이 생긴 최원태는 자신의 새 주무기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최원태의 투심은 상대에게 ‘알고도 공략하기 어려운 공’이 됐습니다. 최원태의 투구 스타일 변화는 수치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최원태의 지난해 땅볼-뜬공 비율은 0.87(땅볼 61-뜬공 70)이었는데, 올해는 1.22(땅볼 141-뜬공 116)로 땅볼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무리한 직구 승부로 장타를 내주던 최원태는 이제 리그 수준급 땅볼 유도 투수가 됐고, 당당히 팀의 에이스 반열에 올랐습니다.
넥센 신재영 선수 (사진=연합뉴스)
최원태의 성공 사례를 취재하면서 같은 팀 투수 신재영이 떠올랐습니다. 신재영은 지난해 15승을 따내며 신인왕에 오르는 맹활약을 펼쳤는데, 시즌 출발이 최원태와 판박이었습니다.

신재영은 지난해 4월 6일 대전에서 한화를 상대로 1군 데뷔전을 가졌습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입단 5년차 무명 투수의 출발은 불안했습니다. 1회 안타 4개를 허용하며 2점을 내줬고, 2~3회에도 주자를 내보내며 위기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당시 사령탑이던 염경엽 감독은 신재영을 교체하지 않았습니다. 초반 위기를 극복한 신재영은 4~5회 연속 삼자범퇴로 안정감을 찾았고, 7회까지 3실점으로 버틴 끝에 데뷔 첫 승을 따냈습니다. 데뷔 첫 승은 신재영에게 자신감으로 이어졌고, 이는 넥센의 창단 첫 토종 15승 투수라는 열매가 됐습니다.

최원태와 신재영의 성공 배경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코칭스태프가 선수의 능력을 믿고, 기다렸다는 점입니다. 넥센은 구단 특성상 내부 육성 전력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합니다. 때문에 원석을 찾았다면, 옥석이 될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나 성적이 절대 가치인 1군에서 지도자가 '인내'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장정석 감독은 “잠재력과 가능성을 발견했다면, 그 능력을 보여줄 때까지 기회를 줘야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재영과 최원태의 성공 사례는 그의 철학과 맞아떨어집니다. 넥센은 올 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수준급 왼손 유망주 투수를 대거 영입했습니다. 내년 시즌 어떤 선수가 신재영, 최원태의 성공 사례를 이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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