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비 또 비…올여름 더위는 사실상 이미 끝?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7.08.16 13:07 수정 2017.08.16 13:1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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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도 끝났는데 연일 비가 이어지고 있다. 남부지방은 지난 일요일부터, 중부지방도 월요일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이어지면서 언제 폭염이 있었느냐는 듯 기온은 뚝 떨어졌다. 선선하다 못해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한 느낌마저 든다.

기온 변화가 나타난 것은 지난주 후반부터다. 올여름 서울에 마지막으로 열대야가 나타난 것은 입추였던 지난 7일 밤이었다. 말복(11일)이 지나면서부터는 공기가 선선해지기까지 했다. 비까지 이어지다 보니 올여름 더위가 다 지나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다음 주 월요일(21일)까지 앞으로도 닷새 정도 비가 더 오락가락 할 것이라는 예보다. 제주도에는 폭염특보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 밖의 지방은 당분간 한여름 더위 같은 더위는 없다는 뜻이다.

서울지역의 올여름 더위 기록을 보면 지금까지 열대야(밤 최저기온 25도 이상)는 모두 14차례 발생했다. 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은 모두 12일 나타났다. 서울에서 올여름 기온이 가장 높게 올라간 날은 7월 25일로 최고기온은 35.4도였다. 전국적으로는 경주의 기온이 가장 높게 올라갔는데 7월 13일 경주의 기온은 39.7도를 기록했다. 올 여름 전국 최고 기온이다.

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가 심했다고는 하지만 올여름 폭염과 열대야는 지난해(2016년)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서울에서 폭염이 발생한 날은 모두 24일이나 됐다. 7월 말부터 8월 하순까지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열대야도 31일이나 발생했다. 특히 8월 3일부터 23일까지는 21일 연속해서 열대야가 나타나기도 했다. 당연히 기온도 높아 35도를 넘었던 날이 9일, 36도를 넘었던 날도 4일이나 됐다. 지난해 서울 최고 기온은 36.6도로 8월 21일 나타났다.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는 8월 25일 이후 북쪽에서 한반도 쪽으로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단번에 끝나고 말았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열흘 정도 일찍 찬 공기가 내려오고 있다. 지난 주 후반부터 공기가 확 달라진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공기에서는 선선한 느낌이 묻어났고 20~30km 떨어진 먼 곳까지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시야는 확 트였다. 구름이 많이 끼거나 빗방울이 떨어져도 7월이나 8월 초처럼 공기가 끈적끈적하지는 않다. 더위의 기세가 완전히 꺾인 것이다. 

현재 한반도 북서쪽 몽골과 중국북부 5.5 km 상공에는 중심이 영하 10도 정도인 기압골이 머물고 있다. 지난 주 후반부터 이 기압골에서 계속해서 한반도 상공으로 찬 공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일요일부터 전국 곳곳에, 특히 중부지방에 많은 비가 내리고 있는 것도 이 찬 공기의 역할이 크다.

북쪽에서 내려오는 상층의 찬 공기와 한반도 남서쪽에서 들어오는 고온 다습한 공기가 한반도에서 충돌해 비를 뿌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본 동쪽에 만들어진 기압능(일명 ‘블로킹’)이 한반도에 비를 뿌리는 저기압이 빠져 나가는 것을 막고 있어 마치 장마처럼 오래 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찬 공기가 일찍 내려오면서 이른바 ‘가을장마’가 예년보다 일찍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예년보다 일찍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는 한반도에 계속해서 영향을 줄 것인가? 찬 공기에 밀려 예년보다 일찍 내려간 북태평양 고기압이 다시 확장할 가능성은 없나? 더 이상 여름 더위는 없는 것일까? 일단 다음 주 월요일까지는 비가 예보돼 있어 기온이 크게 오를 가능성은 없다.
장마 끝나자 또 폭우비가 그친 뒤 26일(토)까지도 폭염은 없을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하고 있다. 낮 기온이 최고 31~32도까지 오르는 지역도 있기는 하겠지만 폭염 수준까지는 올라가지 않을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는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 나타날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올 여름 폭염과 열대야의 고비는 사실상 이미 넘겼다는 뜻이 된다. 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로 이어지는 올여름 더위는 사실상 끝났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늦더위가 나타날 가능성은 남아있다. 기상청은 8월 말과 9월 상순, 9월 중순의 기온이 예년과 비슷하거나 예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7월 말이나 8월 초에 나타나는 폭염과는 성격이 다르겠지만 9월 중순까지도 일부 지역에서는 폭염이 나타날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9월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경우도 있다. 2010년 9월 4~5일에는 북상하는 제 8호 태풍 ‘말로’가 뜨거운 열기를 밀어 올리면서 경기남부와 충청, 그리고 남부지방 곳곳에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드물지만 9월에 열대야가 나타난 경우도 있다. 2010년 9월 20~21일 제주도와 남해안 곳곳의 밤사이 최저 기온이 열대야 기준인 25도를 웃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