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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자기가 낳은 아이를…"산후우울증, 더이상 산모 개인문제가 아니다"

[리포트+] 자기가 낳은 아이를…"산후우울증, 더이상 산모 개인문제가 아니다"
"낳은 지 1년도 안 된 아기를.." 잇따라 참극 빚은 산후우울증

지난달 27일 충북 보은의 한 아파트에서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갑자기 끊겼습니다. 36살 여성이 자신의 4개월 된 아기가 시끄럽게 울고 보챈다며, 코와 입을 막아 숨지게 한 겁니다.

나흘 뒤인 지난달 31일에도 비슷한 참극이 벌어졌습니다. 서울 금천구의 한 빌라에서 38살 여성이 6개월 된 자신의 아기가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불로 코와 입을 막아 아기가 숨졌습니다. 두 엄마는 모두 경찰 조사에서 아이를 낳은 뒤 '산후우울증'에 시달렸다고 말했습니다.
참극 낳는 산후우울증
■ 50% "때린 적 있다"..산후우울증, 산모 개인의 문제일까?

산후우울증은 출산 후 한 달 전후에 주로 발생합니다. 호르몬 변화 같은 신체적 변화와 함께 피로와 수면 부족,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대개 저절로 낫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발병 3~6개월 후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이 악화 돼 1년 넘게 지속될 수 있습니다. 방치할 경우 산모 자신은 물론, 아이의 발달과 가족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인구보건협회가 지난해 전국 20~40대 기혼여성 1천 3백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는 다소 충격적입니다. 분만을 경험한 여성 가운데 무려 90.5%가 '산후우울감'을 느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응답자 2명 중 1명꼴인 50.3%는 "산후우울증으로 아이를 거칠게 다루거나 때린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3명 중 1명꼴인 33.7%는 "산후우울증으로 자살 충동을 느낀 적도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산후우울증이 아동 학대나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참극 낳는 산후우울증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분석 결과, 산후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산모는 전체의 1% 미만으로 나타났습니다. 산모에게 흔한 질병이지만 적절한 의학적 도움을 받는 환자는 극히 드물다는 뜻입니다. 육아 스트레스로 산후우울증이 심해지지만 엄마의 육아 부담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나 주변의 시선 때문에 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 산모가 보내는 '산후우울증 신호' 알아채야

산후우울증에서 비롯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주위 사람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배우자는 출산과 양육이 여성만의 몫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육아에 기꺼이 동참하고 산모를 배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가족들은 산모가 "우울하다"고 말하는 등 산모가 보내는 신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필요하면 전문가 상담을 통해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합니다.
참극 낳는 산후우울증
산후우울증 검사 의무화부터 맞춤형 건강 관리까지..미룰 수 없는 안전망

산모 주위 사람들의 관심과 배려 등 적극적인 노력과 함께 사회 제도적 안전망도 튼튼히 해야 합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산후우울증 선별 검사와 교육을 법으로 규정해 조기 발견 및 치료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산후우울증 치료율은 10~12%로, 연간 50만 명가량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치료율이 1%도 되지 않는 한국은 지난해에야 산후우울증 검사를 지원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산모들은 또 내원이 어렵기 때문에 가정방문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2013년 3개구에서 시작해 현재 20개 자치구에서 임산부와 산모들에게 방문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담 간호사가 임신 초기 때부터 출산 후 2년까지 가정을 방문해 산모의 건강을 관리해줄 뿐 아니라, 초보 부모에게 육아 정보를 제공해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습니다. 방문 간호사제를 정부 차원에서 전국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참극 낳는 산후우울증
(기획·구성 : 윤영현, 디자인 :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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