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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녹조 라떼',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진다

[취재파일] '녹조 라떼',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진다
충청권 식수원인 대청호가 녹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금강유역환경청은 지난 9일 충북 보은군 회남 수역에 조류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하고 청주시 문의 수역에는 조류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조류경보 ‘경계’ 단계가 내려진 회남 수역의 남조류 개체 수는 지난 7일 기준으로 ‘경계’ 기준의 2배가 넘는 밀리리터 당 20,724개였다(자료: 금강유역환경청). 이 수역의 물은 겉으로 보기에 말 그대로 ‘녹조라떼’ 수준이다.
 
금강유역환경청은 최근 녹조가 급격하게 심해진 것은 장마기간 동안 많은 양의 영양염류가 대청호로 들어온 데다 폭염까지 이어지면서 수온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장마기간 동안 각종 쓰레기가 떠내려 오면서 한차례 몸살을 앓은 대청호가 사실은 쓰레기 뿐만 아니라 영양염류 몸살까지 앓고 있는 것이다.
 
영양염류는 물속에 들어있는 질소나 인, 규소 등을 말하는데 원래는 땅에 있는 비료와 흙 성분이지만 빗물에 쓸려 강으로 떠내려 온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영양염류가 남조류 같은 식물성 플랑크톤의 몸을 구성하는 필수 성분이라는 것이다. 결국 영양염류가 많으면 많을수록 호수나 강, 바다는 조류가 늘어날 수 있는 좋은 여건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기온까지 높아 수온까지 올라가면서 조류 번식에는 더없이 좋은 여건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녹조는 어떻게 될까? 기온이 올라가고 강수량이 늘어나는 상황이 되면 녹조는 더 심해질 것인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와 프린스턴대학교 공동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금처럼 계속해서 지구온난화가 진행될 경우(RCP8.5) 금세기 말(2071~2100)에는 강수량 변화로 미국에서 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질소가 19%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온난화로 강수량이 늘어나고 기록적인 폭우가 늘어나는데 따른 결과다.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의 저널인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렸다(Sinha et al., 2017).
 
강으로 들어가는 질소가 늘어난다는 것은 강에 필요 이상으로 영양염류가 들어가고 이른바 부영양화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결과적으로 지금보다 조류가 점점 더 크게 번식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연구팀은 이 같은 현상이 단지 미국 대륙만의 얘기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전 지구적인 현상으로, 특히 인도와 중국, 동남아시아, 일본과 한반도 지역에서 강으로 들어가는 질소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실험 결과 나타났다. 모두 현재 인구밀도가 높고 농사를 많이 짓고 있는 지역인데 농사를 지으면서 비료로 사용한 질소가 상당 부분 강으로 쓸려 내려가는 것으로 본 것이다. 지구 기온이 점점 상승하고 기후변화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강수량 증가로 부영양화가 심해지면서 결과적으로 녹조라떼도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논문은 여기서 머무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강수량 증가로 강으로 들어가는 질소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늘어나는 질소를 상쇄하고 강물 속의 질소 농도를 현재(1976~2005 평균)와 비슷한 수준으로 묶어두기 위해서는 질소(대표적인 것이 질소 비료다) 사용량을 얼마나 줄여야 할까?
 
연구팀은 지금과 같은 추세로 기후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강수량 증가로 인해 늘어나는 강의 질소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경우 금세기 말에는 질소 사용량을 현재보다 평균 33%는 줄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 질소 사용량을 점점 줄여서 금세기 말에는 현재의 67%정도만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강물 질소 농도가 가장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미시시피 강 상류 지역의 경우 금세기 말 질소 사용량을 현재의 38% 수준까지 줄여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강수량이 늘어나면서 점점 부영양화가 심해지는 강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질소 비료 사용을 점점 더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질소 비료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말처럼 간단하지가 않다. 인류가 생존하는 데 꼭 필요한 곡물의 생산량은 품종개량이나 농약개발, 과학영농 등 여러 가지에 달려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질소비료의 사용이다. 인류는 질소비료를 통해 곡물 생산량 증대를 이뤘다. 이 때문에 지금도 많은 양의 질소비료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More rain means more pollution. 물이 부족한 가뭄도 걱정이지만 기후변화로 점점 더 늘어날 수 있는 강수량 또한 문제다. 강수량 증가로 인한 홍수 피해도 있겠지만 수질 오염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욱더 푸른 녹조라떼를 더 오랜 기간 봐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가 녹조와 비료 사용량, 곡물생산량, 수중 생태계, 경제, 인류의 건강까지 함께 고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참고문헌>
 
* E. Sinha, A. M. Michalak, V. Balaji. Eutrophication(부영양화) will increase during the 21st century as a result of precipitation changes. Science, 2017; 357 (6349): 405 DOI: 10.1126/science.aan2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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