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그거 사랑 아냐" 데이트폭력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


친구야, 헤어져...그거 사랑 아냐
‘네가 뭔데 나한테 차선을 변경하라는 거야?
“남편이 갑자기 화를 냈어요. 난폭하게 운전을 하더니 차를 세우고 저를 마구 때리기 시작했어요”
“왜 때리냐고 하자, 더 심하게 때렸어요. 그리곤 저랑 애들을 끌어내리고 혼자 차를 몰고 가버렸어요”
결혼한 지 8년쯤 된 분이었습니다. 아주 담담하게 그간 견뎌온 폭력을 털어놓았어요. 시댁 식구들이 다 있는 곳에서 남편한테 맞은 적도 있더군요.
정말 안타까운 게 뭔지 아세요?
사실 폭행은 연애 때부터 있었지만 괜찮아질 거라는 믿음으로 견뎌왔다는 거예요.
남들도 다 하는 흔한 통제라 생각한 거죠. 누구를 만나는지 일일이 알려고 하거나 말 안 듣는다고 물건을 던지곤 했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서 그래. 널 너무 사랑해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폭력은 너무 쉽게 합리화되고 용서됐죠.
여자 분은 그 남자가 나아질 거라 생각했대요.
사실 이건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피해자 다수가 겪는 일이에요. 전문 용어로는‘이타적 망상’이라고 해요.
파트너의 폭력적인 성향을 자신이 바꿀 수 있다는 비현실적인 믿음이죠.
그 믿음은 결국 깨집니다.
‘왜 바보같이 당하고만 있었을까’‘벗어나지 못한 내 잘못이야’

관계도 일상도 파괴된 뒤 자기 잘못이라며 괴로워하는 여성들을 많이 봤어요.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그의 폭력, 당신 혼자선 해결할 수 없어요.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사회가 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예요.
저는 여성긴급전화1366 선임 상담원이에요. 가정폭력, 성폭력 등 위기에 처한 여성 수백 명과 상담해왔습니다. 그 동안 절절히 느꼈던 걸 오늘 솔직하게 말씀 드려봤어요.
혹시라도 이런 폭력으로 고민 중이라면 주저 말고 저희에게 연락주세요. 상담뿐 아니라 경찰과 연계해 긴급구조도 하고 보호가 필요한 분께는 긴급피난처도 제공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감춰지는 것들을 잘 들여다 봤으면 좋겠어요. 나는 나 자체로 자기결정권을 가진 사람임을  잊지 마세요. 어떤 이유로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 여성긴급전화1366 선임 상담원 이OO 님과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1인칭 카드뉴스입니다.

"사랑해서 용서.. 그거"

데이트폭력·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자주 하는 말입니다. '이타적 망상'이라 불리는 현상입니다. 폭력을 당하고도 이런식으로 넘어가다 나중에 크게 후회한다고 합니다. 1366여성긴급전화 선임상담원 이모 씨가 그간 상담하며 느껴온 솔직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기획 하대석, 이아리따 / 그래픽 김민정 / 스브스뉴스 X 여성가족부
(SBS 스브스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