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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황우석 사건의 핵심이자 배후 인물"…박기영 신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누구?

[리포트+] "황우석 사건의 핵심이자 배후 인물"…박기영 신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누구?
문재인 정부의 새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임명된 박기영 전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박 본부장은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으로 일하다가 이른바 '황우석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 2006년 초에 물러난 인물입니다.

그런 박 본부장이 매년 20조 원 규모의 국가 연구·개발 예산을 다루게 될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수장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야당은 물론 과학계와 시민사회단체 일부에서는 임명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 박기영 본부장과 뗄 수 없는 그 이름…'황우석'

박 본부장은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의 과학기술 과외교사'라고 불리며 승승장구했습니다. 2004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에 발탁되면서 대통령의 과학기술 분야 의사결정을 보좌하게 됩니다. 청와대 입성 뒤 힘을 쏟은 분야는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였습니다. 박 본부장은 당시 황우석 교수,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함께 '황금박쥐'라는 이름의 모임을 만들어 황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했습니다.
논란 1) 예산 집행에 난자 연구까지 '일사천리' 지원
박 본부장은 황우석 논문조작 사태가 터지기 불과 6개월 전인 2005년 5월까지도 "황 교수 연구팀에 일단 올해 연구비를 10억 원 증액하고 점차 예산을 늘릴 생각"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황 박사 연구에 들어간 국가 예산은 모두 25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황 박사가 여성의 난자를 연구에 활용해 지탄받자 방어 논리를 제공한 사람도 박 본부장이었습니다. 박 본부장은 "난자를 제공하는 여성의 건강문제는 황 교수팀이 면밀히 확인했고 위험성도 알렸다. 배아 파괴의 불가피성에 대해 사회적인 이해를 구하고 있다"며 변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황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 논문은 조작으로 드러났고 국내외적으로 큰 망신을 산 사건으로 남았습니다. 연구에 쓰인 난자는 심지어 여성전문병원에서 매매된 난자로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논란 2) '줄기세포 오염' 미리 알고도 대통령에게 보고 누락
박 본부장이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해 황우석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박 본부장은 황우석 연구팀에서 일어난 배아줄기세포 오염을 2005년 1월 황 교수로부터 보고받았지만 청와대에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시인했습니다.

수백억 원이 지원되는 국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될 중요 사실을 보고받고도 대통령에게 전하지 않은 것입니다. 박 본부장이 참모로서의 임무를 소홀히 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명예와 이익을 위해 국가적 망신이 될 사태를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논란 3) 식물생리학 전공자이면서 황우석 논문에는 왜?
식물생리학 전공인 박 본부장이 황 박사의 논문에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도 부도덕하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박 본부장은 2004년 3월 24일자 '사이언스'에 실린 황우석 박사 논문의 공저자 15명 중 13번째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영국의 유명 과학저널 '네이처'는 박 본부장이 실질적으로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으면서 공동저자로 이름이 실린 것은 연구 윤리 문제로 볼 수 있다며 비판했습니다.

■ "한국 과학기술의 부고(訃告)"

과학기술자들이 주축인 민주노총 산하 공공연구노조는 '한국 과학기술의 부고(訃告)를 띄운다'는 성명을 통해 "박 본부장의 임명이 한국사회 과학 공동체에 대한 모욕이며 과학기술체제 개혁의 포기를 의미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2004년 황우석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실을 밝혀내는 데 공헌한 과학인 온라인 커뮤니티 브릭(BRIC·생물학연구정보센터)도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브릭은 "과학계는 12년 전의 그 사건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으며 당시 많은 과오에 대해 반성과 성찰을 해야 했다. 그런데 다시 12년 전 과오를 잊은 듯한 모습이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각계각층의 의견
참여연대와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9개 시민단체는 8일 공동 성명을 통해 "박기영 전 보좌관이 황우석 사건의 핵심이자 배후였다"고 비판했습니다. 박 본부장이 황 박사에게 256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했고 복제 실험이 법률에 위반되지 않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역할을 해 금전적·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들은 "박 본부장은 적폐 청산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사"라며 "과학계는 물론이고 문재인 정부를 이뤄 낸 촛불 시민의 신뢰까지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 첫 감동 인사는 어디로...靑 "4차 산업혁명 대응 적임자"

문재인 정부는 유방 절제술을 이유로 강제 전역당했던 피우진 예비역 중령을 보훈처장에 임명하고 '재벌 저격수'로 불리던 김상조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해 '감동 인사'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혼인 무효 소송' 논란 등으로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가 중도 하차하고 음주운전 전력 등으로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는 등 부실 인사 검증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야 4당은 한목소리로 박 본부장 임명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첫 감동 인사는 어디로...靑 "4차 산업혁명 대응 적임자"
청와대는 "박 신임 본부장은 식물분자생물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과학자다. 이론과 실무 경험을 겸비해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핵심 과학기술 연구·개발 지원과 과학기술 분야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 적임자"라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박 본부장은 지난 7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황우석 연구팀의 소문은 들었지만 직접 가서 연구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역할은 주어지지 않았다"라며 당시 연구 결과와 논문에 대한 검증 책임은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황 박사에게 연구를 몰아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황 박사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고 내가 일부러 어떻게 한 게 아니라 황 박사가 연구비를 딴 것"이라고 부인했습니다.

(기획·구성: 정윤식 / 디자인: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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