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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위험정보 공유'는 안 한 공유경제의 상징 Airbnb

정명원 기자 cooldude@sbs.co.kr

작성 2017.08.09 07:48 수정 2017.08.09 09:37 조회 재생수69,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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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위험정보 공유는 안 한 공유경제의 상징 Airbnb
지난 7월, 숙박중개사이트 에어비앤비(Airbnb)를 통해 일본 후쿠오카 민박집에 머물던 한국 여성이 집주인 30대 일본 남성에서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피해 여성이 경찰에 신고했고, 일본 남성은 체포돼 구속 기소 됐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진 뒤 탐사보도를 담당하는 SBS 기획취재부에 "나도 피해를 당할 뻔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피해를 당한 시기가 올 초였습니다

▶ [단독] 올 초에도 "日 민박집서 당할 뻔" 신고…수면제 검출

문제의 민박집은 지난해 6월부터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박객을 받았습니다. 많은 한국 손님들이 다녀갔습니다. 추가 피해가 의심됐고, 실제 방송 이후 한국 여성들의 추가 피해 증언도 나왔습니다. 공통된 증언은 일본 민박집 주인이 권한 전통술 한 잔을 마시고 기억을 잃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에어비앤비는 왜 올 초에 피해 사실을 접수했을 때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았을까요?
에어비앤비, 일본, 수면제 성폭행, 민박SBS 취재팀이 이 질문을 던졌을 때 Airbnb 측은 "저희가 일본 경찰에 알아봤더니 당시 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됐다"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적극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았고, 민박집 주인에게 '경고와 교육'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무슨 경고와 교육이었는지는 안 밝혔습니다. 경고와 교육을 받았다는 정보조차 이용자에게 공유하지 않았습니다.

일본 민박집의 문제가 알려진 뒤 성범죄 피해가 의심된다는 증언을 한 한국 여성들이 방문한 시기를 보면 지난 6월, 7월도 포함됐습니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술 한 잔에 정신을 잃었고, 새벽에 눈 떠보니 일본 남성이 자신의 옆에 누워있거나 몸을 더듬는-하지만 그 기억조차 비몽사몽이었던- '잊고 싶은' 일이 성범죄 피해라는 사실은 뒤늦게 깨달은 여성들이었습니다. 용기를 냈던 피해 여성의 경고를 올 초에 에어비앤비가 귀담아들었다면, 그래서 위험 경고 정보를 공유했더라면, 막을 수도 있던 피해들입니다. 과연 이용자 안전을 위한 정보 공유 시스템이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현재 에어비앤비는 예약 리스트에서 문제가 있는 집은 계정을 폐쇄하는 조치만 하고 있습니다. 7월 사건이 벌어진 뒤 후쿠오카 민박집은 계정이 폐쇄됐습니다. 너무 늦은 조치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현실적인 이유를 말합니다. 에어비앤비가 양쪽에서 수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게스트 6~12%, 호스트 3%) 민박집 주인도 에어비앤비 입장에선 고객인데 함부로 낙인 찍을 수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만약 또 다른 민박집 주인이 이용자에게 성범죄를 하고 있고, 피해를 당할 뻔한 여성이 지금 또 경고를 한다고 해도, 같은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란 뜻입니다.

에어비앤비는 민박집에 달린 후기와 평점을 통해 문제 있는 집은 거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부분이 많습니다. SBS 취재진이 입수한 문제의 일본 민박집 후기를 봤더니 90개가 넘는 후기 중 대부분이 좋은 내용들입니다. 포털의 별도 이용자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중에는 나쁜 내용을 올리면 민박집 주인의 항의가 들어온다는 불만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성범죄 피해 사실을 후기에 공개적으로 올릴 수 있는 피해자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에어비앤비에 직접 알리는 것도 큰 용기를 내야 하는 것이 성범죄 피해자들의 특성입니다. 더욱이, 문제의 일본 민박집 주인처럼 수면제를 탄 술을 마시게 해 기억을 가물가물하게 만든 상태로 성범죄를 한 것이라면 ‘작은 신호’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야 합니다.

비공개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에퀴텔에 따르면 지난해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300억 달러로 세계 1위 호텔 체인 '힐튼'을 넘어섰습니다. 에어비앤비 시스템에서 예약 가능한 숙박 업소 숫자는 인터콘티넨탈 지점 숫자보다 많습니다. 이 정도 글로벌 기업이 이용자 안전에 관한 조치가 이렇게 소홀하기 때문에 안전에 관한 의무를 이용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달 미국에서 51세 여성 Leslie Lapayowker가 에어비앤비를 통해 머문 집에서 집주인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에어비앤비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집주인은 피해 여성을 방에 가두고 의자에 밀친 뒤 성추행을 했습니다. 그런 뒤 집 주인이 피해 여성을 내보내면서 "좋은 후기를 남겨 달라"고 말했다고 피해 여성은 증언했습니다.

이 민박집 역시 좋은 후기가 많았고 평점이 높은 '슈퍼호스트'였습니다. 피해 여성이 에어비앤비를 상대로 소송을 건 핵심적인 이유는 "안전하다고 믿도록 정보를 제공했다(create a false sense of security)"는 겁니다. 재판 결과가 나와봐야겠지만, 에어비앤비가 이용자의 기대 수준만큼 성범죄 등 위험 경고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표출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에어비앤비에어비앤비와 함께 공유 경제의 상징으로 꼽히던 우버(Uber)도 사업이 커나가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우버 운전자들이 승객을 상대로 성범죄나 범죄를 저지르는 일들이 잇따랐고, 이후 미국 각 주에서 우버 운전자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는 조치가 도입됐습니다. 신상 정보를 통해 중범죄자 여부, 성범죄자 여부 등을 파악하는 주도 있고, 아예 경찰서에서 발급하는 신원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 곳도 있습니다. 검증이 강화되다 보니 우버 운전자들이 인권 침해라고 우버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일까지 벌어질 정도입니다.

필요한 것을 찾는 사람과 그걸 제공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연결해 준다는 사업 모델은 비슷합니다. 사업 초기에는 자신들은 중개만 해주는 것이고 나머지는 이용자들이 서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고 피해갈 수 있겠지만 이제는 사업 규모가 너무 커졌습니다. 공유경제의 상징답게 최소한 '위험경고 정보'를 초기부터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개선을 내놓을 사회적 책임이 그들에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