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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우리 아내가" 소개말에…거친 상담고객이 변했다

친절한 경제입니다. 월요일이기도 하고 해서, 출근길 마음 좀 가볍게 하는 이야기부터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일 자체가 힘든 걸 넘어서, 왜 감정을 소모해가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직업들이 있죠.

대표적으로 전화 상담 하는 분들, 얼굴 안 보인다고 수화기 건너편에서 아무 말이나 막 하는 것을 견뎌내야 해서 사회적인 논란이 된 지가 오래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도 어떨까요. 상담사가 연결되기 직전에 그 상담사의 가족이 소개말을 남기는 겁니다. 실제로 실행이 된 건데 들어보시죠.

[착하고 성실한 우리 딸이 상담 드릴 예정입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내가 상담 드릴 예정입니다.]

[제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우리 엄마가 상담 드릴 예정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어떠신가요. "지금 전화 받는 사람도 이렇게 가정에서는 소중한 사람입니다." 이렇게 알려주는 느낌이 드니까, 화가 나서 전화를 했다가도 사람이 좀 누그러지겠다 싶은 생각이 들죠. 상담사 얘기 한번 들어보시죠.

[첫마디에 "수고하십니다"라고 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져서 기분이 좋았었어요. '제가 딸 같은 사람에게 이렇게 얘기해서 죄송하다'든지 이런 멘트를 고객들이 먼저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결과가 역시 좋았습니다. 그전에는 상담원들 중의 79%가 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는데, 이게 한 50% 이상 줄어들었고요.

이게 또 중요하다고 보는데, 상담사분들 중에 내가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전에는 0%, 단 한 명도 없었는데 25%로, 물론 부족하지만 늘어났다는 겁니다.

저게 실제로 된 거냐, 정유회사 GS칼텍스가 아이디어를 내고요. 자동차 회사 한국GM이 실행을 해봤습니다. 저렇게 좋은 결과가 나왔는데, 저런 아이디어 낸 사람 상 줘야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또 오늘(7일) 날씨가 더워서 짜증도 많이 날 수 있는 날인데, 상대방에게 저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가족이겠구나. 생각하고 웃으면서 넘기는 그런 하루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더위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면, 어젯밤에도 정말 더우셨죠. 내가 웬만하면 에어컨 안 트는데 오늘은 못 견디겠다. 이러고 틀고 주무신 분들 꽤 되실 겁니다.

그런데 몇 년 전만 해도 이맘때면 "여러분 전기가 부족합니다. 아껴 쓰세요." 했었는데 올해는 이렇게 무덥다는데 지금 전혀 그런 말이 없죠.

왜냐하면, 몇 년 전 그 난리 이후로 또 발전소를 너무 많이 지어서, 지금은 전기가 남아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름 중에 가장 전기를 많이 썼을 때 전력량을 보시면, 4년 전과 비교해보면 파란색 그래프인데, 최대 전력량은 완만하게 늘고 있죠.

그런데 빨간색, 우리나라에 있는 전체 발전소를 최대로 돌렸을 때 얻어낼 수 있는 전기량은 이건 지난 4년 사이에 30% 이상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4년 전에는 두 그래프가 바짝 붙었었는데, 지금은 멀찍이 떨어져서 전혀 문제가 없죠. 저렇게 여력이 많으면 좋은 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지만,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전기 모잘라 까봐 열심히 발전소 지어서 지난 1년 사이에만 18개가 새로 문을 열었고, 앞으로도 또 많은 곳들이 문을 열 텐데, 발전소 하나 짓는데 돈이 굉장히 많이 들어갑니다.

한전이든 일반 회사들이든 빚을 져서 지은 건데, 저만큼 놀고 있다는 얘기는 헛돈 썼다. 돈이 새고 있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전기는 회사들은 물론이고 국민들에게도 필수라는 점에서는 주먹구구식으로 계획을 세우면 안 되는데, "모자라? 그럼 빨리 더 지어.", "남아? 그러면 그만 지어." 지금 이랬던 건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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