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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삼성 이재용 부회장 그리고 뇌물의 '늪'

[취재파일] 삼성 이재용 부회장 그리고 뇌물의 '늪'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오늘(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형량을 밝힙니다. 재벌 총수 가운데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중형이 구형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 '뇌물' 혐의에 대해 삼성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특히 2차례 구속영장 청구와 재판 과정에서 삼성 관계자들이 잇따라 말바꾸기를 시도했다는 점도 대단히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구형량에 자비를 베풀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은 현실과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특검과 삼성,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한다는 건 승자와 패자가 명확하게 구분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올 초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될 당시만 해도 특검의 일방적인 완승으로 끝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재판이 이어질수록 일부 언론에서는 삼성의 반격을 집중적으로 다루며 막상막하의 공방으로 치닫는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권투가 12라운드 또는 15라운드까지 진행돼도 KO가 나지 않을 경우 심판들의 점수로 판정을 내립니다. 막상막하의 경기를 치른 것 같지만 심판은 매의 눈으로 유효타를 집어내 승패를 가늠하게 되죠. 삼성 뇌물 재판에서 특검과 삼성 가운데 유효타를 누가 더 많이 날렸는지 한번 따져 보겠습니다.

● "삼성은 피해자"…"그래도 뇌물"

삼성 측 변호인은 1심 재판에서 유독 이재용 부회장은 피해자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강조했습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무서워서 사실상 최순실에게 거액을 지원했다는 것입니다. 삼성은 권력에게 돈을 갈취당한 피해자라는 논리입니다.

특검 수사 전 지난해 검찰 특별수사팀 수사 당시부터 삼성이 주장했던 논립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애초에는 최순실에게 준 돈은 정상적인 승마지원금이라고 주장했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독대 사실이 드러나자 피해자라고 입장을 바꾼 겁니다.

그런데 사실 삼성이 피해자냐 아니냐는 중요한 쟁점은 아닙니다. 법률적으로는 삼성이 진정 두려워했던 게 무엇인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대통령의 레이저 눈빛일까요? 아니면 최순실의 '호통'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삼성이 두려움을 느낀 본질은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입니다.

최순실에게 거액을 주지 않으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적 권한을 행사해서 삼성에게 유무형의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두려움입니다. 바꿔 말하면 삼성이 국가 권력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지 않았거나 나아가 혜택을 받았다면 최순실에게 거액을 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는 것과 같은 뜻입니다.

결론적으로 피해자라는 삼성 측의 논리가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뇌물'이라는 프레임을 깨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삼성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 특별한 관계라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진경준과 대한항공' '박근혜와 이재용' 결론은 뇌물

삼성 뇌물 사건과 구조가 유사한 진경준 전 검사장의 대한항공 뇌물 사건을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대한항공 측은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고 진 전 검사장 처남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검사가 가진 공적 권한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한 것일 뿐 대가를 바라고 돈을 준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갈취당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1, 2심 재판부 모두 뇌물수수 혐의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가 바로 삼성 뇌물 사건의 재판부입니다. 삼성 변호인 측이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텐데 '피해자' 논리를 고집하는 이유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 '삼성 최고 결정권자는 최지성'…'뇌물 꼬리 자르기'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삼성이 재판 후반부에 들고 온 두 번째 핵심 전략은 뇌물 꼬리 자르깁니다 삼성의 최고 결정권자가 이재용 부회장이 아닌 최지성 전 부회장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입니다. 삼성 뇌물사건의 핵심 범죄사실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독대를 시발점으로 최순실에 대한 삼성의 금전적 지원이 본격화됐다는 것입니다.

최종 결정권자를 분리해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공여 당사자라는 특검의 논리를 부수겠다는 생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삼성의 이 방어 논리도 헛점이 많습니다. 삼성에 모든 지원을 직접 요구한 당사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입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최지성 전 부회장을 만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지성 전 부회장을 최종 결정권자로 본다면 최순실에 대한 승마지원, 장시호 씨에 대한 동계영재스포츠센터 지원 미르 재단 케이스포츠재단에 대한 삼성의 금전적인 지원이 국정농단 사건과 무관한 정상적인 지원이라는 걸 삼성이 입증해야 합니다. 그럼 삼성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독대를 기점으로 최순실과 여러 재단에 대한 금전적 지원을 본격화했다는 삼성 측이 스스로 주장했던 알리바이를 또다시 뒤집어야 합니다. 그러나 삼성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 허우적댈수록 빠져드는 '뇌물의 늪'

삼성 측의 주장들은 뇌물이 아니라고 부인하면 부인할수록 점점 더 뇌물에 가까워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삼성 측 변호인이 X맨이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전략 자체가 무성의하다는 얘기도 떠돌고 있습니다.

'사초'로 불리는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수첩이 직접 증거가 아니라는 점, 정유라 진술에 대한 논란까지 다룰만한 수많은 얘기와 논거들이 있지만 더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자세한 얘기는 선고 이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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