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취재파일] 14살 '리틀 김연아' 김예림의 국제 무대 '승부수'

서대원 기자 sdw21@sbs.co.kr

작성 2017.08.03 12:00 조회 재생수1,280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14살 리틀 김연아 김예림의 국제 무대 승부수
'리틀 김연아' 3총사로 불리는 여자 피겨 대형 유망주 3명 가운데 14살 김예림 선수가 지난주 열린 2017-2018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대표 선발전에서 대단한 기록을 세웠습니다. 총점 193.08점(프리스케이팅 129.13점, 쇼트프로그램 63.95점)을 받아 '피겨 여왕' 김연아 이후 한국 여자 선수 최고점을 작성한 것입니다. 
            ▲ 피겨 김예림 선수 프리스케이팅 영상 (2017년 7월 29일)
'리틀 김연아'3총사. (왼쪽부터) 임은수(14세), 김예림(14세), 유영(13세)
130점에 가까운 프리스케이팅 점수를 받은 것도 놀랍지만 더욱 놀라운 점은 7개의 점프 과제를 모두 프로그램 후반에 배치하는 파격적인 전략을 선보였다는 겁니다. 프리스케이팅, 이른바 롱 프로그램의 경우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 부담이 크기 때문에 중반 이후에 뛰는 점프는 기본 점수에 10% 가산점이 부여됩니다. 가산점을 받는 건 좋지만 아무래도 체력이 관건이라 많은 선수들이 전반에 점프 3개, 후반에 점프 4개를 뛰고, 현역 최강자인 러시아의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 등 일부 선수만 전반에 2개, 후반에 5개를 배치합니다.

물론 주니어의 경우 프리스케이팅 연기 시간이 시니어에 비해 좀 짧긴 하지만(시니어는 3분 50초~4분 10초, 주니어는 3분 20초~40초) 후반에 점프 7개를 몰아 뛴 김예림 선수의 프로그램 구성은 대단히 공격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시도였습니다. 결과적으로 김예림은 후반에 수행한 점프 과제 7개 모두 가산점을 받으면서 깔끔하게 성공했고, 이게 고득점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김예림 선수 점수표  (x 표시된 부분이 기본 점수에 10% 가산점을 받은 점프)
"제가 지난 시즌에는 앞에 점프를 하나 뛰고 후반에는 6개를 뛰었는데, 새 시즌이고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어서 점프 7개를 전부 뒤에서 뛰었고요, 아무래도 조금 힘들긴 했지만 계속 연습해서 몸에 좀 익다 보니까 적응됐던 것 같아요."

선발전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다음 대회 준비에 들어간 김예림 선수를 태릉 선수촌 빙상장에서 만났습니다. 점프를 모두 후반에 배치한 이유, 그리고 새 시즌에도 계속 같은 구성으로 갈 건지를 물어봤더니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일단 제가 이번에 주니어 그랑프리에 나가게 되면 러시아 선수들이나 일본 선수들이랑 붙어야 되는데, 저라는 선수를 기억시킬 만한 게 뭐가 있을까 했을 때 제가 점프를 뒤에서 7개를 뛰면 어느 정도 인상이 남지 않을까 싶어서 이런 전략을 썼던 것 같아요."
[취재파일] 14살 '리틀 김연아' 김예림 3,4
새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출전을 염두에 둔 국제 무대 승부수인 겁니다. 김예림은 지난 시즌에  처음으로 주니어 그랑프리에 나섰는데, 두 대회에 출전해 메달권에는 들지 못했습니다(1차 대회 4위, 3차 대회 5위). 김예림의 말 대로 주니어 여자 싱글은 러시아와 일본 선수들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비단 주니어뿐만 아니라 시니어도 러시아, 일본 선수들이 강하죠).

지난 시즌 7개 대회 가운데 러시아 선수가 5번, 일본 선수가 2번 우승했습니다. 김예림이 출전했던 1차 대회 때는 러시아의 알리나 자기토바(15세), 3차 대회에서는 일본의 사카모토 카오리(17세)가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주니어 그랑프리 2년 차를 맞아 올 시즌에는 좋은 성적으로, 그리고 공격적인 프로그램으로 김예림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키고 싶다는 의지입니다.      
지난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여자 싱글 우승자
          
물론 이번 선발전이 국내 대회라 김예림의 193.08점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인점수는 아니지만 지난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 우승자들의 성적과 비교해보면 올 시즌에 김예림이 충분히 메달권에 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이번 선발전과 같은 '클린 연기'를 펼친다면 우승까지도 노려볼 만 합니다.

역대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한국 여자 선수는 단 두 명뿐입니다. 피겨여왕 김연아, 그리고 한때 '포스트 김연아'의 선두 주자로 꼽혔던 김해진(2012년 9월 우승) 선수입니다. 김예림은 내일(금)과 모레(토) 홍콩에서 열리는 아시안 오픈 트로피 대회 주니어 여자 싱글에 출전해 새 시즌 국제무대 경쟁력을 테스트합니다. 
[취재파일] 14살 '리틀 김연아' 김예림 5

이번에 받은 점수가 193점이니 자연스럽게 200점 목표에 대해 물어봤는데, 그 질문에 대한 김예림 선수의 얘기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단순히 200점을 받는 게 목표가 아니라 200점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선수가 되는 게 제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