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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오존주의보 역대 최다 발령…저농도 오존도 심장병 위험 높인다

[취재파일] 오존주의보 역대 최다 발령…저농도 오존도 심장병 위험 높인다
장마가 끝나자 이번에는 폭염이 기승이다. 특히 폭염과 함께 불청객인 오존(O3)까지 덩달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들어 오존주의보 발령 횟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대기 중 1시간 평균 오존 농도가 120ppb(0.12ppm) 이상일 때 오존주의보를 발령하고 있는데 올 들어 8월 1일 현재까지 전국에서 발령된 오존주의보는 총 244회나 된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발령됐던 지난해(2016년) 기록 241회를 이미 넘어섰다. 역대 최다 기록이다. 이제 8월이 시작됐을 뿐이고 9월에도 오존주의보가 발령되는 경우가 있어 올해 오존주의보 발령횟수는 앞으로도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 2012년까지만 해도 한 해에 발령되는 오존주의보 횟수는 100회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1년에 130~150회 정도 발령됐고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 2016년에는 전국 곳곳에서 241회나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 올해는 이미 이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오존주의보 발령 권역이 늘어나면서 발령 횟수가 일부 늘어난 면도 있지만 대도시 기온이 상승하고 전반적으로 오존 농도가 점점 상승하면서 나타나는 결과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고농도 오존이 천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고 폐 기능을 떨어뜨리고 각종 폐질환을 일으킨다고 경고하고 있다. 강력한 산화제인 오존이 호흡기로 들어오면서 기관지나 허파 조직까지도 손상시키는 것이다.

때문에 세계보건기구는 8시간 평균 오존 농도가 100㎍/㎥를 넘지 않도록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WHO 권고기준). 100㎍/㎥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사용 하는 ppb 단위로 환산할 경우 약 50ppb에 해당된다. 결국 8시간 평균 오존 농도가 50ppb를 넘어서는 것은 호흡기 건강에 좋지 않다는 뜻이 된다. 세계보건기구는 특히 최근 유럽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오존 농도가 5ppb씩 증가할 때마다 하루 사망률이 0.3%씩 올라가고 심장병은 0.4%씩 늘어난다고 밝히고 있다.
미세먼지, 고온, 오존 삼중고
우리나라 오존주의보는 1시간 평균 농도를 기준으로 발령하고 세계보건기구 권고기준은 8시간 평균 자료를 기준으로 하는 만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세계보건기구 권고기준의 2배가 넘는 오존주의보 발령이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고농도 오존에 노출되는 횟수가 잦아지고 결과적으로 건강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보건기구가 밝혔듯이 오존이 호흡기나 심장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존주의보가 발령될 정도의 고농도 오존만 문제가 되는 것일까? 고농도 오존만 호흡기질환이나 심장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것일까? 오존주의보가 발령되지 않을 정도의 저농도 오존은 건강에 별 문제가 없을까?

최근 미국과 중국 공동연구팀이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하나 발표했다(Day et al.,2017). 연구팀은 2014년 12월부터 2015년 1월까지 겨울철 2개월 동안 중국 창사(長沙)에 있는 한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 89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다. 근로자들은 하루 중 거의 대부분 시간을 작업장에 머물렀는데 평균 나이는 31.5세로 젊고 건강했다. 연구팀은 오존을 비롯해 작업장 내의 각종 오염물질을 측정하고 근로자들이 오존에 노출되는 정도와 혈압의 변화, 혈소판 활성화 정도, 혈전 생성 관련 요소, 동맥경화도, 폐 기능 등 각종 건강 관련 지표를 측정했다.

실험 기간 중 근로자들은 24시간 평균으로 볼 때 1.45~19.45ppb의 오존에 노출됐고, 2주 단위로 볼 때 4.46~13.28ppb의 오존에 노출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오존주의보 발령 기준이 1시간 평균 120ppb, 여름철인 7월 우리나라 일평균 대기 중 오존 농도가 20~50ppb 정도를 오르내리는 것과 비교하면 근로자들이 노출된 오존 농도는 높은 수준이 아니다.

그런데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폐 기능에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오존 농도가 높아질수록 혈압은 올라갔고 혈전 생성 위험 또한 의미 있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존주의보가 내려지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노출될 수 있는 낮은 농도의 오존에 단기간 노출돼도 혈압이 올라가고 혈전이 발생해 혈관을 막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지 않는 낮은 농도의 오존에 짧은 기간 노출돼도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을 비롯한 각종 심혈관질환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킬 가능성은 높아졌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현재 오존에 대한 각종 환경기준이 호흡기질환 유발이나 악화를 기준으로 설정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를 기준으로 볼 때 현재 정해진 오존에 대한 환경 기준은 심장병을 생각할 경우 너무 높게 설정돼 있어 수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햇빛, 폭염, 오존
한여름 햇볕이 뜨겁게 내리쬔다. 자동차와 산업체, 각종 용매, 주유소 등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오존이 만들어지는데 필수적인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끊임없이 배출하고 있다. 광화학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오후시간만 되면 오존 농도는 어김없이 크게 높아진다. 또 어디에선가는 오존주의보까지 발령된다.

여름철 한반도 일평균 오존 농도 20~50ppb, 오존주의보 기준인 1시간 평균 120ppb는 이번 연구가 진행된 중국 창사 작업장의 오존 농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뚜렷한 대책도 없고 사람들의 관심마저 덜한 사이 오존이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참고문헌>

* Day DB, Xiang J, Mo J, Li F, Chung M, Gong J, Weschler CJ, Ohman-Strickland PA, Sundell J, Weng W, Zhang Y, Zhang J. Association of Ozone Exposure With Cardiorespiratory Pathophysiologic Mechanisms in Healthy Adults. JAMA Intern Med. Published online July 17, 2017. doi:10.1001/jamainternmed.2017.2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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