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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차렷, 경례"…방통위원장 취임식장에 '사라진 구령' 울려 퍼진 이유는?

김수형 기자 sean@sbs.co.kr

작성 2017.08.01 17:58 수정 2017.08.01 18:22 조회 재생수9,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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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차렷, 경례"…방통위원장 취임식장에 사라진 구령 울려 퍼진 이유는?
● '대화와 타협' 기본정신 가진 방송통신위원회 
 
5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된 방송통신위원회는 우리나라 정부조직에서 여러 가지로 독특한 조직입니다. 부처의 크기로 보면 아주 작은 규모에 속하지만, 차관급 상임위원이 4명에 장관급 방통위원장까지 5명의 고위 관료가 합의제로 의사결정을 합니다. 5명이 동등한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기 때문에 다수결 원칙에 따라 3명 이상이 동의하지 않으면 어느 것 하나 결정되지 않는 구조입니다.

또 상임위원도 정치권에서 추천 권한을 가지기 때문에 대통령, 여당, 야당이 나눠서 상임위원을 추천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 동의 절차 또한 필수입니다. 대화와 타협이 정부 조직 설계의 기본정신이기 때문에 다른 부처보다 더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가능해야 제대로 된 업무가 가능합니다.  

● "차렷! 경례"…사라진 구령 등장한 취임식장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취임식 (사진=연합뉴스)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의 취임식은 여러 가지로 기대되는 바가 컸습니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에서 여러 가지 의혹들을 제기하며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했지만, 그럼에도 청와대가 방송개혁 논의를 주도할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이 위원장을 임명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포부와 철학을 밝히고 앞으로 어떻게 방통위를 운영할지 한 마디 한 마디가 관심사였습니다. 이 위원장과 함께 새로 임명되는 표철수, 허욱 위원과 함께 4기 방통위가 정식 출범되는 순간이어서 평소보다 기자들이 방송통신위원회를 많이 찾았습니다.

과천 방통위 대강당에 직원들 백여 명이 모인 가운데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처음 단상에 등장했습니다. 상임위원 4명은 뒤에 앉아 위원장 발언을 듣는 자리 배치였습니다. 방통위원장이 등장하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달라"는 진행자의 부탁이 방송됐습니다. 기관장이 처음 부처에 입장하는 만큼 예의를 갖추는 차원이라고 이해됐습니다. 이 위원장이 발언대 앞에 서자 이번에는 "차렷, 위원장님께 경례"라는 구령이 나왔습니다. 엉겁결에 직원들도 인사를 하고 방통위원장도 깊은 목례로 답했습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기는 했지만, 출입처의 수장이 직원들과 차렷, 경례를 주고받은 걸 본 기억이 없습니다. 요즘 일선 학교에서도 군대식 문화의 잔재라며 이런 구령을 안 한 지 오래됐습니다.

이효성 위원장의 취임사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방송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을 가장 강조했습니다. 교수 시절부터 언론개혁의 소신을 강조했던 만큼 의미심장하면서도 앞으로 방통위의 방향성을 잘 담은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구체화 시킬지 궁금함이 많이 남는 취임사이기도 했습니다. 이 방통위원장이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에게 일일이 인사할 때 기자들이 질의응답을 할지 묻자, 위원장이 뭔가 답을 하는 듯했지만 방통위 직원들이 먼저 나서 "이번에는 질의응답 없다"고 답을 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정부 부처 수장 격인 장관이 기자들의 질의응답 없이 기자실을 빠져나간 건 여러 가지로 이상했습니다.

● '탈권위' 대세인 문재인 정부, 방통위의 조직 문화는?
문 대통령, 문무일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검찰총장보다 먼저 더 깊이 인사하고, 임명장을 주는 모습은 기존 정부에서는 찾기 어려운 모습임에 분명했습니다. 문무일 총장도 취임식장에 입장할 때 간부들이 일어서지 않고 박수로만 환영의 뜻을 밝힌 것도 파격이었습니다. 경직된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해 대통령부터 부처 수장까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그동안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직 문화는 어땠는지 묻고 싶었습니다. 방송 통신 업계에 대한 막대한 규제 권한을 갖고 있는 정부 기관이다 보니 권위에 바탕을 둔 상명하복 문화가 지배적이었던 건 아닌지 생각해볼 일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구현하려는 이효성 방통위원장과 새로 구성된 4기 방송통신위원회는 권위주의라는 적폐를 없애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