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 제보하기

[취재파일] 할증기준 이하 경미한 사고에 보험료 42% 급등 이유는?

한 번만 사고내도 인상하는 항목, 제대로 알리지 않아

고철종 기자 sbskcj@sbs.co.kr

작성 2017.08.01 09:45 조회 재생수6,651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할증기준 이하 경미한 사고에 보험료 42% 급등 이유는?
올 초에 경미한 차 사고를 냈습니다. 귀가하던 중 아파트 입구에 늘어선 주차 차량들 때문에 좁아진 도로에서 교행하는 차를 피하려다 살짝 스친 것입니다.

상대 차가 정지한 상태에서 내 차가 먼저 움직이며 사고를 냈기 때문에 과실이 더 커 보험처리를 하게 됐습니다.

살짝 긁혀 부분 도색도 가능할 거라 판단했는데, 상대편에서 전체를 도색한다며 수리비가 170만 원 정도 될 거라고 통보하더군요. 알고 보니 일제 차량인 데다 걔 중에서도 수리비가 과도하게 높게 나오는 차종이었습니다.

자동차 사고로 보험 처리해보긴 운전경력 30년 가까이에 처음이었습니다. 보험사에 문의하니, 물적 사고 할증기준금액 한도가 2백만 원으로 설정돼 있는 반면, 수리비가 그 이하로 나왔기 때문에 갱신 때 보험료 인상은 없을 거란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역시 보험이 좋다”라고 생각하며 기꺼이 보험 처리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뜻밖의 통보를 받았습니다. 보험을 갱신했는데 무려 요금이 42%나 오른 겁니다. 연간 35만9천 원 내던 보험료를 51만 원 내야 했습니다.

깜짝 놀라 보험사에 문의했더니,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었습니다. 2백만 원 이하 사고라 할인할증등급의 변화는 없으나, 사고건수 기준에 따라 할증이 됐고, 또 그동안의 3년 무사고 할인이 사라져서 할증폭이 컸다는 겁니다.

그리고는 “많은 고객님들이 물적사고 할증기준금액 이하의 사고는 갱신시 보험료가 할증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계시나, ‘사고건수 평가기준’에 따라 할증요율이 부과됩니다.”라는 처음 보험처리해 보는 입장에선 듣도 보도 못한 설명을 해주더군요.

금액이 크게 오른 배경은 13%가량 받았던 무사고 할증이 사라졌고, 경미한 사고에도 무조건 요금이 오르는 사고건수 기준에 따라 또 12%올랐으며, 납득이 안 되는 보험요율 조정으로 5%가량, 그리고 나이가 요율인상 기준에 들었다며 7%가량 올리는 등 인상 이유가 끝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왜 사고 처리 과정에서 할증기준금액 이하니까 보험료 증액은 없을 거라고 설명했냐고 물으니, 그것은 할인할증 등급의 변화가 없다는 이야기랍니다.

자세히 들어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사고 때문에 보험을 가입한 소비자로선 도저히 상식적으로 알고 있을 만한 내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가입자들은 물적사고 기준금액 이하니까 보험금이 안 오를 거라는 생각만 했을 것이고, 실제로 사고 처리 때 상담원들 역시 이 부분만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실 많은 가입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예전에는 사고건수와 관계없이 할증 기준금액 이하의 보험금이 나오면 갱신 때 보험료를 올리지 않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2년부터 보험사들이 사고건수요율 항목을 넣어 단 한 번의 경미한 사고만 있어도 보험료를 인상하고 있습니다. 통계로 보면 4개 대형 보험사의 자동차 계약자 가운데 21%, 즉 다섯 명 중에 한명이 이 때문에 보험료가 할증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약관에도 알리지 않다보니 정말 모처럼 작은 사고를 낸 운전자들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민원이 쇄도하자 감사원이 이를 지적했지만, 약관표시 여부는 아직까지 보험사 자율에 맡겨지고 있습니다.

사고 처리과정에서도 사고 때문에 가뜩이나 열 받은 고객에게 할인할증등급요율은 변화가 없지만, 사고건수 요율 때문에 보험료가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어렵고 장황한 설명을 과감하게 하는 상담원들도 없겠지요.

결국 오랫동안 안전운전을 하다 물적사고 할증기준금액 이하의 사고를 내고선, 보험처리해도 보험료가 오르지 않을 거라고 안도하는 가입자들만, 대폭 오른 보험료에 놀라고 항의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금융상품이란 게 원래 불리한 부분을 숨기는 속성을 갖고 있지만, 자동차 보험에서 가장 예민하고 결정적인 요금인상 부분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것은 기업의 도덕성 차원에서 분명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