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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음료 드렸는데…훈훈한 치킨집 문자 사건

치킨집 문자 사건의 전말
지난주 토요일,
그러니까 중복날이요!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집돌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어요.
밥 먹고, 낮잠 자고, 게임도 하면서요.
아, 제가 입대를 앞두고 있거든요...

그러다 중복이라는 걸 알게 됐죠.
실시간 검색어에 계속 떠 있더라고요.

알고 나니 갑자기 치킨이 당기더라고요.
그런데 주문이 망설여졌어요.

비가 오고 있었거든요.
20분 정도 고민하다가
빗발이 약해졌을 때 ‘이때다!’하고
배달 어플로 치킨을 주문했어요.

요청사항에는 천천히 와도 좋으니
안전하게 오시라고 남겼죠.
그래도 뭔가 죄송해 집에 있는
비타민 음료를 
냉장고에 넣고 기다렸어요.

40분이 지났을 무렵, 현관문 앞에서 
‘크흠(?)’ 이런 소리가 들렸어요.
드디어 치느님이 오신 거죠!
문 앞에는 비를 뚫고 달려오신
치킨 배달원 아저씨가 서 계셨어요.

치킨을 받으면서
오시느라 힘드셨을 아저씨께 
미리 준비해 둔 비타민 음료를 건넸죠.
“감사합니다!”
- 치킨 배달원 아저씨

음료수를 받은 아저씨께서는
고맙다는 말을 하시고 떠나셨어요.

그렇게 기분 좋은 복날을 보냈는데,
며칠 후 모르는 번호로
문자 하나를 받았어요.
치킨집 사모님의 문자였어요.
음료수가 너무 고맙다는 내용이었죠!

제가 드린 음료수 덕분에
아저씨께서 감동받아 용기를 내셨다고
사모님이 저한테 연락을 주신 거예요.
며칠 전 남편이랑 일을 하다 더워
시원한 음료수 한 잔씩 마시고 있었죠.

그러다 남편이 며칠 전 배달 갔다가
감동받은 일을 말해주더라고요.
그 학생 이야기였어요.
“그날 배달 갔는데 한 예쁜 학생이
나한테 음료수를 한잔 건네더라고.

비 오는 날 배달해줘서고맙다고...

그걸 받는데 왜 이렇게 울컥하던지...
눈물 참느라 혼났어.”

- 조성우 씨 (치킨집 사장님)

이야기를 듣는데
저도 울컥하더라고요.
사실 남편이 5년 전에 ‘뇌교출혈’로
쓰러져 식물인간 상태였거든요.

지금은 몇 번의 수술과 재활치료로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후유증은 남아있죠.

그리고 3개월 전에
치킨집을 차렸어요.
처음에는 사건사고의 연속이었어요.
오토바이 운전이 처음인 남편은
매일 넘어지고, 다쳤죠. 

그런데 무엇보다 힘든 건 
몇몇 손님들의 시선이었어요.
왜 술 취한 사람한테 배달 보냈냐며
배달원 바꾸라는 전화를
매일 한통 이상 받았거든요.

사실 저희 남편이 
목에 마비가 와서
아직 말이 좀 어눌하거든요.
“그 음료수가 얼마나 시원하던지...
태어나서 마신 것 중에
제일 시원했어.”

- 조성우 씨 (치킨집 사장님)

그래서 남편도 상처 많이 받았는데
그 학생 덕분에 다시 용기를 냈대요.

그 음료수 한 잔이 
남편에게는 용기, 희망이 된 거죠.
남편에게 희망을 준 학생이 
너무 고마워 주문 내역을 찾아 
문자를 보냈어요. 너무 고맙다고...  

그런데 그 착한 학생은 되려
죄송하고 부끄럽다고 하더라고요.
요즘에 이런 착한 학생이 어디 있어요.
그 학생한테 전하고 싶은 말이요?

군대에서 휴가 나오면 찾아오라고요!
저랑 제 남편이 치킨이랑 
시원한 맥주 한 잔 대접하고 싶거든요!
문자를 받고 인터넷에 올렸더니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더라고요.

저는 아저씨 사연을 듣고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는 걸 
알리고 싶어 글을 쓴 건데...
이렇게 주목받으니 조금 부끄러워요.

동시에 제 작은 배려가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게 뿌듯하기도 해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만 배려한다면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 이 기사는 신재용, 조영순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재구성된 1인칭 카드뉴스입니다.
에필로그.
아, 그리고 저 
9월 11일에 입대하거든요....
앞으로 군대에서 
열심히 국민을 지키겠습니다~!!!


'중복에 치킨 시키고 사장님한테 받은 문자'가 인터넷에서 화제입니다. 비가 오는 날 치킨 배달을 시키는 게 죄송해 배달원 아저씨께 시원한 음료수 한 잔을 건넨 신재용 씨의 이야기입니다. 알고 보니 배달 오신 치킨집 사장님에게는 아픈 사연이 있었습니다.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화제의 인물을 직접 인터뷰했습니다.  

기획 하현종, 정혜윤 /  그래픽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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