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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딸 같아서 그래" 직장 내 성희롱…두 번 우는 피해자들

[리포트+] "딸 같아서 그래" 직장 내 성희롱…두 번 우는 피해자들
2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회식 자리에서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습니다. 어깨를 감싸고 입을 맞추는 상사의 행동에 A씨는 회사 인사팀에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상사에 대한 징계나 부서 이동 등의 조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 A씨는 인사팀의 결정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상사에 대한 징계는 몇 달 감봉에 불과했고 부서 이동도 없어 매일 얼굴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회사 내 소문이 퍼지면서 A씨에 대해 수군거리는 사람들이 생겼고 직장 동료로부터 "상사가 벼르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전해 들었습니다. A씨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다른 직장을 알아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이 겪는 '2차 피해'도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성희롱을 당하고도 오히려 불이익 처분, 직장 내 따돌림 등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회사를 떠나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 해고부터 따돌림까지…불이익 조치 받는 성희롱 피해자들

지난 18일, 서울여성노동자회가 '직장 내 성희롱이 피해자 심리 정서에 미치는 영향과 성희롱 문제 제기로 인한 불이익 조치 경험 실태조사'를 발표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벌인 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3명 중 57%에 달하는 58명이 성희롱 문제 제기 이후 회사로부터 불이익 조치를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34%였던 2015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입니다. 불이익 조치로는 '파면, 해임, 해고 등 신분상의 불이익'과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등 정신적·신체적 손상'이 각각 53.4%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전보, 전근, 직무 미부여, 직무 재배치 등 인사조치'가 29.3%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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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문제 제기 이후 회사로부터 받은 불이익 조치><button class= 이미지 확대하기
중복응답 가능 파면, 해임, 해고 등 신분상의 불이익 (53.4%) /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등 정신적, 신체적 손상 (53.4%) / 전보, 전근, 직무 미부여, 직무 재배치 등 인사조치 (29.3%) / 성과평가, 동료평가, 임금, 상여금 등의 차별 (20.7%) / 징계, 정직, 감봉, 승진 제한 등 부당한 인사조치 (19.0%) / 교육, 훈련 제한 등 근무 조건에 부정적 조치 (13.8%) //////" data-captionyn="N" id="i201075488"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170727/201075488_1280.jpg" style="display:block; margin:20px auto"> ■ "눈치 보여서"…성희롱 당하고도 10명 중 7명은 퇴사 선택

2차 피해를 겪고 회사를 떠나는 피해자들도 많았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74명이 불이익 조치와 따돌림 등으로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희롱 피해자 10명 중 7명 정도가 회사를 떠나는 겁니다. 성희롱을 당한 뒤 회사에 계속 다니는 사람은 29명으로 전체의 28%에 불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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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한 피해자 74명(72%)
남아 있는 피해자 29명(28%)
<성희롱 피해자 103명을 대상으로 조사><button class= 이미지 확대하기
//" data-captionyn="N" id="i201075489"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170727/201075489_1280.jpg" style="display:block; margin:20px auto">특히 퇴사한 피해자 74명의 80%에 달하는 60명은 6개월 이내에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서울여성노동자회 측은 "맞서 싸워봤자 가해자 처벌은 솜방망이에 불과하고 피해자가 주변의 눈치를 보게 되는 구조 탓"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성희롱 피해로 산재 인정받은 사례는 있지만…

직장 상사의 성희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가 불이익과 괴롭힘 등 2차 피해에 시달려온 30대 여성 B씨가 지난 6일,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았습니다. B씨가 지난 1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요양신청을 한 지 여섯 달 만의 일입니다.

B씨 측은 진단서를 통해 "상세 불명의 우울병 에피소드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것으로, 성희롱 문제 제기 이후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과 2차 피해로 인해 정신질환을 야기하고 악화시켰다"는 증상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이 피해자 심리 정서에 악영향을 미쳐 노동권을 침해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셈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우는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습니다. B씨 역시 산업재해를 인정받는 과정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2차 피해를 겪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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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예진 /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공인노무사] - 여성신문 인터뷰 中
"직장 내 성희롱을 입증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한 정신적 질환도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피해 여성이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하더라도 산재 신청을 하지 못하거나 신청을 해도 승인받기 힘듭니다."
■ "과태료 내면 그만",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 솜방망이 처벌

1999년 남녀고용평등법에 직장 내 성희롱 관련 규정이 신설됐지만, 전문가들은 해당 규정이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내부 징계 수위는 오롯이 사업주의 재량으로 결정됩니다. 성희롱 2차 피해에 대한 규정도 모호한 상황입니다.

현행법에서 회사 측이 성희롱 피해자에게 부당한 조치를 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부당한 조치가 무엇인지 판단할 세부 조항은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또한 가해자가 사업주인 경우, 처벌은 과태료 등으로 한정됩니다. 직장 내 성희롱은 피해자가 저항하기 힘든 특수성이 있는 만큼 규정을 보다 명확히 하고 처벌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처벌 강화 기준이 필요하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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