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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몸짱', '체력왕'으로 거듭난 빙판 위 태극 전사들

벤치프레스 '1개' -> '9개'…평창 향한 밑거름 다졌다!

[취재파일] '몸짱', '체력왕'으로 거듭난 빙판 위 태극 전사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NHL 출신 백지선 감독과 박용수 코치가 부임한 뒤 박용수 코치의 제안으로 2015년부터 미국 트레이닝 전문업체 '엑소스(EXOS)'의 체력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스하키 선수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체력을 키우도록 초점이 맞춰졌는데, 처음 훈련을 시작할 때만 해도 우리 선수들의 체력은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됐습니다.

2015년 5월 처음 훈련을 시작하며 100kg 벤치 프레스 테스트를 했을 때, 30명의 선수 가운데 2/3에 가까운 19명이 100kg 바벨을 단 한 번도 들지 못했습니다. 바벨을 든 11명의 선수 가운데에도 이총현(9개)을 제외하면 5번 이상 든 선수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2년여가 흐른 지난 24일, 올여름 체력 훈련에 대한 테스트에 나선 우리 선수들은 이전과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100kg의 바벨을 가볍게 들어 올렸습니다. 부상 선수들과 골리 캠프에 참가한 선수 등을 제외하고 20명의 선수가 측정을 했는데, 100kg 벤치 프레스에 실패한 선수는 한 명도 없었고 절반에 가까운 9명이 10개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100kg 벤치프레스 측정
2년 전 1번 들기도 힘들었던 100kg 바벨을 이제는 10번 가량 들어 올릴 정도로 힘이 좋아진 겁니다. (2015년 5월 평균 1.15개 → 2017년 7월 평균 9.15개)
 
아이스하키 대표팀 주요선수 '100kg 벤치 프레스 횟수'
  2015년 5월 2017년 5월 2017년 7월
김기성 2 7 12
조민호 2 10 18
이돈구 3 10 18
이총현 9 12 19

단지 역기를 드는 힘만 좋아진 것이 아닙니다. 제자리 멀리뛰기(2015년 234.7 cm → 2017년 249.4 cm)와 서전트 점프 (2015년 21.9 inch → 2017년 23.4 inch) 등 대표 선수들의 모든 운동 능력은 2년 전보다 부쩍 향상됐습니다. 또 '공포의 삑삑이'로 불리는 셔틀런 테스트 결과 최대 산소 섭취 능력, 지구력도 놀랄 만큼 좋아졌습니다.
공포의 삑삑이 셔틀런 테스트 중인 대표 선수들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NHL식 체력 훈련은 체력 강화와 함께 부상 예방의 효과도 있습니다. 대표팀은 체력 훈련을 하면서 이른바 FMS(Functional Movement System) 테스트 7가지를 통해 선수들의 어깨와 발목, 골반 등 신체 각 부위별 움직임을 수치화한 뒤 움직임이 좋지 않은 신체 부분에 대해서는 맞춤 훈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7개의 테스트는 각각 최저 0점에서 최고 3점까지 주어져 전체 21점이 만점입니다. 점수가 높을수록 각 부위별 움직임이 무리가 없어 부상 가능성이 낮다는 걸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골반의 움직임 여부를 보는 허들 테스트 점수가 낮은 선수는 골반 쪽 유연성 강화 훈련을 하고, 누운 상태에서 다리를 들어 올리는 ASLR 테스트 결과가 좋지 않은 선수는 허벅지 햄스트링 근육을 집중 관리하는 방식으로 부상 발생 가능성이 높은 부위를 단련시켜 주는 겁니다. 지난 5월 15일 올해 첫 훈련을 시작할 당시 평균 15.6에 그쳤던 선수들의 FMS 수치는 10주간 훈련을 마친 뒤에는 18.5로 뛰어올랐습니다. 단순히 수치만 놓고 보면 몸의 움직임이 1~20% 부드러워져 그만큼 부상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얘기입니다.
FMS테스트 (왼쪽 ASLR, 오른쪽 허들테스트)
진강호 대표팀 트레이너는 "특히 부상이 잦은 어깨나 고관절 등은 일주일에 두 차례 회복 운동을 통해 따로 부상 예방도 하고 있다"며 "빙판 위 연습이나 경기 도중 물리적 마찰 등으로 발생하는 부상은 어쩔 수 없지만, 만성적인 부상들은 예전에 비해 확연히 줄어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체력이 좋아지고, 부상 위험은 줄어든 선수들의 자신감은 한층 커졌습니다. 신상우 선수는 "예전에도 체력 운동을 하기는 했지만, 그때는 아이스 링크 밖에서 하는 운동과 링크 위 훈련이 전혀 별개로 느껴졌는데, 이제는 체력 훈련의 성과가 곧바로 링크 위에서 나타나요"라고 여름 훈련의 효과를 밝히며 "일단 체력 면에서 우리가 월등하다고 생각해요. 몸싸움이라든지 힘은 10주 동안 열심히 노력해서 키웠으니까 이제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링크 위에서 한 번 부딪혀 봐도 밀리지 않을 것 같아요"라고 당차게 말했습니다.

실제로 우리 선수들의 체력은 경기력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4월 세계선수권에서 태극전사들은 카자흐스탄과 헝가리 등 세계 10위권 강호들을 상대하면서도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았고 지칠 줄 몰랐습니다.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더욱 힘을 냈고 5경기에서 기록한 13골 가운데 60%가 넘는 8골을 마지막 3피리어드에 몰아쳤습니다. 그렇게 2차례나 3피리어드에 역전승을 거두며, 사상 첫 세계선수권 1부 리그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체력 훈련 테스트를 마친 뒤 인터뷰 중인 박용수 대표팀 코치
사상 첫 1부 리그 진출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5월 15일부터 시작한 체력 훈련은 7월 25일까지 70일 동안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우리 선수들의 체력은 또 한 번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NHL식 체력 훈련을 처음 도입한 박용수 코치는 마지막 체력 테스트가 끝난 뒤 "우리 선수들이 올여름 흘린 땀방울과 노력은 빙판 위에서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히딩크 감독의 체력훈련이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밑거름이 된 것처럼, '백지선의 아이들'도 평창 신화를 위한 밑거름을 뿌렸습니다. 오늘부터 실시하는 유럽 전지훈련과 11월, 12월에 연이어 있을 평가전에서 실전 감각과 경험을 끌어 올린다면, 2018년 2월에는 빙판 위의 태극전사들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주인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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