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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닭, 내 별명은 '닭대가리'…그래서 '치믈리에' 도전해봤다

'닭대가리'

학창시절부터 
1일 1치킨을 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친구들이 지어준 별명이다.
난 별명이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친구들 사이
치킨 전문가로 통했기 때문이다.
치킨에 관해서라면 어디서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그래서 지난주 토요일
‘치믈리에 자격시험’에 응시했다.
고사장은 전국에서 모인 
500여 명의 치킨 덕후로 가득 찼다.
연예인도 봤다.
“ 망신만 안 당했으면 좋겠어요.
멕시카나 페리카나 등 
옛날 치킨 브랜드 맞히는 건 자신이 있어요. ”
마치 수능 시험장을
방불케 할 만큼 분위기는 진지했다.
긴장을 풀려고 옆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한 치킨동아리 회원이었다.
 “혹시 좋아하는 치킨이 있으신가요?”
 
내가 조심스레 묻자 그는 갑자기 
나를 지그시 쳐다보며 말했다.
“ 저는 치킨을 편애하거나 차별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맛없는 치킨은 없습니다. 
다른 맛의 치킨만 있을 뿐. "
예상못한 확고한 철학에
나는 온몸이 곤두섰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이란 말인가.
1차 필기시험이 시작됐다.
쉽게 다 맞힐 것이라 예상했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
내가 늘 먹는 페리카나 치킨의
영어 스펠링을 묻는 문제.
머리를 쥐어뜯다 찍었는데
간신히 맞혔다.
이름을 보고 무슨 맛 치킨인지 맞히는 문제.
‘치레카’가 카레맛 치킨이
아니란 말야? ㅎㄷㄷ
맛만 보고 치킨 메뉴명을 맞히는
2차 실기 시험이 시작됐다.
맛의 차이가 미묘해 거의 찍어야 했다.
특히 후라이드 치킨은 도저히 
구별하기 어려웠다.
그때 아까 치킨철학을 알려준 
그 동아리 회원이 다가와 말했다.
"치킨은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기억하는 겁니다. 
먹으면 바로 무슨 치킨인지 떠올라야 하죠."
고수 틈바구니 속
내 모습은 초라했다.
가채점 해봤더니 
42문제 중 19문제만 맞혔다. 
스스로를 되돌아본 계기였다.
늘 자부심을 갖고 있던
‘닭대가리’라는 별명이
처음으로 부끄러웠던 날이었다.
오늘은 이 슬픔을 치킨으로 승화해야겠다.

지난 22일, 치킨마니아를 인증해주는 치믈리에 자격시험이 열렸습니다. 500여명이 함께하며 마치 수능시험장을 방불케 한 이 시험에 스브스뉴스가 직접 도전해봤습니다. 

(기획 하대석 기자, 김유진 / 구성 박동엽 인턴 / 그래픽 김태화)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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