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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단독] 세계 다이빙 우하람, 3m 스프링보드 준결승 티켓 따고도 기권

심판진의 실수를 덮어 준 우하람의 스포츠맨십

[취재파일][단독] 세계 다이빙 우하람, 3m 스프링보드 준결승 티켓 따고도 기권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고 있는 수영 세계선수권 다이빙 종목에서 심판들이 어이없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그런데 하필 실수한 대상이 대한민국 다이빙의 간판 우하람 선수였습니다. 심판들은 실수는 유래 없는 대형 사고였지만, 우하람 선수의 결단 덕분에 문제는 크게 불거지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 우하람, 3m 스프링보드 예선 마지막 시기서 통한의 실수

우하람은 지난 19일 열린 세계선수권 남자 3m 스프링보드 예선에서 전체 6차시기 중 5차시기까지 최고의 기량을 뽐냈습니다. 4차 시기에서는 87.50점을 받아 1위를 기록하는 등 깜짝 활약을 펼치며 5차시기까지 중간 합계 4위를 질주했습니다. 상승세를 탄 우하람은 마지막 시기에 최고난도(3.9)의 연기에 도전했습니다. 앞으로 2바퀴 반을 돌면서 동시에 3차례 몸을 비트는 연기(Forward 2 1/2Somersaults 3Twists (DIVE 5156B))를 신청했는데,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여기서 실수를 범했습니다. 앞으로 도는 2바퀴 반 회전(Forward 2 1/2Somersaults)은 제대로 소화했지만, 3차례 몸을 비트는 연기(3Twists)는 예정보다 적은 2번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예정된 연기를 하지 못할 경우 ‘0점’ 처리되는 만큼 너무나 뼈아픈 실수였습니다.
우하람
● 심판 전원 어이없는 실수→우하람 ‘31.20점’ 추가 

우하람 선수의 실수가 아쉽기는 하지만 그건 개인적인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심판 전원이 우하람의 6차시기 연기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진짜 큰 문제가 터졌습니다. 7명의 심판들 모두 우하람의 트위스트 숫자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채점을 했고, (예정된 연기를 못한 까닭에) 6차시기에서 0점 처리됐어야 할 우하람은 31.20점을 추가하며 최종 합계 420.10점으로 예선 13위를 기록해 준결승행 티켓을 여유 있게 획득했습니다. (우하람이 6차 시기에서 0점 처리됐다면 22위로 밀려나는 상황이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대회에 나선 최고의 심판 7명이 어떻게 동시에 같은 실수를 범했는지 선뜻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어쨌든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일어났습니다.
우하람

(심판들이 실수한 원인이 무엇일까 추측해보면 ①안정적인 기량의 우하람이 트위스트 횟수를 못 채울 것이라고는 생각 못한 상황에서 ②심판들이 기술 번호를 착각했거나 (♦우하람이 신청한 연기(앞으로 2바퀴 반 회전, 트위스트 3회)의 번호(DIVE 5156B)와 여기서 트위스트를 한 번 뺐을 경우, 즉 우하람이 실제로 행한 연기(앞으로 2바퀴 반 회전, 트위스트 2회)의 번호(DIVE 5154B)가 흡사합니다.) ③또는, 우하람의 입수 동작에도 큰 실수가 있어서 그쪽으로 시선이 쏠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 예선 13위→19위 선수에 준결승 티켓 양보

하지만, 심판들의 실수로 행운의 준결승행 티켓을 따낸 우하람은 18명이 출전하는 준결승 무대에는 나서지 않았습니다. 우하람의 소속팀인 체육진흥공단의 박유현 감독에게 물어보니 이유는 이랬습니다. 예선전이 끝난 뒤 19위로 준결승행이 좌절된 오스트리아의 콘스탄틴 블라하 선수 측에서 대회 조직위에 항의하자 뒤늦게 채점이 잘못된 것을 안 심판진과 대회 조직위가 궁지에 몰렸고, 우하람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출전을 포기했다는 겁니다.

대회관계자들은 경기가 끝나고 전산 입력까지 된 상황에서 점수를 바꿀 수가 없는 만큼 우하람 선수가 규정대로 준결승전에 뛰어야 된다고 했는데, 우하람 선수는 그럴 경우 블라하 선수가 억울하게 준결승 티켓을 놓치게 되는 만큼 스포츠맨십을 발휘해 자진해서 기권했다는 겁니다. (공식적으로 우하람은 예선 13위를 기록했고, 18위까지 출전하는 준결승에는 기권한 것으로 처리됐습니다.) 그리고 우하람이 빠진 자리는 자연스레 19위인 블라하 선수의 몫으로 돌아가며 준결승 경기는 큰 마찰 없이 치러졌습니다. 우하람 선수로서는 자신의 잘못이 아닌 만큼 행운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었지만, 당장 눈앞의 성적과 열매보다는 자신의 양심과 소신을 따른 겁니다.
우하람
● 매너와 성적 모두 빛났다!

스포츠맨십을 발휘해 심판들의 실수까지 덮어 준 우하람은 19살의 나이에도 한국 다이빙의 새 역사를 써가고 있는 선수입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따내며 한국 다이빙의 희망으로 떠올랐고,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서는 한국 다이빙 사상 최초의 올림픽 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대한수영연맹이 대표팀 소집을 늦게 하는 바람에) 진천 선수촌에서 제대로 된 훈련을 1달도 못하고 세계 선수권에 나섰지만, 김영남과 호흡을 맞춘 싱크로 다이빙 2종목에서 모두 결승에 올라 3m 싱크로 스프링보드에서 8위, 10m 싱크로 플랫폼에서 7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밤 열린 10m 플랫폼에서도 10위로 결승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만약 3m 스프링보드에서 규정대로 준결승에 출전해 결승까지 올랐다면 출전 4종목에서 모두 결승 진출이라는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울 수도 있었던 겁니다. 출전 전 종목 결승 진출은 스스로 포기했지만, 우하람은 이번 대회에서 3종목이나 결승에 올라 이미 세계적인 실력을 입증했습니다. 이렇게 매너와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우하람은 오늘밤 마지막으로 나서는 10m 플랫폼 결승에서  한국 다이빙 역대 최고 성적(6위)을 향해 다시 한 번 힘차게 날아오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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