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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상사 없어 신나는 '무두절'…여전히 갈 길은 멀다

[리포트+] 상사 없어 신나는 '무두절'…여전히 갈 길은 멀다
'무두절(無頭節)'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말 그대로 두목 없는 날, 직장에서 상사가 자리를 비우는 날을 말하는 은어입니다. 부장들을 일제히 휴가 보내 무두절을 만들어 주는 등 직원들이 맘 편히 휴가를 갈 수 있게 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실제 전국 97곳에 달하는 업체 지사장들을 일제히 1주일간 휴가 보낸 업체도 있습니다.

상사 눈치를 보면서 휴가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기업 문화를 바꾸기 위해 회사가 내린 결정입니다. 또 다른 업체는 올해부터 2주 휴가제를 도입했습니다. 좋은 직장 만들기란 사내 프로젝트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회사 측이 전격 수용한 겁니다.

직급이 올라갈 때마다 한 달간 안식 휴가를 주거나, 휴가 사용률이 낮은 부서 부서장의 성과급을 깎는 기업까지 생겼습니다. 기업들이 이런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건, 직원들이 잘 쉬어야 오히려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디자인] 모 업체 HR기획팀장
휴가 기간에 재충전을 통해서 생산성도 향상되고, 업무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라든지 효율성 개선,그런 부분에서 큰 효과가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기업들의 상황이 '뉴스'가 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의 '휴가 문화'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 연차 절반밖에 못 쓰는 직장인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재직기간 1년 이상의 만20∼59세 근로자 1천 명과 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연차휴가 가운데 절반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디자인]
연평균 15.1일 연차 휴가 중 52.3%인
7.9일밖에 사용 못 함.
5일 미만이 33.5%로 가장 높았고, 연차휴가 전혀 사용 않는다는 응답자도 11.3%에 달해//
OECD 주요국의 평균 휴가 일수가 20.6일, 휴가사용률이 70% 이상인 것과 비교해보면 꽤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보장된 휴가도 모두 사용하지 못하는 걸까요? 가장 많은 답변(중복응답)은 '직장 내 분위기(44.8%)'였습니다. 이어 '업무과다·대체 인력 부족'(43.1%), '연차휴가 보상금 획득'(28.7%) 등의 답변이 나왔습니다.

눈치 보여서 못 쓰거나, 아예 구조적으로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이 대부분이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돈 때문에, 즉 '한 푼이라도 더 벌자'라는 생각에서 휴가를 쓰지 않는다는 답변이었습니다. 이렇게 휴가를 가지 못하면서 생기는 부정적인 영향도 상당합니다.
[디자인]
휴가를 사용하지 못할 경우 미치는 영향으로는 가장 많은 49.9%가 '삶에 대한 만족감 하락'이라고 응답. 그 다음은 스트레스 누적에 따른 업무 능률 저하(38.5%), 스트레스·피로 누적으로 인한 건강 문제(33.3%) 등의 순. //
휴가에 대한 회사의 분위기가 바뀐다면 직장인들은 휴가를 더 쓸까요? 같은 조사에서 직장인들은 연차휴가를 모두 쓰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하면 현재보다 3.4일이 늘어난 11.3일을 휴가로 사용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조직문화만 바뀌어도 평균 3일(2.94일) 가까이 더 쓰겠다고 답했습니다.

■ 휴가의 가치…생각보다 더 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직장인들이 휴가를 모두 사용한다면 16조 8천억 원의 소비지출액을 창출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지난 2015년 관광수입(17조 원)과 비슷한 수치입니다. 생산유발액도 29조 3천억 원이 나올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는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46만대를 생산할 때에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와 맞먹는 수준입니다.

여기에 부가가치 유발액 13조 1천억 원과 21만 8천 명의 추가 고용 인원까지 기대된다는 추산까지 나왔습니다. 경제적 효과만 있는 게 아닙니다. 근로자들의 전반적인 삶의 질 만족도도 지금보다 증가(2.78%)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쉼표 있는 삶'…당당한 휴식을 꿈꾼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휴가 정책에 대해 발표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말을 담겼습니다.

[그래픽]
"국민들에게 '쉼표 있는 삶'을 드리고 싶습니다.…휴식이 곧 새로운 생산입니다. 쉼을 통해 서로를 공감하게 되고, 서로에 대한 공감이 국민 통합의 힘이 됩니다"
당선 이후 문 대통령은 자신이 앞서 연차휴가 21일을 모두 사용하겠다고 밝히며, 국무회의에서 장관도, 공무원도 연차를 다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남은 건 민간기업입니다.

정부의 움직임에 기업에서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들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오랜 시간 조직문화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정당한 휴식'에 대한 '왜곡된 시선'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휴가는 누군가의 '호의'로 가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또 해야 하는 '권리'라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습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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