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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 단위 동선 내밀며 "회사 떠나라"…비정규직 내쫓은 삼성

<앵커>

삼성전자가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내 동선을 기록한 문서입니다. 회사 운동시설과 커피숍 같은 장소에 얼마나 머물렀는지 분 단위로 나와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 자료를 근거로 근무 태만 등을 문제 삼아 해당 직원을 그날 바로 회사를 그만두도록 했습니다.

삼성의 이런 조치에 문제가 없는 건지, 조기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28살 A 씨는 삼성전자에서 파견 계약직으로 통·번역 일을 했습니다. 계약 기간은 1년.

그런데 다섯 달도 안 된 지난 5월 10일, 파견 회사로부터 삼성전자가 근로자 교체를 요구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A씨가 삼성전자 인사담당자를 찾아가 이유를 따져 묻자, 담당자는 '비 근무 추정시간표'를 보여줬습니다.

A 씨가 사무실이 아닌 회사 안 다른 곳에 머문 시간과 장소가 분 단위로 기록돼 있었습니다.

[A 씨/삼성전자 전 파견 근로자 : 소름이 확 돋았어요. 왜냐면 제가 어디서 어느 시간에 뭘 하고 있었는지 회사에선 다 볼 수 있다는 거잖아요.]

'3월 7일 1시간 17분, 8일 31분, 9일 37분, 10일 4분'. 삼성전자 측은 이 시간 동안 A 씨가 근무하지 않았다고 추정했습니다.

[A 씨/삼성전자 전 파견 근로자 : (센트럴, R3 이런 곳은 어디죠?) 여기엔 커피숍들이 있어요. 그래서 정규직 직원들이 커피 한잔하자고 아니면 업무에 대한 얘기로 토론하거나 이럴 때…. (보통 누구와 같이 갔나요?) ○○○과장님이나 ○○○과장님이나, ○○○부장님이나 보통 업무에 관한 피드백을 많이 주세요.]

회사 안에서 상사들과 머물렀고, 업무의 연장선이라는 주장입니다.

삼성전자 측은 A 씨는 근무 태만도 있었지만, 시간외수당 부정 신청이 더 큰 교체요청 사유였다고 말합니다.

A씨가 시간외수당을 넉 달 동안 9번 신청했는데, 이 가운데 6번이 부풀려졌고, 특히 한번은 출입 기록을 일부러 남겨 고의로 부정행위를 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A 씨는 부서원들과 저녁 자리를 한 뒤 시간외수당 신청을 했는데, 문제를 지적받고 그 이후에는 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삼성전자는 또 A씨가 잘못을 시인해 파견회사와 권고 퇴사 합의서를 썼다면서 해고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A 씨는 사실상 해고였다고 말합니다.

[A 씨/삼성전자 전 파견 근로자 : (파견 업체 담당자가) 반드시 혼자 오라고 해서 내려갔는데 그 앞에서 권고 퇴사 합의서를 내밀면서 이 자리에서 사인하고 오늘 퇴사하라고 말했어요.]

[안진걸/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 비정규직 노동자들만 차별적으로 취급해서 근무 시간 내에 뭘 했는지 일거수일투족을 사찰 해서 중간에 해고도 하고 계약 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것으로 악용하려는 삼성의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닌지….]

A 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영상취재 : 주용진·공진구, 영상편집 : 박정삼, VJ : 김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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