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청와대에서 발견된 '박근혜 문건'…거세지는 여야공방의 핵심은?

청와대가 민정수석실과 정무수석실에 이어 국가안보실과 국정상황실에서도 박근혜 정부 시절 문건을 찾아냈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는 무더기로 발견한 문건을 종합 분석한 뒤, 이번 주말 전체 문건에 대해 브리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전(前) 정권의 문건이 어떻게 지금 발견됐고, 왜 이 시점에서 공개됐는지 문건의 출처는 어디인지, 또 문건이 대통령 기록물인지 아닌지를 놓고 공방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청와대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 문건이 발견된 과정과 문건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정리해봤습니다.

■ 청와대 캐비닛에서 발견된 박근혜 문건들
박근혜 정부 문건이 가장 먼저 발견된 곳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캐비닛입니다. 청와대는 지난 14일, 청와대 내부 공간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지난 정부 민정수석비서관실이 생산한 회의 문건과 인사, 현안 자료 등 문건 300종이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사흘 뒤인 지난 17일, 청와대 측은 정무수석실에서 박근혜 정부 문건이 또 발견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민정수석실에서 문건 발견 뒤, 추가 점검 도중 발견됐다는 겁니다. 정무수석실 행정요원 책상 아래 캐비닛에서 발견된 문건은 1,300여 건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어제(18일) 청와대 국가안보실과국정상황실 등에 있는 캐비닛 3곳에서 박근혜 정부 문건을 추가 발견됐습니다. 지난 17일과 18일, 이틀에 걸쳐 사무 집기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발견됐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입니다.

■ 3차례에 걸쳐 발견된 문건에 어떤 내용 담겼나
청와대 측에 따르면, 민정수석실 캐비닛에서 발견된 문건에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 관련 메모와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건' 관련 자료,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로 보이는 자료 등이 포함됐습니다.

이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발견된 문건 중 삼성 관련 메모 자체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을 검토한 내역"이라며 일부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또 '문화예술계 건전화로 문화융성 기반 정비'라는 제목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문건 내용을 설명했고, 김 전 수석의 비망록과 비교했을 때 같은 필체로 추정되는 메모를 직접 공개했습니다.
정무수석실에서 발견된 박근혜 정부 문건은 총 1,361건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254건은 2015년 3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비서실장 주재의 '수석 비서관 회의 문건'으로 확인됐습니다. 수석 비서관 회의 문건이란, 비서실장이 해당 수석에게 업무 지시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청와대 측은 "이번 문건은 대통령 기록물에 해당할 수도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삼성과 문화계 블랙리스트, 언론 활용 방안 등이 담겼다고 밝혔습니다.
국가안보실과 국정상황실에서 추가로 발견된 박근혜 정부 문건에 대해 청와대 측은 "분류 작업도 하지 못했다"며 문건 내용을 추후 공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가안보실과 국정상황실은 모두 외교와 안보, 국정 현안과 관련된 핵심 자료가 모이는 곳입니다.

특히 현 국정상황실은 지난 정부에서 청와대 내부 회의를 기록하고 정리하는 기획비서관실이 있던 공간입니다. 때문에 해당 문건에는 박근혜 정부 당시 주요 회의의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됩니다.

■ 공개시점, 출처, 대통령기록물 여부…문건 놓고 거세지는 여야공방
보수 야당 측은 청와대가 문건을 공개한 시점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자유한국당 측은 "해당 문건에 대해 함구하다 갑작스럽게 공개한 게 어떤 정치적 고려가 담겼는지 의아하다"고 밝혔습니다. 바른정당 측도 "공개하기 전 검찰에 제출하는 것이 더 현명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인사청문회와 원전 이슈에서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야당의 시각입니다. 야당은 또 국정농단 사건 관련 재판에 영향을 주려고 청와대가 개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 측은 지난 3일 문건을 처음 발견한 뒤 11일 지난 시점에 공개한 건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개할 수 없는 '대통령 지정기록물'이 아닌지 법리적인 검토가 필요했고, 해외 순방을 비롯한 일정 때문에 시간이 걸렸다는 겁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일부 인사들은 문건의 출처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탄핵 결정 직전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고위 관계자는 "새 정부 초기에 아무 서류도 남아 있지 않다고 했다가 지금 와서 캐비닛에서 발견했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청와대 측이 공개한 문건의 출처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뒤 26대의 문서 파쇄기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5년마다 반복되고 있는 정치보복 쇼가 시작되고 있다"며 "작성자 불명의 서류뭉치를 들고 대국민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에 여당은 미처 인멸하지 못한 국정농단 증거가 발견된 거라며 본말을 전도하지 말라고 맞받았습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 관계자들에게는 덮고 싶은 불편한 진실이겠지만, 국민들은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며 의혹을 일축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음모론을 일축하면서 "한두 곳도 아니고 여기저기서 문건들이 나오는 건 전 정부의 문서 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보여준다"고 꼬집었습니다.
청와대 측이 박근혜 문건 내용 일부를 공개하고 사본을 검찰에 넘긴 것에 대해 보수 야당 측은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오늘(19일) 자유한국당은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등을 공무상 비밀누설 및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청와대 캐비닛에서 발견된 문건이 지정기록물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대통령기록관리전문위원회와 사전 협의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개한 것은 불법이라는 겁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3일 최초로 문건을 발견한 이후, 대통령기록물 등급 여부를 판단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는 기록물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공개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게 청와대 측의 입장입니다.

나머지 문건에 대해 청와대 측은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 지정기록물 목록까지 비공개로 분류했기 때문에 이번에 발견된 자료들이 대통령 지정기록물인지조차 판단할 수 없었다"며 "비밀 여부도 표기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분류가 명확하지 않아 공개 및 특검 이관에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이관되거나 파기돼야 할 청와대 문건이 아무 조치 없이 방치된 만큼 오히려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여부에 대해 검찰이 조사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청와대에서 발견된 박근혜 정부 문건을 둘러싼 공방이 격화되는 가운데, 문건에 담긴 내용은 무엇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이번 주말쯤, 발견된 문건에 대해 종합 브리핑을 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획·구성: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