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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번 종이 접어 탄생한 책상…'레터 데스크'를 아시나요

정혜윤 에디터, 하현종 기자 mesonit@sbs.co.kr

작성 2017.07.17 19:30 수정 2017.07.21 11:15 조회 재생수1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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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만들려고 종이만 수천 번 접은 남자군입대를 앞둔 2012년 3월,
저는 인도로 떠났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저 죽을 뻔 했습니다.시장을 걷고 있는데 
뒷사람들이 소리를 엄청 지르더라고요.

뒤 돌아 보니 엄청 큰 소가 
저를 향해 달려오는거예요.알고보니 발정난 숫소가
암소에게 올라타려 해 
암소가 놀라 도망치던 상황이더라고요.

제가 빨간옷을 입어서인지 
소는 저를 향해 빠르게 전진했고
그렇게 저와 소의
‘분노의 질주’가 시작됐습니다.그러다 놀란 소를 피해 
어두운 뒷골목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인도 여행이 위험하다고 해서
번화가로만 다니자는 생각이었는데 
이 ‘분노의 질주’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어요.대낮임에도 그 골목은 어두컴컴하고
사람도 별로 없어 순간 겁이 나더라고요.

살기 위해 향한 골목에 들어서자
길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있었어요.책상이 없어 
울퉁불퉁한 흙바닥에서, 계단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거예요.당시에는 골목이 너무 무섭다는 생각에
바로 도망쳐 나왔는데 입대 후에도
그 장면이 오래도록 떠오르더라고요.

내가 가진 능력으로 그 친구들을
웃게 할 수 없을까 계속 생각했어요.그리고 저는 *유니버셜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세상에 긍정적인 움직임을 주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거든요.사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 따라 
봉사활동을 많이 해 왔어요.
당시엔 하기 싫기도 했죠.

그런데 저도 커가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여러 도움을 받으며 자라다보니
그 감사함을 알게 됐어요. 제대하자 마자 그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책상 만들기에 도전했어요.
제 능력을 나누고 싶어서요!

디자인, 내구성, 비용 등 
생각할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어요.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했죠.처음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제가 접은 종이만 해도
수천장이 될 거예요.
디자인, 면적, 실용도 등 종이를 접으며
하나하나 체계를 잡아갔어요.그리고 몇번의 교수님 피드백 끝에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일반적인 종이 상자는 너무 얇아서
발품을 팔아 중장비를 포장하는 
두꺼운 상자 재질을 찾았죠.재료를 찾아도 그걸 쓸 수는 없었어요.
기업에서 주로 사용하는 재질이라 
대량 주문만 받더라고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여러 공장에 전화를 돌렸어요.
낱개로 몇개만 살 수 있게 해달라고요. 몇 번의 전화 끝에, 
직접 공장까지 차를 몰고 가서 
재료를 받올 수 있었어요.
도안을 그리고, 실톱으로 자르고...
 
그렇게 탄생한 이 책상의 이름은 
‘레터 데스크’.‘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책상을 접으면 편지 모양이 되죠.

책상이 얼마나 튼튼하냐고요?
제가 올라가도 끄떡 없을 정도에요!그리고 이 아이디어가 
세상에 더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에
도면을 온라인에 공유했어요.

저는 아직 학생이라 체계화시켜
보급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니까요.대신 제가 아닌 누군가가 
이 책상을 진짜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공부하고 싶은 아이들이 
제 책상으로 조금 더 편하게 공부할 수 있다면
제가 꿈꿨던 세상에 긍정적 움직임을 주는
디자이너에 한발짝 다가간 거 맞겠죠?  

*이 카드뉴스는 이하영 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작성된 1인칭 카드뉴스입니다.책상 없이 공부하는 인도 학생들에게 책상을 만든 남자가 있습니다. 그가 만든 책상은 '레터 데스크'. 두꺼운 상자를 접어 책상을 만드는 이 휴대용 책상은 접으면 편지 모양이 됩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세상에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싶다는 이하영 씨를 인터뷰했습니다.

기획 하현종, 정혜윤  / 그래픽 김태화 

(SBS 스브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