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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현장에서 본 2017 올스타전 Good & Bad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지난 15일 막을 내렸습니다. 첫날 퓨처스 올스타전을 시작으로 1박 2일 동안 다양한 행사들이 야구팬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그러나 축제라는 말이 무색하게 곳곳에서 아쉬운 모습도 드러났습니다. 현장에서 본 이번 올스타전의 Good & Bad를 전해드립니다.

* GOOD *

● 가족과 함께

이번 올스타전의 특징은 팬들은 물론 선수들도 가족과 함께 즐겼다는 점입니다. 올스타전은 아이들에게 아빠의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무대입니다. 그래서인지 아이 손을 잡고 그라운드를 밟은 스타들이 최근 올스타전 가운데 가장 많았습니다.

처음 올스타전을 찾은 이해창(kt)은 26개월 된 딸 봄이 양을 안고 축제를 즐겼습니다. 이해창은 "딸에게 아빠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대구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는데, 올스타전에서 활약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전준우(롯데)의 딸 하윤 양은 아빠를 닮아서인지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습니다. 김태균(한화)은 딸 효린 양과 조카들까지 모두 5명의 아이를 데리고 와 눈길을 끌었습니다.
2017 프로야구 올스타전
최고의 '신스틸러'는 로사리오(한화)의 아들 윌이었습니다. 1박 2일 내내 흥을 내뿜던 윌은 아빠가 홈런레이스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트로피를 받자 기쁨에 그라운드를 돌았습니다. 홈플레이트를 찍고(세이프를 선언한 구심의 센스도 돋보였습니다), 아빠의 세리머니까지 따라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로사리오는 "홈런 레이스 우승은 가족의 힘이 컸다"며 "작년부터 가족이 곁에서 힘을 주고 있다. 홈런 레이스 우승은 내 야구인생에서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 응원

올스타전은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현장입니다. 10개 구단이 나눔과 드림 올스타로 나뉘면서 5대 5 경쟁 구도가 펼쳐집니다. 축제에서 춤과 노래가 빠질 수 없죠. 10개 구단 응원단이 레파토리 준비를 잘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경기 내내 빈틈없이 구단과 개인 응원가가 울려 퍼졌습니다. 무더운 날씨 속에 무거운 탈을 쓰고 고생한 마스코트 분들께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 최선을 다한 선수들

경기 초반부터 드림 올스타의 방망이가 폭발하면서 재미가 반감됐습니다. 그러나 나눔 올스타도 그대로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경기 중반부터 추격을 시작했고, 홈런으로 응수하면서 13대 8까지 따라붙었습니다. 최근 리그에서 5~6점은 쉽게 뒤집히는 만큼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한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9회 초, 임창민(NC)과 이승엽(삼성)의 승부는 올스타전의 백미였습니다. 올스타전 생애 마지막 타석에 선 이승엽에게 임창민은 모자를 벗어 존경을 다했습니다. 이승엽 역시 헬멧을 벗어 후배의 인사에 화답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승부. 임창민은 시속 145km짜리 직구를 뿌리며 정면 승부를 펼쳤습니다. 홈런을 노리겠다고 공언한 이승엽은 적극적으로 스윙했지만, 유격수 뜬공으로 마지막 올스타전 타석을 마감했습니다.
2017 프로야구 올스타전 이승엽 선수
● 이승엽

이번 올스타전은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이자 '국민 타자' 이승엽의 마지막 무대라 유독 관심이 쏠렸습니다. 그러나 이승엽은 자신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모이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했고,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첫날 공식 인터뷰를 시작으로 1박 2일 동안 가장 바쁜 일정을 보냈지만, 이승엽은 힘든 내색 없이 최선을 다했습니다. "마지막 올스타전 아닌가. 즐길 수 있는 모든 걸 즐기겠다"며 웃었습니다. 이승엽의 옆자리는 빌 틈이 없었습니다. 후배는 물론 켈리와 피어밴드까지 이승엽에게 사진 촬영을 요청하며 그와의 마지막 올스타전을 추억했습니다.

마지막 올스타전을 즐긴 이승엽은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그는 "프로야구의 중심은 젊은 선수들에게로 가야 한다"며 "베테랑들을 넘어서야 한다. 그렇지 못한 선수들은 반성도 해야 한다. 사실 올해 작고 큰 사건·사고도 많다. 선수로서 반성을 해야 할 것 같다. 프로야구 선수 전부가 반성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이승엽이 마지막 타석에 섰을 때 큰 박수가 터졌습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기립박수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본인이 고사했다고 하지만, 함께하는 이들이 더 멋지게 보내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BAD *

● 행사 진행 미숙

올스타전이 끝난 뒤 기자의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팬들로부터 여러 제보가 왔습니다. 대부분 운영 미숙에 따른 불편함을 호소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직접 눈으로 보면서도 우려가 예상됐습니다. 경기 시작 4시간을 앞두고 라이온즈파크는 입장 대기와 매표 줄이 엉켜 혼잡했습니다. 여기에 장외 이벤트 줄까지 뒤섞이면서 소위 말하는 '난리'였습니다. 그럼에도 이를 정리할 행사 안내원과 안내 표지판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사인회 티켓 배부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새벽부터 기다린 팬들의 항의에 KBO가 고용한 대행사는 '관련 내용을 알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고, 시비 끝에 경찰이 출동하는 촌극까지 벌어졌습니다. 장내 인터뷰도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만 또렷이 들였을 뿐, 선수들의 그라운드 인터뷰는 중계는 물론 현장에서도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기자는 장내 인터뷰 중 홈런 레이스를 앞둔 로사리오가 '대호 형 살살해'라고 말한 것이 유일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2017 프로야구 올스타전 이승엽 선수
● 특정 관계자의 프리라이더 '눈살'

KBO는 이번 올스타전에서 이승엽 단독 사인회를 준비했습니다. 접수와 추첨을 통해 70명이 선정됐습니다. 공식 팬 사인회가 종료된 뒤 단독 사인회에 참여하는 70명이 한 줄로 섰습니다. 이승엽이 등장하자 취재진이 몰렸고, 잠깐 혼잡한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그런데 이때 특정 업체 관계자의 지인 3~4명이 70명 앞에 슬그머니 끼어들었습니다. 사인을 받고 의기양양하게 빠져나가는 모습이 씁쓸함을 들게 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특정 관계자들의 이기주의가 행사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보였습니다.

● 야유, 문화와 비매너 사이

1회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이승엽의 1회 첫 타석 외야 뜬공 타구를 최형우(KIA)가 잡자 라이온즈파크 3루 관중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습니다. 최형우는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에서 KIA로 이적했는데, 일부 삼성 팬들이 팀을 떠난 최형우에게 야유를 보낸 것입니다. 최형우를 향한 야유는 경기 내내 계속됐습니다.

프로 스포츠에서 상대 선수에 대한 야유는 하나의 응원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상대의 경기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도가 지나친 야유는 비매너에 불과합니다. 7회 최형우가 심창민(삼성)의 공에 팔뚝을 맞자 3루 측에서 야유와 함께 환호성이 터졌습니다.

일부 삼성 팬들이 최형우를 맞힌 투수 심창민의 이름을 연호하며 박수를 보냈습니다. (경기 후 심창민은 최형우를 찾아가 사과했고, 둘은 웃으며 헤어졌습니다) 상대 선수가 자칫 부상을 당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야유와 환호성이 나온 건 응원 문화라고 볼 수 없습니다. 안방으로 손님들을 초대한 삼성 팬들이었기에 더욱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 퍼펙트히터

KBO는 경기 전 이벤트 대회로 '퍼펙트 히터'를 신설했습니다. 내, 외야에 설치된 표적을 T-배팅으로 맞히는 대회입니다. 손아섭(롯데)과 최주환(두산), 구자욱(삼성) 등 리그 대표 교타자를 비롯해 김윤동(KIA), 심창민(삼성) 등 투수들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2017 프로야구 올스타전
그러나 결론적으로 퍼펙트 히터는 관심은 모았지만, 흥행에는 실패했습니다. 난이도가 높다 보니 표적을 맞힌 선수가 적었고, 재미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타자들을 제치고 투수 김윤동이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는데, 현장에선 우스갯소리로 '초대이자 마지막 챔피언으로 남는 것 아닌가'라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퍼펙트 히터는 더 많은 선수들에게 이벤트 출전 기회를 줬다는 점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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