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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95 : 그 둘만의 어둠…김영하 '오직 두 사람'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17.07.16 07:33 수정 2017.07.16 07:35 조회 재생수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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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은 지나고 보니 어찌어찌 견뎌냈다. 정말 감당할 수 없는 순간은 바로 지금인 것 같았다. 언젠가 실수로 지름길로 접어드는 바람에 일등으로 골인하고서도 메달을 빼앗긴 마라토너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 결승점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때, 그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디는 나날이 계속되었다'라는 구절을 어디서 읽었는지는 잊었지만, 저에게 무척 인상적이었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십수 년이 지나도 기억나는 걸 보면요. 견딜 수 없는 걸 견딘다는 게 모순이겠으나, 그런 표현이 어울리는 일들이 인생에 드물게 있겠다 싶습니다. 첫머리에 읽은 건 단편소설의 한 대목인데 견딜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은 여기서 아이를 잃어버린 일입니다. 진짜 지옥은 그 이후에 시작됩니다. 소설의 제목은 '아이를 찾습니다', 이 소설이 실린 소설집이 최근 출간됐습니다. 오늘 읽는 책, 작가 김영하의 '오직 두 사람'입니다. 

먼저 '아이를 찾습니다'를 일부 읽고 표제작인 '오직 두 사람'을 읽겠습니다. 아이를 잃어버리고 다시 아이를 찾는 부부가 나오는데 그 간격이 무려 11년입니다. 

"무지는 인간을 암흑 속에 가둔다. 그들 인생에서 사라진 이삼 분이 그 암흑 속에 있었다. 그들은 그 암흑으로 들어가 서로에게 상처를 냈다. 이 무신경한 엄마야, 화장품을 사러 갈 거면 말을 했어야지. 미라는 반격했다. 누가 휴대폰에 정신이 팔려서 애도 내팽개칠 줄 알았나?"

"십 년간 그는 '실종된 성민이 아빠'로 살아왔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그것이 끝나버렸다. 행복 그 비슷한 무엇을 잠깐이라도 누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 불행이 익숙했던 것만은 사실이었다. 내일부터는 뭘 해야 하지? 그는 한 번도 그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를 찾은 이후의 삶은 더 쉽지 않습니다. 김영하 작가는 이 소설로 2015년에 김유정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수상소감의 한 대목을 잠깐 읽겠습니다. 

"이제 우리도 알게 되었습니다.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일이 인생에는 엄존한다는 것, 그런 일을 겪은 이들에게는 남은 옵션이 없다는 것, 오직 '그 이후'를 견뎌내는 일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문학에 어떤 역할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언어의 그물로 엮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문학은 혼란으로 가득한 불가역적인 우리 인생에 어떤 반환의 좌표 같은 것을 제공해줍니다. 문학을 통해 과거의 사건은 현재의 독자 앞에 불려 오고, 지금 쓰인 어떤 글을 통해 우리는 미래를 예감합니다."

저도 무심코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한국은 다른 사회가 되었다고 말하곤 했는데 작가의 통찰과도 맞닿아 있다니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다음은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보는 딸의 이야기, '오직 두 사람'을 일부 읽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여러 모로 특별합니다. 책 표지에는 '오직 두 사람만이 느꼈을 어떤 어둠에 대해서'라고 부제처럼 적혀 있습니다.

"저는 생각했어요. 아무와도 대화할 수 없는 언어가 모국어인 사람의 고독에 대해서요. 이제 그만 화해하지 그래,라고 참견할 사람도 없는 외로움. 세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말다툼. 만약 제가 사용하는 언어의 사용자가 오직 두 사람만 남았다면 말을 조심해야겠어요. 수십 년 동안 언어의 독방에 갇힐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치만 사소한 언쟁조차 할 수 없는 모국어라니, 그게 웬 사치품이에요?" 

이걸 듣고 읽고 싶은 마음이 혹 드셨다면 모두 7편이 실려 있으니 기대하고 읽으시라는 말씀드립니다.

김영하 작가의 책은 낭독 허가를 시도한 지 세 번 만에 허가받았는데, 나름 삼고초려 끝에 읽었습니다. 앞으로 다른 작품도 읽을 기회가 닿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사 문학동네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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