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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나라에 버림받은 입양인…유골 되어 美로 '슬픈 귀로'

<앵커>

어린 시절 미국 가정에 입양됐다가 7년 전 다시 한국으로 추방당했던 40대 남성이 한 달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두 나라에서 모두 버림받은 남성의 유골은 결국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어찌 된 사연인지, 유덕기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경기도의 한 실내 추모공원입니다. 추모 단 꼭대기 손도 안 닿는 곳에 지난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상필 씨, 미국명 필립 클레이 씨의 유골함이 안치돼 있습니다.

[몬티 헤인즈 (입양인, 2009년 미국서 추방) : 제가 (4년 전쯤) 김상필 씨를 처음 봤는데 말이 없었어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았어요.]

상필 씨의 기구한 운명은 아홉 살 때 시작됐습니다. 미국에 입양됐지만, 양부모가 기르기를 포기하면서 다른 미국 부모에게 또 입양됐습니다.

굴곡진 젊은 시절, 폭행 사건에 연루돼 재판받던 도중 불법체류 신분이 드러나면서 7년 전, 한국으로 추방됐습니다. 양부모가 미국 시민권을 신청하지 않았던 겁니다.

[몬티 헤인즈 : (상필 씨는)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어요.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해 줬죠.]

반평생 미국에 살아온 상필 씨에게 느닷없는 한국 생활은 부적응과 시련의 연속이었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AK 셀링/해외입양인연대 사무총장 : (한국으로 돌아온 입양인들은) 문화적 차이에서 충격을 받습니다. 말도 안 통하고 입양인에 대한 인식도 배려도 부족하고요.]

상필 씨 소식을 전해 들은 한 한국계 입양인 권익 보호 활동가가 나섰습니다. 먼저, 양부모에게 상필 씨 소식을 전했습니다.

[존 컴프턴/해외입양인연대 자문위원 : (상필 씨는) 미국으로 돌아갈 의향이 있는지 물었을 때 '그렇다'고 했어요. 양부모들은 유골을 받고 싶어 했어요.]

상필 씨처럼 시민권을 얻지 못한 채 미국에 불법체류 중인 한국출신 입양인은 2만 명에 달합니다.

입양인들에게 시민권을 주자는 관련법은 아직도 미국 의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몬티 헤인즈 : 우리가 원해서 입양된 게 아니었어요.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역시 우리는 선택할 수 없었어요.]

두 나라로부터 버림받은 상필 씨의 유골은 모레(13일), 미국 필라델피아 양부모에게로 보내집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 영상편집 : 하성원, VJ : 김형진·신소영, 자료제공 : 중앙입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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