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지난 4일 A 양의 변호인은 "치밀한 계획에 따라 범행을 한 것이 아니다"며 "사체 손괴 및 유기 상황에서도 김 양은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김 양은 자신의 내면에 2개의 인격이 있다고 강조해왔습니다. 자신이 한 행동은 맞지만 온전한 정신 상태에서 저지른 범행이 아니라는 겁니다.
■ 형법에서 규정하는 심신장애
형법에 따르면, 심신미약 등의 심신장애는 처벌수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형법 제10조 제1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분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제2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 심신장애가 있다면 살인도 무죄?
지난 2015년, 두 살배기 아기를 3층에서 던져 숨지게 한 19세 발달장애인 이 모 군은 '심신상실'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법원은 "이 군이 인지와 정신 기능의 장애 및 자폐증적 경향으로 발달 장애 1급 판정을 받았고, 범행 당시 사물 변별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없었다"며 선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애완견의 악귀가 씌었다"며 친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어머니 김 모 씨에게 '심신상실'을 이유로 1심과 2심 모두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다만 김 씨와 함께 살해에 가담한 피해자의 친오빠에게는 징역 10년이 선고됐습니다.
■ 형법 제10조는 '국민 법감정'과 괴리된다?
이처럼 형법 제10조에 입각해 심신상실로 무죄를 선고받거나 심신장애로 감형된 사례들은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살인 성폭행 등 강력범죄와 연관된 사건의 경우 비난의 수위가 더욱 거세졌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형법 제10조가 국민의 법감정과 괴리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 '책임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형법 제10조
형법에 심신장애인 사람의 형을 감경하거나 처벌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둔 이유는 근대형법상의 기본원칙인 '책임주의' 때문입니다. 책임주의란, 책임을 질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는 원칙입니다.
쉽게 말해서, 심신장애 등으로 사물변별능력과 행위통제능력이 결여된 사람에게는 규범에 맞춰 행동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잘못도 벌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형법 제10조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면서 일부 개정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조두순 사건'의 영향으로 2010년에는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 범죄를 범한 경우 감면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신설됐습니다. 이를 넘어 현재는 '강행규정'인 형법 제10조를 '임의규정'으로 바꾸는 개정안도 발의된 상태입니다.
■ 또다시 도마에 오른 '심신미약' 과연 법원은 어떻게 판단할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과 관련해 A양 측이 '심신미약'을 주장하면서 이런 논란을 또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A양의 심신미약 주장에 대해 A양을 정신 감정한 교수도, 함께 구치소 생활을 한 사람도 반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연 재판부가 범행 당시 A양의 상태를 심신미약으로 판단할 것인지, 만약 그렇다고 판단한다면 이는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실제 A양의 모든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다면 이어질 큰 논란은 명약관화합니다. 물론 법원은 그런 논란을 염두에 둬서 판결하지는 않을 겁니다. 결국 A양의 심신미약 여부에 대해선 내일(12일) 재판에서 가려질 예정입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