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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제보 조작' 국민의당, 어디까지 책임져야 할까?

[취재파일] '제보 조작' 국민의당, 어디까지 책임져야 할까?
국민의당의 '문준용 씨 취업 특혜 제보 조작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게 어느덧 보름을 향해 갑니다. 제보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이유미 씨는 지난달 26일 긴급체포됐고 사흘 뒤 구속됐습니다. 구치소에 수감된 이유미 씨는 지난주부터 거의 매일 검찰에 불려 나와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조사의 핵심은 당 윗선의 조작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지난주까지 이유미 씨를 집중 조사했던 검찰이 이번주부터는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준서 씨는 이번주 월요일인 지난 3일부터 수요일인 5일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검찰에 출석해 자정을 넘기는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습니다. 어제(6일) 하루만 조사를 거르고, 오늘(7일)도 오후부터 다시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준서 국민의당 전 최고위원
● 이준서는 조작 사실을 언제 알았을까?

이준서 씨는 이번 제보 조작 사건의 '키맨'입니다. 잘 알려졌다시피 이유미 씨가 제보를 조작해 전달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던 인물이 이준서 씨입니다. 사건이 시작된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이유미 씨와 이준서 씨가 나눴던 구체적인 대화내용을 상세하게 다 알 수는 없습니다.

(검찰이 이유미 씨 등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 과정을 거쳐 삭제된 자료를 복원한 만큼, 검찰은 두 사람 간의 정확한 대화내용을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공개된 카카오톡 자료와 주변인들의 진술을 통해 추정해볼 뿐인데, 지난 화요일 검찰에 나와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조성은 전 국민의당 비대위원이 취재진에게 한 말을 주목해 볼 만합니다.

이유미 씨는 검찰 출석 통보를 받은 직후인 지난달 24일 조성은 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준서 씨가 일단 만들어 오라고 해서 만들었다. 만들어오라고 수차례 재촉했다.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억지로 했다."

이유미 씨가 진실을 말했다는 것을 전제로 이 말을 따져보면 이유미 씨는 이준서 씨에게 제보를 가져오라는 압박을 여러 차례 받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말의 의미를 이준서 씨가 제보 조작을 '지시'했다고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있는 제보를 가져오라고 '압박' 한 것과 조작을 '지시' 한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여기서 강조하고자 하는 점은 이유미 씨가 제보를 조작해 전달하기까지 이준서 씨가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이준서 씨는 이유미 씨가 전달한 제보를 5월 4일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장을 맡았던 이용주 의원에게 전달했습니다. 당 차원에서 제보 내용을 공식적으로 전달받아 확인한 날이 바로 이날, 5월 4일 입니다.

물론 앞서 5월 1일 이준서 씨가 당시 당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던 박지원 전 대표에게 바이버를 통해 제보 일부 내용을 보냈고 36초 간 통화도 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일단 박지원 전 대표는 통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바이버 메시지도 확인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니 이 점을 감안하면 당에서 제보를 인지한 시점은 5월 4일이 됩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인 5월 5일 국민의당은 이유미 씨가 조작한 음성파일을 공개하면서 문준용 씨의 취업 특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제보 공식 확인 시점부터 발표까지 딱 하루 걸렸습니다.
이준서 전 최고위원, 이유미 국민의당 당원
검찰은 이번 한 주 이준서 씨를 상대로 앞서 길게 설명한 이런 전반적인 과정들을 총체적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유미 씨에게 제보 조작을 지시했는지, 지시한 게 아니라면 제보를 가져오도록 압박했는지, 그것도 아니라면 이유미 씨가 가져온 제보가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고도 묵인했는지, 조작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은 언제인지, 제보를 전달하고 발표하기까지 당에서 제대로 검증했는지 등등. 이준서 씨가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만큼 발생한 모든 상황과 그 과정에서 일어났을 법한 가능성을 두루 살펴보고 있습니다.

조사 내용 중에 단연 핵심은 조작 지시 여부와 조작 사실을 인지한 시점입니다.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은 지난 3일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유미 씨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자체 조사 결과가 맞다면 이준서 씨의 조작 지시 혐의는 없는 것이 됩니다. 그렇다면 다음에 남는 의문은 이준서 씨가 조작 사실을 언제 알았는가 하는 점입니다. 검찰이 이준서 씨를 몇 차례 재소환해 조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보입니다.

이유미 씨에 대한 조사는 사실상 지난 주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번주 이준서 씨를 소환하면서 계속 이유미 씨를 함께 부르는 이유는 두 사람의 진술에서 엇갈리는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엇갈리는 진술 내용을 검찰을 통해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유미 씨는 이준서 씨가 조작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체 했다고 주장하고, 이준서 씨는 전혀 몰랐다며 상반된 진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만약 이준서 씨가 이유미 씨의 제보가 조작된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했다면 공식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적용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이준서 씨가 자신의 주장처럼 정말 조작 사실을 사전에 몰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준서 씨는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합니다. 왜 조작 사실을 사전에 인지할 수 없었던 것인지, 제보를 믿을 수밖에 없었던 근거나 정황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입증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사건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국민의당 조작사건,. 국민의당 윗선 3인 몰랐다
● '검증 부실' 당 관계자는 책임 없나?

이용주 의원을 비롯한 공명선거추진단 관계자들도 이준서 씨와 상황이 비슷합니다. 5월 5일 문준용 씨 취업 특혜 의혹을 직접 발표한 김인원 부단장이나 김성호 수석부단장의 경우, 허위사실을 공표한 당사자로 지난 3일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습니다.

두 사람 모두 지난달 25일 이용주 의원이 주선한 '5자 회동' 전까지 조작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증의 책임자였던 이용주 의원 역시 지난달 24일 조성은 씨로부터 이유미 씨가 고백한 제보 조작 사실을 전해듣고, 그날 당일 이유미 씨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기까지 조작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검증 책임자들이 부실 검증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성실하게 검증했지만 조작 사실을 파악할 수 없었던 이유를 설명해야 합니다. 제보를 믿고 발표할 수밖에 없었던 엄정했던 검증 과정을 입증해야 합니다. 그런데 국민의당의 검증 과정은 표면적으로 그렇지 않았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내용인데, 제보를 전달받은 5월 4일부터 발표한 5일까지, 당에서 제보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은 하루, 24시간밖에 되지 않습니다. 24시간 안에 관계자들이 그들의 주장처럼 정말 꼼꼼히 검증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국민의당 자체 조사 결과 발표를 보면 이 부분은 회의적입니다.

당에서 기자들에게 취업 특혜 제보자의 이메일이라며 전달했던 파슨스 디자인스쿨 출신의 이메일 당사자는 정작 본인은 문준용 씨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당 자체 조사에서도 이메일 당사자와 문준용 씨의 입학 시기 등 추가 사항에 대한 검증 작업을 제대로 거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밝혔습니다. 부실했던 검증을 자인한 셈입니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
검증이 부실했다는 게 확인되면 당 관계자들도 형사적인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집니다. 검찰은 어제 이용주 의원실의 보좌관 한 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이 보좌관은 5월 4일 이준서 씨가 이용주 의원에게 전달한 제보 내용을 검증하기 위해 김인원, 김성호 씨 등이 함께 모인 자리에 동석했던 인물입니다. 검찰이 현재까지는 이용주 의원에 대한 소환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보좌관에 대한 소환과 함께 이용주 의원에 대한 조사가 사실상 시작된 것으로 읽힙니다.

● '윗선'의 형사적 책임은 어디까지?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부분입니다. 과연 검찰의 수사가 어느 선까지 가느냐인데, 이미 알려진 사실을 굳이 돌려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세간의 관심은 박지원·안철수 두 사람에게 향해 있습니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
박지원 전 대표는 수사 대상에서 피해가기란 사실상 어려워 보입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번 사건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남겼습니다. 이준서 씨가 보냈다는 바이버 메시지를 본인은 보지 못했다고 하는 점이나 이준서 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없다고 하다가 5월 1일 통화기록이 나오자 뒤늦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을 바꾼 점 등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박지원 전 대표는 지난 대선 기간 '문모닝'이라는 별명이 새로 생겼을 만큼,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향해 공세를 퍼부었던 장본인입니다. 문준용 씨의 취업 특혜 의혹을 정조준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당 관계자들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수사하는 검찰이 이런 박지원 전 대표를 조사하지 않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입니다.

다만, 박지원 전 대표와 같은 거물 정치인을 포토라인 앞에 세워두고 소환하는 모습을 연출하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서면조사나 별도의 창구로 비공개 조사하는 방법이 유력해 보입니다.
국민의당 이유미 당원, 안철수 전 대표
안철수 전 대표도 마찬가지입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아침 이유미 씨로부터 구명을 요청하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이보다 하루 앞서 24일에는 이준서 씨가 안철수 전 대표를 찾아와 고소고발 취하에 대한 내용을 상의했습니다.

안철수 전 대표는 국민의당 자체 조사에서 메시지가 왔다는 알림만 확인하고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유미 씨에게 이후 별도로 답장을 보내거나 전화를 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은 안철수 전 대표가 조작 사실을 인지한 것은 이후 이용주 의원의 연락을 받고 난 이후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당 관계자들처럼 안철수 전 대표도 지난달 25일이 돼서야 조작 사실을 알았다는 입장입니다.

검찰은 박지원·안철수 두 사람에 대한 수사 여부에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입니다. 현 단계에서는 수사 대상이 아니며, 정치적 책임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제보 조작 과정에서 국민의당 최고위 지도부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은 낮아보입니다.

당 고위 관계자의 지시를 받고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보기에는 휴대전화 3대를 활용한 '셀프 대화'를 통해 증거를 조작하고, 친동생과 허위로 음성파일을 만든 과정이 매우 어설픈 것도 사실입니다.

공당의 책임있는 정치인으로서 국민의당 지도부가 어떠한 방식으로든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법적인 책임은 이와 별개의 문제입니다. 당이 제보 조작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지하기 전 박지원·안철수 두 사람과 이준서·이유미 씨 사이에 개별적인 접촉이 있었던 부분은 분명히 검찰 조사를 통해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두 사람이 제보 내용 발표 당시 각각 당의 비대위원장과 대선 후보였던 만큼, 부실했던 검증의 책임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볼 여지가 있습니다.

● 문준용씨 취업 특혜는 수사 대상?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이 부분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검찰에서 조사를 받는 국민의당 관계자들에게 적용된 혐의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허위사실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준용 씨의 취업 특혜 자체가 없는 사실이라면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적용하는데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문준용 씨의 취업 특혜 사실이 존재한다면, 팩트 자체가 허위가 아니라면 이 경우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앞서 박지원 전 대표는 당이 제보 조작 사실을 공식 발표한 이후 출연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보 조작과 함께 문준용 씨의 취업 특혜 의혹을 특검에서 다루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제보 조작과 별개로 취업 특혜가 사실인지 아닌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해 '물타기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현재 수사는 제보를 조작하고 공표한 부분이지 취업 특혜 자체의 사실 관계를 따지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취업 특혜 자체의 진위를 따지지 않아도 관련자들에게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적용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동시에 문준용 씨의 취업 특혜 의혹은 별도의 고발 사건으로 수사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검찰 입장에서 민감한 부분이고 지금 단계에서 언급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지만, 취업 특혜 의혹 자체도 수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해석됩니다.

구속된 이유미 씨의 구속 만료 기간이 이달 16일입니다. 16일이 휴일인 일요일이라 검찰은 그주 금요일인 14일에 이유미 씨를 기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검찰은 이준서 씨에 대한 신병 처리 여부를 다음 주로 넘겼습니다.

내주 초에는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 처리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준서 씨에 대한 신병 처리가 마무리 되면 남은 기간에는 '윗선'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기소까지 남은 일주일, 다음 주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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