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14년 전 확보한 쪽지문을 2012년 도입한 지문자동감식식별시스템(AFIS)을 통해 검사했고, 용의자 52살 장 모 씨가 드러나게 됐습니다. 경찰이 14년 만에 범인을 찾아내 구속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태완이법' 시행이라는 계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 시행 2주년 맞이하는 '태완이법'
이른바 '태완이법'으로 불리는 '살인죄 공소 시효 폐지법'은 살인죄를 저질러 법정 최고형이 사형인 경우, 25년으로 돼 있는 공소 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입니다. 지난 1999년 5월 20일, 대구의 한 골목에서 6살 김태완 군은 괴한으로부터 황산 테러를 당했습니다.
태완 군은 49일간의 투병 끝에 숨졌고 공소 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범인은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에 살인사건의 공소 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쳤습니다. 당시 태완 군의 유가족은 "제2, 제3의 태완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 태완이법 시행 이후 해결된 주요 미제 사건
태완이법 시행 이후, 재수사를 통해 해결된 장기 미제 사건은 지난 5일 범인이 검거된 '호프집 살인사건'을 비롯해 6건에 달합니다. 태완이법이 처음 적용돼 범인에게 죗값을 물을 수 있었던 사건은 2001년 발생한 '드들강 살인사건'이었습니다.
지난 2001년 2월 4일, 전남 나주시 드들강에서 여고생 박 모 양의 변사체가 발견됐습니다. 당시 박 양의 몸 곳곳에는 성폭행의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범인을 밝힐 결정적 단서인 DNA가 발견됐지만, DNA가 일치하는 용의자 39살 김 모 씨는 박 양과 합의로 성관계를 했을 뿐 살인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의 공소 시효는 2016년 2월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태완이법 시행으로 재수사가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한 직후 살해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법의학 재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재판부는 지난 1월 김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 16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2000년 8월 33살 최 모 씨는 전북 익산시 약촌오거리 부근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 우연히 끔찍한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길가에 세워진 택시 운전석에 기사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던 겁니다. 택시 기사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을 거뒀습니다.
최초 목격자인 최 씨는 "현장에서 남자 2명을 봤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최 씨를 범인으로 몰았습니다. 경찰의 강압에 못 이겨 한 거짓 자백이 최 씨의 발목을 잡았고, 범인으로 전락한 최 씨는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010년 만기출소했습니다.
최 씨는 2013년 3월 "경찰의 강압 수사 때문에 허위 자백했다"며 재심을 청구했고 대법원은 2015년 12월 재심을 확정했습니다. 최 씨는 마침내 지난해 11월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그리고 2003년 진범으로 지목된 김 모 씨에게 징역 15년이 선고됐습니다. 이 사건도 2015년 8월 공소 시효가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태완이법 시행으로 시효 제한을 받지 않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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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