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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수영장은 꿈도 못 꿔요"…휴가철이 서러운 장애인

[리포트+] "수영장은 꿈도 못 꿔요"…휴가철이 서러운 장애인
"아이가 물놀이를 좋아해요. 수영장 데려가고는 싶은데, 선뜻 용기가 안 나죠. 제가 돌봐주지를 못하니까."

하반신 마비 1급 지체장애인 김윤경 씨는 여름 휴가철이면 고민에 빠집니다. 재작년 여름에도 아들 도윤이와 함께 수영장에 갔지만, 휠체어는 들어갈 수 없다며 입장을 제지당했습니다. 결국 김 씨는 직원 전용 비상통로를 통해 겨우 수영장에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수영장 안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또래 아이들과 달리, 도윤이는 수영장 미끄럼틀을 타는 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수영장 내부 계단 어디에도 장애인용 리프트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하늘의 별 따기'와 다름없는 장애인 숙박 시설 이용

국내에 등록된 장애인 수는 250만 명에 달합니다. 하지만, 250만 장애인들에게 휴가철은 '남의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김윤경 씨의 사례처럼 수영장, 놀이공원, 휴양지 등에 장애인 편의 시설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숙박시설 이용은 '하늘의 별 따기'와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김민수 / 경기도 시흥시 장애인 연합회장]
"저희 중증 장애인들에겐 휴가는 '그림의 떡'이죠. 평범한 가정에서 누릴 수 있는 그런 행복은 거의 포기하고 살아야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현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내 숙박시설 전체 객실수의 0.5%를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객실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전체 국민의 5%에 달하는 장애인 인구를 고려하면 크게 부족한 상황입니다. 또한 숙박시설 중 모텔, 펜션, 게스트하우스 등 소형 숙박시설의 경우 법률 적용 대상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 겉으로는 '장애인 이용 객실', 들어가 보면

장애인의 날이었던 지난 4월 20일 공개된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숙박시설의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을 통한 이용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을 위해 숙박시설에 마련된 객실도 형식적인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객실이라고 해도 내부에서 휠체어 사용도 어려운 상황인 겁니다.

장애인 객실을 소유한 42개 국내 숙박시설을 분석한 결과, 3개 시설에는 장애인 객실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애인 객실이 있는 39개 숙박시설도 장애인 객실의 수는 4실 미만이었습니다. 특히 1실만 설치한 곳이 31곳으로 73.8%에 달했습니다. 3실이 9.5%, 2실이 7.1%, 4실이 2.4%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장애인 객실이 있는 숙박시설의 장애일 객실 현황
이렇게 장애인 객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미흡한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부터 장애인 객실로 시공하는 게 아니라 일반 객실로 먼저 만든 뒤에 개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장애인 편의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겁니다. 목발이나 휠체어 이동에 불편한 문턱이 있거나 폭이 좁아 진입이 어려운 시설도 있었습니다. 일부 숙박시설에는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손잡이가 거꾸로 설치된 사례도 발견됐습니다.

■ '시선 폭력'이 두려운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들

숙박 시설을 예약하고 휴가를 즐기려 해도 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있습니다. 바로 다른 사람들의 편견입니다.

정신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21살 딸을 키우는 교사 김 모 씨는 매년 여름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떠납니다. 20여 년간 딸을 돌봐왔기 때문에 휴가 계획을 세우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지만, 휴가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대한 우려는 매년 반복된다고 털어놓습니다.
[김 모 씨 54세 / 정신지체장애 아동 아버지]
"편견 없이 신경 안 쓰는 사람들도 많지만, 저희 아이가 행동을 과장해서 하거나 목소리를 높이며 인상부터 찡그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식당같이 사람들 많은 곳에 가면 온 가족이 밥 먹기보단 아이에게 신경을 곤두세우게 됩니다. 바닷가나 수영장에서는 저희 아이랑 같이 못 놀게 하는 경우도 많아요. 장애가 전염되는 게 아닌데 그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죠."
전문가들은 제도적인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장애인들이 편안한 휴가를 즐기는데 큰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물끄러미 쳐다보거나 수군거리는 등의 행동은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시선 폭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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