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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망가진 강화 훈련…표류하는 한국 수영

선수가 없고, 훈련장이 없고…수영대표팀의 현실

김형열 기자 henry13@sbs.co.kr

작성 2017.07.06 09:20 조회 재생수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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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망가진 강화 훈련…표류하는 한국 수영
대한체육회에서 정한 2017년 수영 국가대표팀의 강화 훈련 기간은 11개월입니다. 올해 세계선수권과 내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수영 대표 선수들이 최고의 시설을 갖춘 진천 선수촌에서 1년의 대부분을 훈련할 수 있도록 계획한 겁니다.

하지만, 수영대표팀의 진천 선수촌 강화 훈련은 한 해의 절반이 다 지나간 6월 19일에야 시작됐습니다. 국민 혈세로 지은 선수촌의 시설을 반년 가까이 놀린 셈입니다. 특히 전대미문의 몰래 카메라 파문으로 지난해 8월 달에 사실상 해체됐던 경영대표팀의 수영장은 10개월 가까이 아무도 쓰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대표팀 소집훈련을 시작해도 끝나지 않았습니다.17명의 경영 대표 선수 중 3명만 훈련 중인 진천 수영장● 17명 가운데 단 3명만 훈련…선수가 없는 경영 대표팀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 17명의 선수가 출전하는 경영 대표팀은 이들 중 20%도 안되는 단 3명의 선수만 현재 진천 선수촌에서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꾸린 대표팀 코치진보다도 선수 숫자가 오히려 1명 적습니다. 전담팀을 꾸려 해외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박태환과 안세현, 미국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 이의섭은 물론이고, 김서영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수들도 대표팀에 합류하는 대신 소속팀에서 훈련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이들이 진천을 찾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대표 선수 소집이 너무 늦었기 때문입니다. 세계선수권은 오는 14일에 개막하는데 대표팀 소집은 지난달 19일에야 시작했습니다. 세계선수권을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강화 훈련을 시작한 겁니다. 더구나 지난달 22일부터 25일까지는 동아 수영 대회가 열렸기 때문에 선수들은 26일에야 진천에 올 수 있었습니다.

이럴 경우 선수들은 가장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컨디션을 최고로 끌어올려야 할 마지막 2~3주의 기간 동안 새로운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만나 진천의 새 환경에 적응하는데 시간을 다 보내고 헝가리로 떠나야 합니다. 진천의 시설이 아무리 좋고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선수들이 소집에 응하기는 힘든 상황이었던 겁니다.

여기에 지난해 터진 진천 수영장 몰래 카메라 파문과 대표팀 훈련에 대한 불신도 선수들이 진천 소집 훈련에 불참하도록 만든 이유 중 하나입니다. 수영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벌써 몇 년 전부터 대표팀 훈련에 합류하면 오히려 기록이 퇴보한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습니다.

대표팀의 훈련이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방식이라며 선수들이 입촌을 꺼리기 시작했고, 박태환이나 안세현 등 대표팀을 떠나 훈련하는 선수들이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대표팀 불신설'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유운겸 감독을 비롯해 지난 5월에 새롭게 뽑힌 현재 대표 코치진은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갖고 맞춤 훈련을 실시하겠다고 의욕을 다졌지만, 현실이 이렇다 보니 가르칠 선수가 없는 상태가 됐습니다. (현재 진천에서 훈련하는 3명의 선수 외에 10여 명의 선수들은 헝가리로 떠나기 이틀 전인 오는 16일에 진천으로 들어오고, 박태환과 안세현 등은 현지에서 대표팀에 합류합니다.)진천에서 훈련 중인 다이빙 대표 우하람 선수● 세계선수권을 1달도 안 남기고 본격 훈련에 들어간 다이빙 대표팀

다이빙 대표팀과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대표팀의 상황은 경영과는 좀 다릅니다. 다이빙 대표팀은 세계선수권 출전 선수 6명 전원, 싱크로 대표팀은 3명 전원이 진천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대표팀 소집이 늦어지며 경영 선수들보다 더 큰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다이빙과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은 경영과 달리 외부에서 훈련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경영은 수영장도 상대적으로 흔하고 한두 레인만 빌리면 훈련이 가능하지만, 다이빙이나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은 (다이빙대도 있어야 하고) 훨씬 수심이 깊은 풀을 빌려 전체를 사용해야 합니다.

전용 훈련장을 갖춘 실업팀이 전무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선수들은 매일 매일 훈련장 사정에 따라 시간과 장소를 바꿔가며 훈련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안정적으로 훈련을 할 수 있는 선수촌 입촌을 절대적으로 선호합니다.

하지만, 이들도 경영과 마찬가지로 대표선발전이 늦어지며 지난달 말에야 진천에서 소집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세계선수권을 위해 집중 훈련할 수 있는 기간이 2~3주에 불과하게 된 것입니다. 2015년 카잔 세계선수권 3m 스프링보드와 싱크로나이즈드 10m 플랫폼에서 7위에 오르고,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서는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결선에 올라 11위를 차지한 다이빙의 간판 우하람 선수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역대 최고 기록, 세계적인 경기력을 기대한다는 것은 선수나 지도자에게 모두 너무 미안한 일입니다.

● 수영 연맹의 파행…체육회는 책임 없나?

이 모든 일은 수영 연맹의 파행에서 시작됐습니다. 몇 년 동안 간부가 뒷돈을 받고, 공금을 횡령한 일이 지난해 밝혀지면서 수영 연맹은 대한체육회의 관리 단체가 됐습니다. (당시 수영연맹을 이끌었던 이기흥 회장은 수장직을 내놓는 것으로 연맹과 연을 끊었습니다.

이후 대한체육회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지만, 수영 연맹을 망가뜨린 데 대해서 (법적인 책임은 없다고 하더라도 도의적인 책임을 외면할 수는 없어 보이지만) 아직까지 어떤 책임 있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예산을 확보하기도, 대회를 치르기도 쉽지 않아진 수영연맹은 대표 선발전도 당초 계획했던 3~4월보다 늦은 5월 중순에야 치렀습니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은 언제 열릴지 모르는 선발전을 준비하느라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고, 선발전을 마친 뒤에도 여전히 애를 먹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회장도 없고 관리 단체인 수영 연맹이 언제 정상화가 될지, 언제부터 선수들이 맘 편히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을지는 기약이 없습니다. 2019년 세계선수권을 개최하는 한국 수영의 현실은 이렇게 암울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