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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화 비야누에바 "의자 하나 구해 달라" 요청한 사연

유병민 기자 yuballs@sbs.co.kr

작성 2017.07.05 10:59 조회 재생수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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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한화 비야누에바 "의자 하나 구해 달라" 요청한 사연
“더그아웃에 들어갈 수 없다면 의자 하나 구해 달라. 기자석에 앉아서 보겠다.”

프로야구 한화의 외국인 투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는 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 경기를 앞두고 구단 직원에게 의자 하나를 요청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동료들을 응원하고 싶어서”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비야누에바는 현재 1군 엔트리에 빠져있습니다. 지난달 26일 오른쪽 팔꿈치 통증이 발생했는데, 진단 결과 염증이 발견됐습니다. 회복에 시간이 걸리자 이상군 한화 감독대행은 비야누에바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습니다. 재활을 통해 상태가 호전된 비야누에바는 이날부터 1군 선수단에 합류해 복귀 시동을 걸었습니다. 가벼운 훈련을 마친 그는 “몸 상태는 매우 좋다. 통증도 완전히 사라졌다. 팀이 좋은 분위기를 탔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 경기에 나서기 전까지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을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바람과 달리 비야누에바는 더그아웃에서 응원할 수 없었습니다. KBO리그 규정 제14조 [현역선수 등 등록]에는 벤치에 들어가는 인원의 한도가 명시돼 있습니다. 감독과 코치 8명, 현역선수 27명, 매니저, 트레이너 2명, 기록원 1명, 홍보 1명, 통역 3명까지 총 44명이 더그아웃에 앉을 수 있습니다. 1군 등록 선수가 아닌 비야누에바는 규정에 따라 더그아웃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규정을 알게 된 비야누에바는 “왜 그런 규정이 생겼는지 궁금하다. 내 기준에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KBO리그의 룰이라면 수긍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의자를 주면 더그아웃 옆 기자석(사진 기자석)에 앉아서 동료들을 응원을 하겠다. 의자 하나만 구해 달라”며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비야누에바의 이야기에 이상군 감독대행은 “마음만으로도 고맙다”며 격려했습니다.

비야누에바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11시즌을 뛰며 476경기에 나선 베테랑 투수입니다. 실력은 이미 검증된 상황. 한화가 그에게 더욱 매료된 건 인성입니다. 한화 관계자는 “비야누에바는 늘 팀과 동료를 우선 생각한다”며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팀에 도움이 될 지 고민하는 것 같다. 빅리그 커리어가 많은 선수 중 일부는 KBO리그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비야누에바는 KBO리그와 한국 야구를 존경한다"고 말했습니다.

비야누에바가 자신의 복귀 시점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후반기 반격을 준비하는 이상군 감독대행은 비야누에바의 복귀를 다음 주 화~목요일 열리는 전반기 마지막 롯데와 경기로 구상 중입니다. 그러나 비야누에바는 “몸에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주말 LG와 경기도 나설 수 있다. 팀에 중요한 시점 아닌가. 감독님께서 불러주시면 바로 마운드에 올라가겠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한화 관계자에 따르면 비야누에바는 KBO리그를 야구 인생의 마지막 커리어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구단 관계자는 “비야누에바는 은퇴 후 구단 프런트, 스카우트, 스포츠 행정 등 야구 관련 종사자로 일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우리와 계약할 당시 복수의 메이저 구단에서 입단 제의가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은퇴 후 삶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무대에서 경험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 한국에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로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야구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비야누에바는 한국에서의 경험을 리포트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일기 형식으로 매일 그라운드 안팎에서 경험한 내용을 꼼꼼하게 적고 있다고 합니다. 야구 관련 내용은 물론 한국 생활의 전반적인 느낌도 담고 있습니다. 비야누에바는 “리포트가 완성되면 한화 구단에 복사본을 줄 계획이다. 그러면 향후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고, 관리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팀이 발전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구단 관계자는 "그런 생각을 해주는 것 자체로 너무 고맙다"고 했습니다. 

비야누에바는 “한국에서의 생활이 너무 즐겁다. 인생에서 가장 멋진 추억 중 하나가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합니다.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 열쇠를 쥐고 있는 비야누에바가 후반기에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