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리포트+] 닭, 튀기면 중량이 줄어든다(?)

[리포트+] 닭, 튀기면 중량이 줄어든다(?)
30대 직장인 A씨는 야식으로 치킨을 즐겨 먹습니다. 어느 날 평소처럼 같은 업체에서 치킨을 주문한 A씨는 예전보다 양이 줄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씨는 실제로 양이 줄었는지 궁금했지만, 배달된 상자, 포장지 등 어디에서도 치킨의 크기나 중량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직장인 A씨처럼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치킨을 시켰는데 예전보다 양이 줄어든 것 같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겨울 AI 확산 이후,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시도하려다 정부의 압박 때문에 실패하자 치킨의 양을 줄인 거 아니냐는 의심이 나옵니다.

■ 중량 표시 없이 '마리'로만 판매되는 치킨

닭은 크기에 따라 5호에서부터 30호로 나뉩니다. 제일 작은 5호가 450g 정도로 호수가 하나씩 올라갈 때마다 약 100g씩 무게가 늘어납니다. 무게 단위로 파는 소나 돼지고기와 달리 닭은 '마리' 단위로 거래됩니다. 때문에 양이 부정확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중량 표시 없이 '마리'로만 판매되는 치킨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생닭을 'g' 단위로 거래하도록 관련법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치킨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치킨은 중량이나 호수를 표시하지 않고 마리 단위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치킨 업체 관계자는 중량 표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치킨 업체 관계자]
"조리 전 중량은 표기돼 들어오는데, 조리방식이나 조리법에 따라서 조리 과정에서 중량 편차가 심해져서 표기가 어려워요."

■ 1kg짜리 생닭으로 튀긴 치킨…받아보니 최소 618g?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치킨 재료로 1kg짜리 생닭 10호를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받는 치킨도 1kg일까요? SBS 취재진이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5곳에서 치킨 한 마리를 주문해 각각의 무게를 재봤습니다.
<5개 업체 치킨 무게를 측정한 결과 866g, 846g, 797g, 689g, 618g><button class= 이미지 확대하기
" data-captionyn="N" id="i201064971"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170630/201064971_1280.jpg" style="display:block; margin:20px auto">그 결과, 가격은 만 5천 원 전후로 비슷했지만, 무게는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제일 많은 곳이 866g, 적은 곳은 618g에 불과했습니다. 1kg짜리 생닭이 조리 후 최대 40%나 줄어든 겁니다.

같은 업체의 각각 다른 점포 5곳에서 동일한 치킨 메뉴를 주문해 비교해봤습니다. 재료와 조리법이 같은 메뉴인데도 최대 692g에서 최소 618g까지 70g 이상 차이가 났습니다. 다른 업체끼리는 물론이고 같은 업체조차 치킨 무게가 제각각인 상황입니다.
[치킨 업체 관계자]
"튀기면서 체내 수분이 빠지니까 중량이 줄어들어요. 실제 고객님들이 받으시는 무게는 800g에서 850g 정도 됩니다."
업체 측은 튀기는 과정에서 중량이 줄어든다는 입장입니다. 조리 과정에서 생닭 속의 수분 등이 빠지면서 15~20%가량의 중량이 손실된다는 겁니다.

■ 햄버거와 피자는 가능한데, 치킨은 불가능하다?

치킨과 비슷한 조리 식품인 햄버거와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홈페이지에 자발적으로 중량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채소는 물론, 소스까지 똑같은 양을 쓰기 위해 고유한 장비를 사용하는 햄버거 업체도 있습니다.

[주호정 / 햄버거 업체 점장]
"정량을 안 지키면, 모든 고객님이 동일한 맛을 느끼도록 하는 게 저희 서비스 일차적인 목표인데 그걸 지킬 수가 없으니까."

농림축산식품부가 생닭을 무게 단위로 거래하도록 관련법을 정비하기로 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뒤늦게 치킨의 중량 표기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SBS 장세만 기자]
"치킨 업체들이 가격 인상 대신 닭 크기를 줄이는 게 아니냐는 의심은, 돈 내고 사 먹는데도 중량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치킨 업계 스스로 불러온 자승자박 아닐까요?"
(취재: 장세만, 남주현 /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