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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인사청문대해부 ① '논란 인사' 비율…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노무현 정부 順으로 높았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동서고금을 초월해 여전히 유효한 금언이다. 조직의 특성과 크기에 관계없이 어떤 사람을 어떤 자리에 두는지에 따라 일의 성패는 물론, 조직의 명운이 달라진다. 대통령의 인사가 특히 그렇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간 국정농단 사태의 시작이 바로 '인사'에서 비롯됐다는 것만 봐도 대통령의 잘못된 인사는 '망사'로 이어질 수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실 검증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하라"

검증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한 흠결로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자 야당은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인재를 등용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 특히 고위공직자 인선은 대통령의 주된 임무이자 권한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식의 책임 추궁은 역대 정권에서도 반복됐다. '인사 실패 또는 참사'는 과거 정권에서도 반복적으로 일어났던 일이다.

그렇다면, 역대 대통령의 인사는 어땠을까. 정권의 운명까지 결정지을 수 있는 '대통령 인사'를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이 분석했다. 청문회 대상자를 전수 조사해 역대 정권별 인사 성적표, 고위 공직자를 둘러싼 의혹, 인사청문회의 변수 등을 시리즈로 연속 보도한다.

● 낙마율 성적표…박근혜 정부>이명박 정부>문재인 정부>>노무현 정부
[마부작침] 역대 정부 인사청문대상
인사청문제도가 도입된 지난 2000년부터 최근까지 인사 청문대상자는 모두 334명이다. (※ 본 기사는 2017년 7월 27일을 기준으로 업데이트)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대법관, 장관, 검찰총장, 합참의장 등 대한민국의 최고위급 공직 후보자들이다. 이렇게 후보자로 지명되면, 1. 별다른 반대 없이 국회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돼 무난하게 임명되는 경우, 2. 보고서는 채택됐지만, 대개 야당의 '부적격 의견'이 포함된 상태에서 임명되는 경우, 3. 대개 야당의 반대로 보고서 채택 자체가 무산된 뒤 임명이 강행된 경우, 4. 지나친 흠결로 낙마하는 경우, 이렇게 네 가지로 결론이 난다. 이 중 가장 최악의 경우가 바로 '낙마'다.

후보자 낙마는 반복적으로 발생한 일이긴 하지만, <마부작침> 분석 결과, 각 정부별 '낙마율'의 편차는 컸다. 낙마율을 통해 각 정부의 인사 성적을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마부작침] 썸네일
( ※인터랙티브 페이지 주소 : http://mabu.newscloud.sbs.co.kr/20170628parliamentary/ )


역대 정부의 낙마율 평균은 8.1%로, 청문회 후보자 334명 중 27명은 공식 임명되지 못하고 낙마했다는 뜻이다. 후보자 개인의 도덕성 의혹과 정치 상황 등이 맞물린 결과다. 인사청문 제도가 도입됐지만, 국무총리와 대법원장 등 국회의 임명동의가 필요한 직책 만을 대상으로 인사청문회가 실시됐던 '김대중 정부'를 제외한 이후 역대 4개 정부 가운데 낙마율이 가장 높았던 정부는 박근혜 정부로 나타났다.
[마부작침] 정부별 고위공직자 낙마율
박근혜 정부에선 99명의 인사청문대상자가 있었다. 이들 중 10명, 그러니까 전체의 10.1%가 낙마했다. 문재인 정부는 25명의 청문회 대상자 중 2명(안경환, 조대엽 후보)이 사퇴해 8.0%의 낙마율을 보였다. 다른 정권은 이미 임기가 끝나 최종 결과에 따른 수치지만, 문재인 정부가 아직 1차 내각이 마무리되지 않은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남은 임기 동안 이뤄질 인사에 따라 낙마율이 낮아질 수도, 높아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른 정부와 비교하면 박근혜 정부의 낙마율은 더욱 두드러진다. 박근혜 정부의 낙마율 (10.1%)은 이명박 정부 8.8%(113명 중 10명 낙마)보다 1.3%p 높고, 노무현 정부의 3.7%(81명 중 3명 낙마)보다는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로 분석됐다. ‘수첩인사’, ‘밀봉인사’ 등으로 불리며 ‘인사 참사’도 잇따랐던 박근혜 정부의 인사 성적표의 일단이 확인된 셈이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 실패의 실상은 '인사청문회 개최 이전'에 사퇴한 후보자가 다른 3개 정부 중 가장 많았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당시 정치적 지형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인사청문회 개최 이전에 후보자가 사퇴했다는 건,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국민들이 용인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부작침] 청문회 개최 전 낙마자
지금까지 청문회장에 앉지도 못하고 낙마한 후보자는 11명인데, 이들 중 6명이 박근혜 정부에서 나왔다. 국무총리로 임명됐다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낙마한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척결 등의 기치로 임명됐지만 연이어 낙마한 문창극·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에선 11명의 낙마자 중 4명이 인사청문회 개최 이전에 낙마했다. 이 중 3명이 1기 내각 조각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이명박 정부 1기 통일·여성·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각각 지명됐다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낙마한 남주홍·이춘호·박은경 후보자들이 그렇다. 문재인 정부에선 ‘강제 혼인신고’ 등으로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여론이 악화하면서 청문회장에 서보지도 못한 채 사퇴했다.

반면, 노무현 정부에선 청문회 개최 전 낙마한 후보는 없었지만, 헌재소장으로 지명됐던 전효숙 후보자가 '소장 임기와 자격' 등 절차적 문제를 둘러싼 여야 힘겨루기 속에 인사청문회가 중단된 뒤, 결국 낙마했다.

● '임명강행' 비율 1위는 이명박 정부…노무현 정부의 3배

낙마하지 않고, 공직에 임명됐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국회의 임명동의가 필요한 국무총리와 대법관 등을 제외한 국무위원 등은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위장전입 등의 의혹으로 야당의 반대 속에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처럼 말이다.

또, 보고서가 채택이 되더라도 해당 직책을 맡기에는 '부적격하다'는 야당의 반대 의견이 보고서에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낙마하지 않고 공직에 임명이 됐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경우는 야당이나 일부 여론의 반대에도 임명한, ‘임명강행 인사’로 분류할 수 있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이 327명의 역대 후보자 분석 결과,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했거나 보고서에 '부적격' 의견이 포함된 ‘임명강행 인사’ 비율이 가장 높았던 정부는 이명박 정부로 분석됐다. 이명박 정부에선 대상자 113명 가운데 17명이 보고서 채택없이 임명이 강행됐고, 33명에 대해서는 보고서에 부적격 의견이 제시됐는데, 113명 중 44.2%인 50명이 임명강행 인사로 집계된 것이다. 낙마율이 가장 높았던 박근혜 정부는 이보다 낮은 41.4%(99명 중 41명)로 분석됐다. 문재인 정부는 44.0%(25명 중 11명), 노무현 정부는 12.3%(81명 중 10명)였다. 이명박 정부의 임명강행 인사 비율은 노무현
정부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것이다.
[마부작침] 임명 강행 인사 비율
임명강행 인사 비율만 놓고 보면, 노무현 정부의 인사가 역대 정부 중 가장 양호했고, 반면 이명박 정부의 인사가 가장 문제가 있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 당시 인사 때마다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고소영 S라인(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서울시)’, ‘강부자(강남 부자)’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며 여론의 비판을 많이 받았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 '논란 인사' 비율 1위 이명박 2위 문재인 3위 박근혜 4위 노무현 정부

각 정부의 인사는 낙마, 보고서 미채택, 보고서에 부적격 의견 포함 등 개별적 파악할 수 있지만, 이를 합쳐 종합적으로도 살펴볼 수 있다. 이른바 ‘논란 인사’ 비율로 각 정부에서 지명한 후보 중 ‘낙마, 보고서 미채택, 보고서에 부적격 의견 포함’ 후보자를 합쳐서 분석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임명강행 인사(보고서 미채택+보고서에 부적격 포함)’에 낙마자를 합치면 각 정부의 인사 특성을 확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한 마디로 각 정부의 인사 성적표인 셈이다.
[마부작침] 역대 정부 논란인사 비율
‘논란 인사’ 비율 1위는 이명박 정부가 차지했다. 후보자 113명 중 60명이 포함돼 53.1%로 분석됐다. 다음으론 다음으론 문재인 정부(52.0%), 박근혜 정부(51.5%), 노무현 정부(16%) 순이었다.

논란인사 비율이 각각 50%를 넘긴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는 한마디로 인사 때마다 많은 논란을 겪었다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10명의 후보자를 지명하면 이 중 5명은 각종 의혹이 제기돼 정치권과 국민 여론의 논란을 야기했다는 뜻으로, 인사의 종합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 "집권 1년 차 허니문은 허상" 낙마율 '집권 1년 차’ 최고치..."진짜 허니문은 집권 3년 차"

각종 의혹으로 후보가 낙마하거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되는 등 인사 성적은 정권 별로 제각각이지만, 같은 정권 내에서도 대통령의 집권 연차별로 차이가 난다. 집권 연차와 낙마율의 상관 관계인 셈이다. 

대통령 집권 연차를 둘러싼 정가의 속설이 있다. 집권 1년 차에는 대통령, 넓게는 여당과 야당이 허니문 기간을 가진다는 것이다. 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통령과 집권당이 업무를 파악하고,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공격을 자제한다는 이야기다. 이를 인사에 대입하면, 큰 하자가 없는 이상 대통령이 원하는 인물을 고위 공직에 임명할 수 있도록 야당이 용인해 준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정가에는 정반대의 속설도 있다. 집권 1년 차에 야당은 향후 5년 동안의 관계 설정을 위해 대통령 및 여당과 팽팽히 대립하고, 대통령과 여당도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야당과 힘겨루기를 한다는 것이다. 2개의 속설 중 어느 것이 맞을까? <마부작침> 분석 결과, 인사의 측면에선 후자가 현실과 더욱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권 1년 차 허니문은 허상인 것이다.
[마부작침] 인사청문대해부1
김대중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낙마자 27명 중 11명이 집권 1년 차에 낙마했다. 전체 낙마자 중 40.7% 수치다. 2년 차와 4년 차의 18.5%, 3년 차와 5년 차의 11.1%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인사청문보고서 미채택 비율도 대통령 집권 연차 기준으로 보면 1년 차가 가장 높았다. 5개 정부에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33명 중 15명, 즉, 45.5%가 임기 1년 차에 발생했다. 역시 4년 차의 24.2%, 2년 차 15.2%, 5년 차 12.1%, 3년 차 3.0%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집권 1년 차에 '낙마율'과 '인사청문보고서 미채택 비율'은 집권 연차별 상대적 비교를 통해서도 충분히 확인된다. 김대중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5개 정부에서 집권 1년 차에 고위공직에 지명된 사람은 104명 중 11명이 중도 사퇴해 낙마율은 10.6%로 집계됐다.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돼 임명 강행된 후보는 15명으로 14.4%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낙마율이 두 번째로 높았던 집권 2년차(9.4%)와 인사청문보고서 미채택 비율이 두 번째로 높았던 4년차(11.1%)에 비해서도 상당히 높은 수치다.

낙마율과 인사청문보고서 미채택 비율이 가장 낮은 시기는 집권 3년 차인 것으로 분석됐다. 역대 4개 정부(김대중~박근혜) 집권 3년 차에 66명의 고위 공직자가 지명됐는데, 이 중 낙마자는 3명, 낙마율은 4.5%로 다른 시기보다 훨씬 낮은 수치를 보였다. 보고서 미채택 비율도 집권 3년 차가 1.5%(1명)로 대통령 임기 5년 중 가장 낮았다. 고위공직자 인사 문제에 있어서는 집권 3년 차가 대통령과 야당, 여당과 야당의 갈등이 가장 낮았던 시기로 볼 수 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안혜민 장동호
디자인/개발: 임송이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해당 기사는 2017년 7월 28일 추가로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돼 분석 수치를 업데이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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