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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화장실에 숨어서 주사"…방치된 소아당뇨 아이들 ①

[취재파일] "화장실에 숨어서 주사"…방치된 소아당뇨 아이들 ①
● '소아당뇨병'을 아시나요?

'소아당뇨병 = 소아 + 당뇨병'으로 본다면 당뇨병을 가진 소아 (그러니까 만 15세까지의 아동을 지칭하는 말)를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소아당뇨병'이라는 질병명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소아당뇨병은 어린이와 청소년기에 발생한 당뇨병을 말하며, 발생원인에 따라 1형과 2형 당뇨병으로 구분합니다.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 장애나 인슐린 작용 장애에 의해 혈당이 상승하는 질환을 말합니다. 발생원인에 따라 1형 당뇨와 2형 당뇨, 임신성 당뇨병 등으로 나뉩니다. 오늘 이야기할 소아당뇨를 앓고 있는 아이들은 1형 당뇨병 아이들입니다. 우리 몸을 외부로부터 보호해주는 면역시스템이 오히려 자기 몸을 공격하는 질환을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하죠. 1형 당뇨는 대부분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자가면역질환입니다. '아직' 치료법이 없으므로 '난치병'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2형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가 줄거나, 인슐린에 반응하는 세포들이 인슐린에 대해 잘 반응하지 않아 생기는 질환으로 같은 당뇨병이지만 같은 질환으로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흔히 당뇨병이라고 알고 있는 질환은 2형 당뇨병입니다. 최근에는 소아비만이 많아지고,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당뇨 치료를 받고 있는 소아가 5만 명 정도 추산된다고 합니다.
소아당뇨 환자 수 그래프
아직 소아당뇨병 만을 표현하는 말이 없으므로 오늘 제가 드릴 이야기에선 '소아 1형당뇨병 = 소아당뇨병'으로 표현하겠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치 건강보험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 약물치료 중인 소아당뇨병환자(1형 당뇨병 기준)는 2006년 4,076명에서 2015년 5,338명으로 10년 새 31% (1,262명)이나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유럽과 미주 등에 많은 1형 당뇨의 경우 우리나라에는 80년대 들어 보고되기 시작해, 의료진도 임상 경험이나 연구 자료가 많지 않습니다.
 
● 화장실에서 혼자 몰래 주사 맞는 아이들

소아당뇨를 앓고 있는 아이들은 혈당의 기복이 심하기 때문에 하루에도 10여 차례 혈당 검사를 해야 하며 인슐린 주사를 4번쯤 맞아야 합니다. 이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소아당뇨병 환자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처음 보는 '기자 아줌마'에게 궁금한 것들은 거침없이 물어보고, 웃는 모습이 유난히 해맑은 8살 김서희 양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올해 초등학교 1학년 8살 서희 어머니 안주란 씨는 서희가 만 3살 때 소아당뇨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혈당검사를 처음 하던 3살 서희는 손끝에서 붉은 피가 나자 울음을 터뜨렸고, 우는 아이를 안고 같이 흐느끼는 남편을 보며, 서희 엄마는 눈물을 흘리는 대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내가 무너지면 끝이구나'라고요.
 
[안주란/ 김서희(8세) 어머니]
"소아당뇨환자 엄마들 중에 우울증을 겪는 엄마들도 있어요. 근데 저는 엄마가 독하지 않으면 당뇨와 아이가 함께 살아가는 거를 지켜줄 수 없겠다. 그래서 저는 좀 세게 훈련을 시킨 편이에요. 그래서 6살 때부터 집에서 이렇게 쿠션에다가 바늘로 찌르는 거 연습하고 해서 하게 했죠."
 
그래서 6살 때부터 서희는 자기 손과 배에 바늘을 찌르며 스스로 혈당관리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서희 어머니는 걱정이 많습니다. 아직 어리지만, 곧 사춘기가 되면 친구들과 자신이 다르다고 생각하고, 마음의 상처를 받을까 봐 걱정입니다.
 
[안주란 / 김서희 어머니]
"되게 당당하고 밝고 이런 아이들도  두번이 아니라 하루에도 몇번 씩 친구들 앞에서 그걸 맞아야 한다는 게 쉽지가 않거든요. 여자아이들은 더 어려워요."
 
서희의 가까운 미래쯤이 되겠군요. 올해 중학교 2학년인 김민지 양(가명)이 그렇습니다. 민지는 학교 화장실에서 하루 4번 주사를 맞습니다. 혼자 학교 화장실에서 주사를 맞아 온지도 벌써 8년째입니다. 주사 맞는 게 익숙하지만, 혼자 관리하다 보니, 혈당 조절이 제대로 안 돼 병원 신세 지기 일쑤입니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소아 당뇨병 환자 중 30.3%가 화장실에서 인슐린을 투약하고 있습니다. 당뇨를 앓는 어린이 3명 중 1명은 친구나 교사의 도움 없이 혼자 혈당 검사를 하고 화장실에서 인슐린 주사를 맞는 겁니다. 보건실에서 인슐린 주사를 맞는 경우는 36.4%에 불과했습니다. 왜 화장실이라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주사를 맞아야 할까요? 
 
● 학교 보건시스템의 사각지대에 있는 소아당뇨 아이들
소아당뇨 주사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생활하는 점을 고려하면 소아당뇨병 아이들에게도 학교라는 공간이 가장 중요합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아이들의 경우 보통 4~6시간, 초등학생 6~8시간, 중 고등학생은 8~10시간 이상 집 밖에서 혈당관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죠. 학교에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 주사를 놓는 이유는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있지만, 도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현행 의료법상 간호사인 보건교사는 의사의 처방 없이는 인슐린을 주사할 수 없습니다.
 
지해 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소속 양승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소아 당뇨병을 앓는 영유아는 간호사가 배치된 어린이집을 우선 이용하고 ▲어린이집 교사가 부모의 동의를 받으면 인슐린 주사를 놓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잡니다.

그러나 유치원부터 고등학생까지 대부분의 소아당뇨병 환자들은 영유아보호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고, '학교보건법'대상이 돼 학교보건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같이 발의됐던 '보건교사도 인슐린 처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학교보건법은 보건교사들의 반대로 폐기됐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4월 학부모의 동의만 있으면 보건 교사가 인슐린 주사를 놓을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놨지만 역시 보건교사들의 반대에 부딪쳤습니다.
 
그렇다면 보건교사들은 왜 반대를 할까요? 만약 아이가 잘못될 경우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는 문제가 핵심 쟁점입니다. 인슐린 투약 결과에 대해 보건교사의 법적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당뇨병 인식개선과 학교보건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가 핵심쟁점이었습니다.

대한의사협회 김연희 자문변호사는 의료법에 예외규정을 마련해 보건교사에 인슐린 투약 등을 허용하면 오히려 보건교사를 보호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김 변호사는 "예외규정을 두면 보건교사가 업무에 따라 의료행위를 한 것이 되기 때문에 응급의료법상 착한 사마리아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새로운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슐린 투약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최소한 저혈당 방지를 위한 글루카곤 주사 투약 등 응급처치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여기엔 면책규정도 포함돼 있습니다.
 
<학교보건법 일부 개정안> (제공 :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
"보건교사 등으로 하여금 제1형 당뇨 또는 아나필락시스 쇼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질병으로 인하여 생명이 위급한 학생에게 투약행위 등 응급처치를 제공할 수 있다. 이 경우 학교의 장은 미리 학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보건 교사 등이 생명이 위급한 학생에게 응급처치를 제공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해당 보건교사 등은 민사책임과 상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아니하며,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 [취재파일] "화장실에 숨어서 주사"…방치된 소아당뇨 아이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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