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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집값 오른 건 투기세력 때문" 김현미 분석 따져보니

친절한 경제입니다. 우리나라 부동산을 담당하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지난주에 취임을 했는데, 취임식에서 한 취임사가 화제입니다.

"요새 집값 오르는 건 투기세력 때문이다." 통계를 들어서 콕 집어서 이야길 했는데, 투기세력 잡으면 집값도 잡을 수 있다. 이런 뜻이겠죠.

보통 취임사는 "잘해봅시다. 이 정도로 하고 끝나는데, 이날 취임사는 조금 전투적이다. 이런 느낌까지 있어서 많이 좀 색달랐습니다.

김현미 장관이 투기세력이 꼈다고 분석한 이유는 작년 5월과 올해 5월에 집을 산 사람들을 뽑아서 분석해봤더니, 올해는 집을 다섯 채 이상 갖고 있는 부자들이 집을 훨씬 더 많이 샀더라는 겁니다. 조금 길지만, 이야기 들어보시죠.

[김현미/국토부 장관 : 올해 5월, 무주택자가 집을 산 비율은 전년 동월 대비,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1주택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증가세를 보였을까요? 가장 두드러진 사람들은 5주택 이상 보유자였습니다. 강남 4구에서만 무려 53%가 증가했습니다. 강남 58%, 송파 89%, 강동 70%입니다. 강남 4구에서 지난해와 비교해 주택거래량이 가장 두드러지게 증가한 세대가 있습니다. 놀랍게도 바로 29세 이하입니다. 29세 이하는 54%라는 놀라운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두 번째 투기세력으로 지목된 게 29세 이하가 되겠습니다. 이걸 다 듣고 나니 갑자기 화가 나죠.

집이 다섯 채 이상이면 거 살만한 사람들이 돈을 또 벌어보겠다고 집을 강남에 더 사서 집값을 올리고, 그 와중에 일부 부자들은 자기 자식들한테 집을 사서 줬구나, 저걸 놔줘서 집값이 올랐네, 저 사람들을 잡아야겠구만, 이런 생각이 들죠.

그런데 기자의 직업병 중의 하나가, 남 말 들으면 확인해 보는 거라서요, 이게 맞는 말인가 좀 따져봤습니다.

우선, 다섯 채 이상 집을 갖고 있는 부자들이 정말 서울 강남 집을 많이 샀나, 이 부분부터 보시죠.

5월에 강남에서 거래가 된 전체 집이 4천 채 정도 되는데, 그중의 5주택 이상 부자가 산 집은 98채, 그러니까 2.5%입니다.

반면에 무주택자가 산 집은 2천100채, 1주택자는 1천100채 정도 돼서, 이 둘을 하면 80%가 넘어갑니다. 그래서 5주택 이상 부자가 산 집보다 무주택, 1주택자가 산 집이 30배 이상 많습니다.

김현미 장관이 얘기한 건 증가율이었죠. 작년하고 비교해보면 5주택자 이상이 강남에 집을 53% 더 샀다. 수치는 맞습니다.

작년 5월엔 60채 정도 샀었는데 올해 30채 정도 더 샀으니까, 수치로는 50%가 맞긴 맞습니다.

그런데 무주택자를 보면 증가율은 9% 늘어난 거지만, 집 수로 치면 200채 가까이 더 산 셈이니까, 사실은 5주택 이상보다 더 많이 산 겁니다.

이 통계를 종합 해보면 강남에 지금 집 사는 대세는 5주택 이상 부자라기보다는 무주택자라고 보는 게 맞지 싶습니다.

그리고 스물아홉 이하도 눈치채셨겠지만, 비슷합니다. 올해 5월에 전체 4천 채 중에 스물아홉 이하가 산 집은 130채 정도, 역시 대세는 40대, 50대입니다. 집 수 자체가 비교가 안 되죠.

부자들, 혹은 스물아홉 이하가 집을 산 게 작년보다 늘긴 했지만, 그래서 김 장관 말이 맞긴 하지만, 이 사람들이 정말 집값 올린 주범이냐, 이 사람들 잡는다고 서울 집값이 잡히냐, 여기에 대해선 갸웃하게 됩니다.

집값 안정시키는 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라면 이미 전에 해결했겠죠. 통계란 게 이렇게 어느 쪽을 강조하느냐에 따라서 보이는 게 달라집니다. 장관도 취임사 뒷부분에 그런 위험성을 직접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것도 직접 들어보시죠.

[김현미/국토부 장관 : 숫자로 현실을 왜곡하지 맙시다. 숫자는 현실을 파악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서민들이 집 사는 데 어려움 없게 하겠다. 이런 취지는 이해를 하지만, 방금 취임사에 쓴 통계는 딱 맞아떨어지는 진단은 아니었다. 시장을 설득하고 제대로 통제를 하려면 좀 더 가다듬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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