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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120년 만에 사라지는 종이통장…금융 소외 계층 만든다?

[라이프] 120년 만에 사라지는 종이통장…금융 소외 계층 만든다?
오는 9월부터 종이통장 신규 발행이 원칙적으로 중단될 전망입니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지난 2015년 발표한 종이통장 단계적 폐지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지난 1987년, 국내 최초의 상업은행인 '한성은행'이 종이통장을 처음 발급한 이후 120년 만에 사라지는 겁니다.

■ 120년간 사용된 종이통장 왜 없애나?

금융당국은 종이통장이 폐지되면, 발행에 따른 금융사의 제작비나 재발행으로 인한 고객의 수수료 등 불필요한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금융사들은 종이통장 한 개를 발행할 때 인건비·관리비 등을 포함해 5천 원에서 1만 8천 원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분실과 훼손 인감변경 등으로 통장을 재발행하는 고객들이 지불하는 수수료도 매년 60억 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등에서 사용되는 이른바 '대포통장' 문제도 줄어들 것으로 금융당국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무통장 금융거래 관행이 정착되면 무분별하게 개설돼 방치되고 있는 장기 미사용 계좌가 자연스레 정리될 것"이라며 "금융거래의 편의성과 안정성, 효율성이 크게 증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에서는 120년 만에 종이통장 시대가 저물지만, 해외 다수 국가는 이미 종이통장을 사용하지 않는 추세에 들어선지 오랩니다. 미국은 1990년대, 영국은 2000년대부터 종이통장 발행을 중단했습니다. 중국도 2010년대부터 고객이 요청하는 경우에만 종이통장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 디지털이 어려운 고령층, 금융 소외 계층 될까?

금융 전산화, 온라인 거래 확대 등으로 시중은행들이 종이통장 대신 전자통장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흐름이 금융 소외 계층을 양산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연령별 디지털 정보화 수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6 디지털 정보화 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 국민 평균을 100으로 봤을 때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지수는 60대가 55.5%, 70대 이상이 28.7%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른 연령층에 비해 고령층의 디지털 기술 이용 정도나 능력이 뒤처져 있는 겁니다.

[김길자 / 78세.여]
"휴대전화로 하는 거 손녀한테 배웠는데, 너무 복잡해요. 기계는 기다려주지도 않고 나 같은 사람들은 은행 창구에 가야 마음이 편하지. 통장이 없어진다니까, 누구한테 부탁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에 미숙한 고령층은 종이통장 폐지로 인해 은행 업무에 불편이나 혼란을 겪을까 우려된다는 입장입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종이통장 폐지가 고령층을 금융 소외 계층으로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 종이통장 단계적 폐지, ‘60세 이상’은 제외된다

하지만 금감원은 고령층의 혼란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금감원은 오는 9월 이후에도 예외적으로 종이통장을 발행받을 수 있는 대상에 '60세 이상 고객'을 포함 시켰습니다. 종이통장이 단계적으로 폐지되더라도 60세 이상의 고령층은 종이통장을 발급받을 수 있는 겁니다.

금감원이 지난해 7월 발표한 '통장 기반 금융거래 관행 혁신방안'에 따르면, 종이통장 폐지는 3단계로 나눠 점진적으로 적용될 예정입니다. 올해 8월까지는 종이통장을 발행하지 않는 고객에게 금리 우대, 수수료 경감, 경품 제공 등의 인센티브가 제공됩니다. 금융소비자가 스스로 무통장 거래를 선호하게 유도하는 겁니다.
'통장 기반 금융거래 관행 혁신방안'
2017년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금융사는 신규계좌 개설 시 종이통장을 발행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할 예정입니다. 고객이 60세 이상인 경우나 금융거래기록 관리 등의 사유로 종이통장을 희망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종이통장을 발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20년 9월 이후에는 재발급 할 때만이 아니라 종이통장을 신규로 발급할 때도 원가의 일부가 고객에게 부과됩니다. 이 경우도 60세 이상인 고객은 제외됩니다.

고령층이 금융 소외 계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예외적으로 종이통장 발급을 허용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고령층도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맞춤형 서비스 개발 등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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