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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사형 처벌에도 폭증하는 마약…중국의 고민

코카인 여행가방
상하이 푸동공항에 나타난 동남아시아 국적의 여성은 코카인과 플라스틱 입자를 섞어 만든 여행가방을 들고 오다 적발됐습니다. 이 여행가방에서 추출한 코카인은 10kg이 넘습니다. 광둥성 경찰은 마약범죄 일제단속을 통해 무려 6,200명을 체포했습니다. ( ▶ 코카인으로 만든 가방?…플라스틱 입자와 혼합해 제작 / 06.08 8뉴스)

이 기간동안 압수한 마약은 무려 1t이나 됩니다. 쓰촨성, 광시자치구, 윈난성, 후난성, 랴오닝성, 헤이룽장성에서도  마약 밀매단이 체포됐습니다. 중국은 라오스, 베트남과 마약범죄 합동단속소를 설치했습니다. 중국은 이미 필리핀과도 마약수사를 공조하고 있습니다.

2017년 6월에만 중국 CCTV에 방송된 마약범죄 관련 뉴스들입니다. 불과 3주 남짓한 기간동안 하루가 멀다하고 마약범죄 관련 영상과 체포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여기가 마약범죄에 엄하기로 정평이 난 중국인가 싶을 정도로 마약범죄는 교통사고 발생 만큼이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뉴스 소재가 됐습니다.

사회주의 체제인데다 아편전쟁이라는 쓰린 역사를 갖고 있는 중국은 널리 알려진대로 마약범죄 처벌에 매우 엄격합니다. "중국에서 마약범은 무조건 사형"이란 말은 지나치게 과장된 거지만, 실제 중국 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마약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는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강력한 게 사실입니다.

중국 형법 347조는 마약 밀수, 판매, 운송, 제조한 경우 모두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적발된 마약량에 따라 처벌 수위를 다르다는 건데, 압수된 마약량이 1,000g 이상의 아편, 50g 이상의 헤로인, 필로폰 등이면 15년 이상의 유기징역, 무기징역 또는 사형에 재산몰수까지 병과할 수 있고, 200g~1,000g의 아편, 10g~50g의 헤로인, 필로폰 등이면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벌금 병과, 200g 미만의 아편, 10g 미만의 헤로인, 필로폰은 3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처벌 형량 뿐 아니라 마약범죄를 수사하는데 있어서도 수사 기법에 있어서도  폭넓게 허용하고 있습니다. 마약범 단속을 위해선 우리나라에선 허용되지 않는 여러 수사 기법이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마약범을 붙잡아 처벌을 한 뒤에도 집행유예를 웬만해선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악질 마약범죄자로 찍히면 가석방도 어렵습니다. 형벌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인데 단순히 몸만 처벌하는 게 아니라 재산 몰수나 추징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마약범죄를 엄격하고 처벌하고 심지어 사형 선고시 즉시 집행과 공개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취하는데도 중국의 마약 범죄는 최근 몇년 동안 줄어들기는 커녕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중국 최고인민법원이 처음으로 발간한 마약범죄 백서를 보면 그 증가세가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인 숫자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국 최고인민법원 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 발생한 마약범죄는 534,884건입니다. 연도별 추이를 살펴보면 2012년에 7만6천300여건이었던 마약범죄가 2013년 9만5천2백여건으로 늘었고, 2014년엔 10만6천8백여건에 이어  2015년엔 13만9천여건으로 정점을 찍고, 지난해엔 11만7천6백여건이 발생했습니다. 작년에 조금 수치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말 그대로 폭발적인 증가세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기간 동안 재판에 넘겨져 재판에 넘겨져 처벌을 받은 사람은 543,355명인데, 이 중 11만9천여명이 5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5명 중 한 명이상이 5년 이상의 중형을 받았다는 얘기인데, 다른 범죄의 처벌 수위와 비교할 수 없는 형량입니다. 마약범죄는 중국에서 발생한 범죄 가운데 10.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12년에 7.7%였던 걸 감안하면, 중국에서 마약 범죄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마약범죄 발생 지역 가운데는 광둥성이 제일 골칫거리입니다. 이미 65만 명이 넘는 마약 중독자가 등록된 광둥성은 여전히 마약범죄 발생 건수가 다른 지역을 압도하는 수준입니다. 광둥성 다음을 홍콩과 마카오가 잇고 있습니다. 예전의 중국 마약범죄가 윈난성, 광시성 등 국경지역이나 연해 경제특구 지역 등에 집중되는 양상이었다면, 이젠 중국 전역 어디를 가릴 것도 없이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중국 인민법원의 판단입니다.

마약을 밀수하거나 제작하는 가장 기본적인 범죄도 늘어나고 있지만, 마약을 투약하고, 다른 사람에게 팔고, 다른 사람에게 마약 투약을 부추기는 범죄가 더 늘어나고 있다고 마약백서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중국내 마약소비 시장이 지속적으로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필로폰 마약
유통되는 마약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필로폰의 증가가 폭발적입니다. 전통적인 인기(?) 마약 헤로인을 넘어서 중국 대부분 지역에서 필로폰이 가장 주요한 마약이 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마약범죄 단속의 의지는 여전히 강력하지만, 덩달아 마약범죄도 더 지능화되고, 대담해지고, 심지어 더 과격하게 저항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고민입니다.

중국 정부는 올 가을에 예정된 제 19차 당대회 전까지 또 한번의 강력한 마약범죄 단속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마약 확산을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앞으로도 TV 뉴스에 마약범죄 단속 장면은 계속 끊이지 않을 거란 건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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