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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살인 폭염 급증…2100년, 서울 1년에 최대 67일 살인 폭염에 노출

[취재파일] 살인 폭염 급증…2100년, 서울 1년에 최대 67일 살인 폭염에 노출
오늘(22일)까지 꼭 1주일째 내륙지방을 중심으로 폭염 특보가 이어지고 있다. 대구와 광주 등 남부 내륙지역에는 폭염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 경보는 일 최고기온이 35℃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당연한 얘기지만 폭염 특보가 내려지는 것은 폭염으로 인해 재앙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6월 19일 현재까지 전국에서 더위로 인해 질병이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71명이다. 다행히도 아직 더위 때문에 사망한 사람은 없다. 50대 이상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열탈진이 35명으로 가장 많고 열사병 19명, 열경련 12명, 열실신 3명 순이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기상 재앙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것이 바로 폭염이다. 2016년 질병관리본부가 공식 집계한 온열질환자는 총 2,125명으로 사망자도 17명이나 됐다.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하지 않은 온열질환자와 폭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까지 포함할 경우 폭염으로 인한 피해는 이보다 훨씬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태풍이나 홍수, 번개, 폭설, 강풍 등 다른 기상 재해보다 피해가 훨씬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폭염 급증
현재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인적인 폭염에 노출돼 있고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살인적인 폭염은 얼마나 늘어날까? 또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기온과 습도가 어느 정도일 때부터 발생할까? 일반적으로 폭염으로 인한 피해는 기온이 높으면 높을수록 늘어나고 같은 온도라도 습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 늘어난다. 건식 사우나보다 습식 사우나에서 오래 머물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 하와이대학교(University of Hawaii at Manoa) 연구팀이 1980년부터 2014년까지 발표된 폭염 사망자 관련 논문 911편을 종합 분석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인용한 전 세계 36개국 164개 도시에서 발생한 폭염과 폭염으로 인해 초과 사망자가 발생한 '살인 폭염' 사례 783개를 분석했다.

2100년까지 진행될 지구온난화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5차 평가보고서 시나리오를 따랐다. IPCC 시나리오는 온실가스 감축을 당장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경우(RCP 2.6)와 저감 대책을 상당 부분 실행하는 경우(RCP 4.5), 저감 대책 없이 현재 추세대로 계속해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경우(RCP 8.5) 등이 있다. 각각의 시나리오별로 앞으로 살인 폭염이 어느 정도나 늘어날 것인지 분석한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당장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경우(RCP 2.6)는 산업화 이전에 비해 2100년 전 지구 평균 기온이 0.3~1.7℃ 상승하는 경우이고 RCP 4.6 시나리오는 1.1~2.6℃, RCP 8.5 시나리오는 2.6~4.8℃ 상승하는 경우다.

분석 결과 현재 전 세계 인구의 30% 정도가 적어도 일 년에 20일 이상 더위 때문에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는 폭염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상황은 지구온난화가 지속될수록 급격하게 늘어나 2100년에는 온실가스 감축을 당장 적극적으로 실행(RCP 2.6)하더라도 전 세계 인구의 48%가 적어도 20일 이상 살인 폭염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당장 온실가스를 감축하더라도 그동안 많이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에 앞으로 살인 폭염에 노출되는 날은 늘어난다는 것이다. 특히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고 지금처럼 계속해서 배출할 경우(RCP 8.5) 전 세계 인구의 74%가 1년에 20일 이상 살인 폭염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1년 중 살인 폭염에 노출되는 기간은 지역에 따라 그리고 시나리오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데 현재도 폭염이 심한 동남아시아와 인도, 중동지역, 아프리카 중부지역. 남아메리카 북부 같은 적도 지역에서 급격하게 늘어났고 중위도나 고위도로 올라갈수록 상대적으로 노출되는 일수는 줄었다.

대표적인 예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경우 온실가스를 당장 적극적으로 감축(RCP 2.6)하더라도 2100년에는 1년 중 256일 동안 살인 폭염에 노출되고 온실가스를 지금처럼 계속해서 배출할 경우(RCP 8.5)는 1년 365일 내내 살인 폭염에 노출될 것으로 예측됐다. 중위도 지역인 뉴욕의 경우 온실가스를 적극적으로 감축할 경우 1년에 4일 정도만 살인 폭염에 노출되는 반면 온실가스를 지금처럼 계속해서 배출할 경우는 1년 중 53일 동안 살인 폭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에 런던의 경우는 지금처럼 계속해서 온실가스를 배출해도 2100년에 살인 폭염에 노출되는 날이 없었고 파리의 경우는 단 6일로 예측됐다.
폭염 급증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대표적으로 서울의 경우 온실가스를 당장 적극적으로 감축하면 2100년에도 살인 폭염에 노출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저감대책을 상당 부분 실행하더라도 살인 폭염에 노출되는 날이 18일로 늘어나고 특히 저감대책 없이 현재 추세대로 계속해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1년 중 67일 동안 살인 폭염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됐다. 살인 폭염에 노출되는 일수는 2040년에는 5일 정도에서 2060년에는 25일 정도, 2080년에는 40일 정도, 2100년에는 67일까지 급증한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2100년에는 여름철에 2개월 이상 치명적인 폭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발생 가능성은 온도와 습도에 따라 달라졌는데 서울의 경우 기온이 30℃ 정도일 경우 습도가 50~60% 정도일 때부터 사망자가 발생하고 습도가 80~90%로 높아지면 30℃ 이하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기온이 35℃ 정도 높게 올라가더라도 습도가 30~40% 아래로 떨어질 경우 사망자 발생 가능성은 낮았다. 매년 질병관리본부에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신고되는 것과는 달리 논문에서는 2017년 현재 서울에서 살인 폭염에 노출되는 날은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 전 세계 지역별 살인 폭염 일수 보러 가기

물론 이 연구의 한계도 있다. 치명적인 살인 폭염은 단순히 기온과 습도뿐 아니라 에어컨 보급률이나 인구의 연령 분포, 빈부 격차 등 다양한 사회 경제적인 여건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 연구에서 사례를 선정한 기간인 1980~2014년이라는 기간이 짧을 가능성도 있고 분석한 사례가 중위도 지역에 집중되는 등 각 지역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한계도 있을 수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이산화탄소 관측소인 미국 하와이 마우나로아(Mauna Loa) 관측소의 6월 20일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는 408.36ppm이다. 산업혁명 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80ppm 정도였던 점을 고려하면 130여 년 만에 46%나 급증한 것이다.

온실가스 관측 기록만 봐서는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아보기 어렵다. 온실가스 감축은 전 세계가 같이 노력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배출 지역이 어디든 결과적으로는 전 세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1일 파리 기후변화 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현재 인류 앞에 놓인 것은 살인 폭염을 막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살인 폭염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최악의 살인 폭염'이냐 아니면 '최악'은 피할 수 있느냐 하는 것 뿐이다.

<참고문헌>

* Camilo Mora, Benedicte Dousset, Iain R. Caldwell, Farrah E. Powell, Rollan C. Geronimo, CoralBielecki, Chelsie W. W. Counsell, Bonnie S. Dietrich, Emily T. Johnston, Leo V. Louis, Matthew P. Lucas, Marie M. McKenzie, Alessandra G. Shea, Han Tseng, Thomas W. Giambelluca, Lisa R. Leon, Ed Hawkins, Clay Trauernicht, 2017; Global risk of deadly heat. Nature Climate Change, DOI:10.1038/NCLIMATE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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