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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다양성 충돌 속 트럼프-IT 기업 총수 '2차 테크 서밋'

"갈등은 갈등, 협력은 협력"…CNN "IT 대기업, 정부와 관계 단절 어려워"
트럼프 "낙후된 정부 전산망 전면 개혁 착수 도와 달라"
팀 쿡 "학교에서 코딩 교육 필수로 가르쳐야"

SBS뉴스

작성 2017.06.20 16:50 조회 재생수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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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안 해준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사람이 아니다."

팀 쿡 애플 CEO가 최근 블룸버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실리콘 밸리의 갈등은 해묵은 것이다.

진보자유 성향인 실리콘밸리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에게 선거자금을 기부한 사람은 실리콘 밸리의 '이단아'로 불리는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

트럼프 취임 후에는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반발로 실리콘 밸리 IT 기업 총수들이 집단으로 미 연방법원에 법정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오늘의 실리콘 밸리는 우수한 이민자들이 만든 것이나 다름없는데 이민을 억누르려는 것은 실리콘 밸리의 실질적 이해 및 다양성을 추구하는 실리콘 밸리 정신과 상충한다는 것이었다.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하자, 실리콘 밸리 IT 업계는 일제히 "우리는 앞으로도 기후변화를 믿고 그 위험성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는 공개 성명을 냈다.

'화장실 법'으로 불리는 LGBT(성 소수자) 차별 정책에 대해서도 애플과 구글 등 IT거인들은 공개서한을 통해 반발한 바 있다.

이런 와중에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팀 쿡 애플 CEO, 에릭 슈밋 구글 창업자 겸 알파벳 CEO, 제프 베저스 아마존 CEO, 사피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등 실리콘 밸리 거물들과 트럼프 대통령 간 2차 '테크 서밋'이 열렸다.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시절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의 가진 첫 만남 이후 6개월여 만에 열린 회동이다.

이 자리는 낙후된 정부 전산망을 개혁하기 위해 만들어진 미국혁신위원회의 출범식을 겸한 자리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최고 실세로 불리는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쿡 CEO의 블룸버그 인터뷰는 "분명히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서로 같은 페이지에 있지 않다"며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서로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 읽힌다.

트럼프와 실리콘 밸리 간에는 명백한 갈등 전선이 형성돼 있지만,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곳도 있다.

트럼프의 세제 개혁안에는 현행 법인세율을 35%에서 15%로 낮추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이는 실리콘 밸리 IT 대기업들이 해외에 보관하고 있는 현금을 본국으로 송환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다.

또 트럼프의 반규제 정책에는 실리콘 밸리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서로의 지향점이 달라서 발생한 갈등은 갈등대로 두고, 서로 이해를 같이하는 부분은 손을 잡고 간다는 것이 쿡 CEO를 비롯한 실리콘 밸리 거인들의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입장인 듯 보인다.

CNN 방송은 "대부분의 IT 기업들에는 미국 정부와의 완전한 단절이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연방정부는 어떤 IT 기업의 최대 고객인 경우도 있고 무엇보다 잠재적인 규제 권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리콘 밸리의 한 소식통은 CNN에 "트럼프 행정부와 IT 회사들은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겠지만, 정부 현대와 같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사업은 계속될 것"이라며 "'빌어먹을(Fuck you)'이라고 말하고 싶은 유혹이 강하겠지만, 그건 쉽게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회동 참석자 명단에 최근 파리협정 탈퇴 선언 직후 트럼프 행정부 경제자문위원직을 사퇴한 일론 머스크의 이름은 없었다.

또 초대받은 5대 IT 대기업 가운데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일정 충돌'을 이유로 불참했다.

이날 2차 테크 서밋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는 민간기업의 기술 수준을 빨리 따라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방정부는 56년 전의 낡은 데이터 시스템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고, 심지어 국방부는 아직도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지금껏 없었던 방식으로 민간분야의 창의성을 공공 서비스에 제공하려 한다"며 실리콘 밸리의 협조를 당부했다.

쿡 애플 CEO가 이날 회의에서 이민자, 암호화 등의 사안을 의제에 올릴 계획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실제 비공개회의에서 그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자세히 확인되지는 않았다.

애플 측은 FBI의 테러용의자 아이폰 해독과 관련 충돌을 빚은 바 있다.

FBI는 애플이 암호화된 아이폰에 접근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길 원했지만, 애플 측은 "사용자 보안에 해를 끼치는 나쁜 선례를 만들 수 있다"며 거부했고, 심지어 쿡 CEO는 이를 "암과 동등한 소프트웨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쿡 CEO의 발언 중에는 미 정부가 최신식 장비를 갖춰야 마땅하나 "현재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 포함됐다고 USA 투데이 등 외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대로 정부의 기술을 민간 영역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장비부터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쿡 CEO는 또 학교에서 컴퓨터 코딩을 필수과목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제언했으며 베저스 아마존 CEO도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기계학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거든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