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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 사진 한 장에 담긴 현실적 무게…전시 '가족 보고서'

[FunFun 문화현장]

<앵커>

이어서 문화현장입니다. 오늘(20일)은 볼만한 전시를 소개해 드립니다.

권애리 기자입니다.

<기자>

['가족 보고서' / ~7월 9일까지 / 경기도미술관]

아이들의 목을 둘러싼 건 풍성한 꽃다발과 형형색색 조립장난감이지만, 엄마의 얼굴은 현실에서 날아가고 싶은 열망을 상징하는 흑백의 새 깃털로 가려져 있습니다.

아빠의 목을 휘감은 것도 끝없는 가사노동을 의미하는 검은 고무장갑입니다.

작가의 가족을 담은 사진 한 장에 출산과 육아, 가족을 꾸린다는 것의 현실적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14팀의 국내외 작가들이 참여한 전시 '가족 보고서'는 사회 변화 속에 형태는 급변하고 있지만, 누구의 삶에든 변함없이 가장 큰 흔적을 남기고 있는 공동체, 가족에 대한 다양한 의문과 답을 담았습니다.

핏줄이 섞이지 않은 타인을,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아끼는 사람들이 그려지는가 하면, 생부에 대한 기억이라곤 어려서 몇 번 함께 했던 낙서의 추억, 뿐인 작가의 과거도 드러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계모와 벌인 유산 관련 소송 때 쌓인 문서 꾸러미를 그대로 전시한 작품에서는 작가의 내적 갈등이 전해집니다.

[김지희/경기도미술관 학예사 : 이번에 출품한 작품들을 보면, 대부분 작가가 스스로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화가를 꿈꿨던 아버지와의 공동작업 과정을 기록한 비디오 전시물, 어머니가 강조한 삶의 가치인 '신념' 같은 글자들을 360도 돌린 모양으로 도자기를 만들어 전시하고, 이 도자기들에 어머니가 만든 음식을 담아 함께 식사한 시간을 다시 기록한 비디오 전시물 등도 가족의 역사를 깊이 파고듭니다.

관객들에게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고, 그 답변으로 작품을 만든 코너도 발길을 오래 붙잡습니다.

작가와 관객 모두 깊이 이입할 수밖에 없는 주제를 다룬 현대미술 작품들이 쉽게 가시지 않을, 진한 잔상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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