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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 관람 중 사망한 노인, 아내와 사별한 지 3일 만에 숨져

SBS뉴스

작성 2017.06.20 08:37 조회 재생수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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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후에 골프 약속이 있는데 갈지, 못 갈지 아직 결정을 못 해서요."

골프와 관련된 유머 중에 아내와 사별한 남편의 이야기는 '단골 메뉴'다.

아내를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고 장지로 가면서 남편이 영구차 뒤에 골프백을 싣자 조문객들이 '부인이 골프를 많이 좋아하셨나 보네요. 마지막 가는 길에 이렇게까지 챙겨주시다니'라고 말했다.

그에 대한 남편의 답변이 "무슨 소리에요. 오후 골프 약속 때문에 제 골프백을 챙긴 건데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19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에서 끝난 제117회 US오픈 골프대회 도중에는 관람객 한 명이 갑자기 숨져 주위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대회 이틀째인 17일에 사고가 났는데 당시에는 '94세 남성이 사망했으며 사망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정도로만 알려졌다.

지역 신문인 밀워키 위스콘신 저널 센티넬은 대회가 끝난 뒤 이 남성의 사연에 대해 더 알아봤다.

이 남성은 올해 94세인 마셜 제이컵스로 한국 전쟁에도 참전했던 군인 출신이다.

90세를 넘긴 2년 전까지 직접 골프를 칠 정도로 건강한 편이었으나 올해 1월 허리 쪽을 다쳐 쇠약해졌다는 것이다.

스티브 스트리커(미국)를 가장 좋아한다는 제이컵스는 이날 아들 빌과 함께 대회장을 찾았다.

그는 2010년에 이 대회가 밀워키 인근에서 열리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아들에게 "내가 그때까지 살아있다면 꼭 직접 보러 가고 싶다"고 말했다.

6번 홀 그린 주위에 있던 이들은 스트리커가 파 퍼트에 성공하는 장면을 보고 나서 아버지가 쓰러졌고 결국 끝내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이들 가족에게는 그 주에만 닥친 두 번째 불행이었다.

바로 사흘 전인 14일에는 제이컵스의 아내 루실이 세상을 떠났다.

올해 88세인 루실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온하게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컵스는 2000년대까지 밀워키 지역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그레이터 밀워키오픈 진행요원으로 참석하는 등 골프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손자, 손녀가 태어나자 아이들을 위해 미니 골프 코스를 지어주기도 했다.

이들 부부의 딸인 패티는 지역 매체와 인터뷰에서 "어머니도 아버지를 따라 골프장에 다니며 골프를 배우는 것을 좋아하셨다"며 "아마 남편을 골프에 뺏긴 '골프 과부'가 되고 싶지 않아서 그러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골프협회(USGA)로부터 사연을 전해 들은 스트리커는 유가족들을 위해 친필 사인을 건넸고 유가족들은 이번 주 열리는 합동 장례식에 이 사인을 게시할 예정이다.

우리 정서로는 아내와 사별한 지 사흘 만에 골프 구경을 간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유족들은 부모의 뜻을 존중했다.

딸 패티는 "아빠는 엄마와 우리 가족들을 사랑하셨다"고 감쌌고 아들 빌은 "아마 하느님이 아버지에게 '아내와 다시 하늘에서 만나게 해주겠다. 너는 이곳에 더 머물기를 원하지 않는 것 같구나'라고 하셨을 것"이라고 부모의 영면을 기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