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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민단체 학자 출신 각료, 이랬으면 좋겠다

관찰자와 참여자는 다르다…현실은 '초원' 아닌 '정글'

[칼럼] 시민단체 학자 출신 각료, 이랬으면 좋겠다
문재인 정부의 내각 인선이 거의 마무리됐다. 주요 인사들의 적정성 여부를 두고 청문회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문 대통령은 뜻을 관철시켰다.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개혁의지를 확고히 드러낸 것이다.

개혁의지는 시민단체 출신이 20% 가량으로 그 어느 정권보다 압도적이란 데서도 드러난다. 또 교수출신들도 많다. 현재에 안주하려는 성향을 지닌 내부 인사로는 개혁이 어렵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시민단체 정권이다,” “통합의 정치를 배반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지만, 80%를 훌쩍 넘는 역대 최고의 대통령 지지율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온 국민의 열망을 담고 있기에, 비평과 비난의 예봉은 무뎌질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보수는 안정을, 진보는 변화를 지향한다. 그런 측면에서 시민단체, 특히 촛불집회의 중추를 담당했던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들이 새 정부의 개혁과정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거란 예상이 많았다. 그리고 실제로 그 예상을 훌쩍 넘어설 정도로 많은 자리에 중용됐다.

시민단체와 교수들의 속성은 가치지향이다. 그 가치에는 이념도 당연히 녹아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념적 가치에 부합하는 이상을 꿈꾼다. 그들은 예리한 관찰자로서 끊임없이 현실을 자극하고, 자신들의 이상에 맞게끔 사회변화를 유도한다. 정치인과 기업인들은 그런 자극을 받아 잘못된 점을 개선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은 숭고하지만 현실은 사나운 전쟁터다. 이념적 가치는 분명한 목적이 될 수 있지만, 그 목적으로 가는 길에는 돌부리와 진흙탕과 날카로운 가시가 널려있다.

그러기에 현실에 자극을 주고 일정한 방향성을 독려하는 관찰자와, 직접 그 현실에 뛰어들어 현실을 조율하고 바꿔나가는 참여자는 그 역할과 업무압박이 천양지차다.

기자들이 정부 부처를 오랫동안 출입하다보면, 명망 있는 교수의 화려한 입각과 초라한 퇴장을 수없이 목격하게 된다.

그들은 자신의 학문과 이론을 현실에서 펼쳐보겠다며 힘찬 발걸음을 내딛지만, 멀리 떨어진 관찰자일 땐 보지 못했던 수많은 난관에 이리 채이고 저리 채여 만신창이가 되고 중도 탈락하고 만다.

화려한 명성의 경영컨설턴트나 전문 강연자에게 실제 기업 경영을 맡기면 죽 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현실 정치나 행정에서 너무 이론적이고 가치지향적인 사고를 갖고는 살아남기가 힘들다. 그곳은 착한 양이나 토끼들이 노니는 평화로운 초원이 아니다. 삶과 죽음이 ‘한 발짝’ 걸음에 달려있는 무서운 정글이다.

철인 정치가였던 플라톤이나 도학정치를 외쳤던 조광조가 훌륭한 정치철학을 갖고도 현실정치에서 핍박을 당하고 죽음에 이른 것도 이상과 현실은 전혀 다른 세계이기 때문이다.

교수나 시민운동가 출신 장차관들은 이상의 언덕에서 진흙탕의 바닥으로 내려와야 한다. 고매한 덕과 원대한 이상만 갖고는 정글에서 양 무리들을 안전하게 초원으로 이끌 수는 없다.

안으로는 기업과 노조와 이해집단을, 밖으로는 온갖 이해로 얽힌 강대국들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들의 지도자들을, 더불어 변함없는 골칫덩이 북한을 상대할 때는, 이론가나 이상론자보다는 현실 파악력이 뛰어난 모략가가 필요하다.

이상만 갖고 펼친 정치가 성공했다면, 수많은 역사의 비극은 없었을 테고 지금쯤 전 세계는 유토피아가 돼 있을 것이다.

다행이 이번에 임용된 시민단체와 교수 출신들 중에는 사회전반에서 치열하게 현장을 경험한 이들이 많다. 그런 만큼 과거의 전철을 답습하는 비용을 치르지 않고,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개혁을 이루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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