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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북한인지 외세인지 선택하라"…북한의 무리한 욕심

안정식 기자 cs7922@sbs.co.kr

작성 2017.06.15 08:26 조회 재생수7,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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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북한인지 외세인지 선택하라"…북한의 무리한 욕심
북한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발표하며 대남 관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북한에서 대남관계를 담당하는 기구이고, ‘성명’이라는 형식은 그 기관의 의사표현 방식 중 최고 수위를 나타내는 것인 만큼, 문재인 정부 출범 한 달을 지켜 본 북한의 공식적인 입장이 정리돼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 北 조평통, "자주냐 외세추종이냐"
 
북한은 조평통 성명에서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며 “남조선 당국은 자주냐 외세추종이냐, 우리민족끼리냐 한미동맹이냐 하는 중대기로에서 올바른 결심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조선 집권자가 진실로 촛불민심의 대변자라면...... 민족자주와 인연이 없는 주접스럽고 가긍한 노릇부터 그만둘 용단을 내려야 마땅할 것”이라며, 제재와 대화, 압박과 접촉을 병행하며 “관계개선을 운운하는 것은...... 어리석은 추태”라고 비난했다.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기조를 유지하면서 남북관계를 유연하게 풀어가겠다고 한 데 대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북한은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지난 한 달간의 행보를 비판했다. “집권 첫날부터 온당치 못한 언행을 일삼으며 벌써부터 북남관계의 전도를 심히 흐려놓고 있다”며 “특사외교니 전화외교니 하고 (강대국의) 비위를 맞추는데 급급하는가 하면 한미동맹 강화를 매일같이 부르짖으며 목숨이 간들거리는 백악관 주인을 찾아가 눈도장이나 찍을 구차스러운 행각준비에 만사를 제쳐놓고 허둥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더 나아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겉뚜껑만 달리하였을 뿐 내용에 있어서는 과거 정권이 추구한 대결정책의 복사판”이라며,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기피하고 몇몇 민간단체들이나 오고 가며 과거와 무엇인가 달라졌다는 냄새나 피워보자는 것이 (북한의 뜻이) 아니”라고 밝혔다. “지금 남조선 당국은 우리(북한)와 대담하게 손잡고 북남관계를 풀어나감으로써 민족사에 긍지로운 자욱을 남기느냐 아니면 외세의 눈치를 보며 주저하고 망설이다 선임자들의 비참한 전철을 밟느냐 하는 운명적 갈림길에 서 있다”고 주장했다.
 
● 문재인 정부 기선제압용 '밀고당기기'
 
문재인 정부 한 달을 맞아 내놓은 북한의 이같은 공식 입장은 우리 정부가 바라는 ‘제재 기조 속의 소규모 교류’ 방침에 북한이 순순히 응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민간교류 재개 정도의 작은 떡밥을 무는 것이 아니라, 보다 큰 규모의 카드를 내놓도록 새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고 있는 만큼 북한으로서는 좀 더 자세를 뻣뻣이 한 채 새 정부가 어디까지 끌려올 것인지 지켜보자는 생각도 있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볼 때, 북한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문재인 정부와의 접촉을 앞두고 기선을 제압하려는 전형적인 ‘밀고당기기’의 형태로 보이지만, 남북관계 개선에 무게를 두는 문재인 정부를 잘 설득하면 북한의 핵개발을 묵인한 채 관계 진전이 이뤄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북한의 무리한 욕심도 엿보이는 듯하다. 새 정부 출범 한 달만에 “운명적 갈림길에 서 있다”며 북한과 외세 중에 선택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역으로 보면 새 정부에 대해 박근혜 정부 때와는 다른 기대감을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도 우리 정부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는 북한 정권을 옹호하고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탈피할 수 있으리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오산이다. 김정은 정권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기에 앞서 바로 우리 안보에 대한 위협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남한에서의 정권 교체를 계기로 고립에서 탈피하기를 원한다면 우리 정부를 북쪽으로 끌어들이려 할 것이 아니라 핵과 미사일 개발의 페달을 그만 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