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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준혁 "연극할 때 연봉 100만 원…출연료 천원 받은 적도"

SBS뉴스

작성 2017.06.14 11:36 조회 재생수11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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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준혁(45)은 ‘연봉 100만 원’의 가난한 연극배우였다. 배우로서 대중적 사랑을 받은 전성기는 마흔 넘어 찾아왔다. 그는 지난해 SBS ‘육룡이 나르샤’, KBS ‘구르미 그린 달빛’ 등 화제작에 출연한 데 이어 최근 MBC ‘역적’, ‘아버지가 이상해’에 출연했고, 인기배우의 척도라는 예능프로그램 채널A ‘아빠 본색’에도 출연하고 있다.

원래 그의 꿈은 영화감독이었다. 이준혁의 아버지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오가던 운전수였다. 아버지는 틈만 나면 어린 이준혁의 작은 손을 잡고 영화관을 찾았다. 그는 자연스레 영화감독 지망생으로 컸다. 배우의 꿈이 찾아온 건 군대를 다녀온 뒤였다. 다니던 영화사가 망해 문을 닫고 “감독은 세상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며 들어간 극단 ‘백수광부’가 평생 배우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됐다. 

“무대 조명이라는 게요. 미쳐요. 못 빠져나가요, 조명 한번 받으면요.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시작하니까 ‘와, 이런 신세계가 있나’ 싶더라고요. 매직이에요, 매직. 생각해보세요. 혜화동 뒷골목의 어느 작은 연극 무대인데도, 원하면 그곳을 하늘로, 바다로, 덴마크로 만들어주잖아요.”

외모만 보면, 그는 배우보다 감독에 더 어울리긴 한다. 스스로도 “타고나진 않았다.”고 말했다. 남배우치고 얇은 목소리 톤으로는 평생 가도 ‘햄릿’은 못할 것 같았다. 딕션(전달력)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준혁은 ‘매직’처럼 연극에 빠져들었고, 극단에서 평생의 반려자인 부인도 만났다.

“연극하면서 연봉이 100만원쯤 됐을 거예요. 월급 아니고 연봉이.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쓰며 하는 게 연극이었죠. 가장 낮은 페이를 받았던 건 ‘천원’이었어요. 연극에서 객석이 꽉 차면 매진사례라는 걸 하는데, 봉투 하나를 탁 주더라고요. 얼만가 보니 1000원이더라고요. 화가 났어요. 차라리 봉투 빼고 봉투값 얹어서 1200원으로라도 주지(웃음)” 
이미지물러설 곳이 없었기에 더 치열하게 빠져들었던 걸까. 이준혁은 생계를 위해 안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었다. 건설현장 일용직은 물론, 실내 경마장 앞에서 사인펜과 경마예상지를 판매하거나 백화점 보안요원이나 동물원에서 직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1000개 가까운 아르바이트를 했다. 보조출연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었는데 “첫날 간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주인공 동선 가린다고 감독에게 ‘디지게’ 욕만 먹었다.”고 이준혁은 회상했다. 

그에게 터닝포인트가 된 건 바로 ‘마임’이었다. 프랑스에서 마임을 공부하고 온 한예종 남긍호 교수를 스승으로 만나게 된 게 결정적이었다. 지금보다 훨씬 더 퉁퉁한 체격이었다는 이준혁이 “남긍호 교수의 문하생으로 들어가겠다.”고 선언하자, 극단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차라리 씨름을 배워, 준혁아.”

거짓말처럼 그의 인생은 ‘마임’으로 바뀌었다. 그는 한불수교를 기념해 국비로 ‘마임의 고장’ 프랑스로 건너가 극단생활을 1년 정도 했다. 돌아온 그는 이정재, 이영애 주연의 영화 ‘선물’에서 이정재의 마임 연기를 연출하며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예종 강단에도 섰다. 희극인 엘리트 코스로 불리는 한예종에서 연기를 전공한 적 없는, 고졸 출신 그가 강의를 하는 일은 파격이었다. ‘한예종의 전설’이 그렇게 또 하나 만들어졌다.

이준혁은 영화 ‘과속스캔들’ 단역 사진사 역을 시작으로 상업영화를 시작했다. 무명시절 ‘한창 단역을 함께 경쟁을 했던’ 라미란과의 경우와 비슷했다. 작은 배역이어도 왠지 잊히지 않았다. 연극 무대와 마임으로 다져온 연기 내공은, 아무리 작은 장면이라도 관객들의 매서운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미지다양한 영화로 주목받았지만 의외로 독립영화 ‘애니멀타운’ 속 이준혁을 기억하는 관객들도 많다. 짐승 같은 세상 속 어느 범죄자의 강렬하고 비릿한 모습을 연기한 이준혁에게 몇몇 관객들은 ‘연기의 신’이라는 극찬도 아끼지 않았다. 이후 ‘구르미 그린 달빛’, ‘육룡이 나르샤’ 등 유명 드라마에서 보여준 평범한 듯 절대로 평범하지 않은 연기는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지난해 KBS 연기대상 조연상을 받기도 했다.

“연기술이라고 할까요, 저는 그런 건 잘 모르겠어요. 그 상황을 믿어요. 사실로 받아들여요. 배우 김명민 님 같은 경우는 캐릭터로 다가가는 스타일 같고요. 송강호 선배님 경우는 본인이 캐릭터를 끌고 가는 경우 같아요. 그건 선택의 문제이자 선후의 문제지, 옳고 그름은 아니잖아요. 저는 조금씩 그 중간의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물론, 한 가정의 가장인 연기자에게 ‘실험’이란 사치죠. 언제 또 잊힐지 모르는데(웃음)”

이준혁이 식당에서 “요즘 잘 보고 있어.”란 말을 들을 정도 인지도를 쌓는데 20년이란 시간이 걸린 셈이다. 집 없는 설움과 자녀 3명을 둔 가장의 무거운 어깨가 조금씩 가벼워지기 시작한 게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연봉으로 따지면 100배 넘게 올랐지만, 그는 여전히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 배우는 왜 이렇게 많은 건가요.(웃음) 응애 하면서부터 연기했던 것처럼 잘하는 어린 배우들도 너무 많아요. 게다가 ‘아버지가 이상해’를 함께 하는 연기자 선배님들은 거의 ‘연기의 신’이에요. 김해숙 선배님은 대사 한번 하시면, 울림이 있어요. 대사를 토하는 게 아니라 시간과 역사를 토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그런 연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미지그래서일까. 이준혁은 스스로 되고 싶은 배우 유형으로 ‘장수하는 배우’를 꼽았다.

“누구나 로버트 드니로가 되고 싶고, 송강호가 되고 싶지 않을까요. 오래 할 수 있는 배우는 다 가진 거예요. 연기력은 물론이고, 자기관리도 하는 거고, 관객들이 꾸준히 잊지 않고 계속 보고 싶어 한다는 거니까요. 잊혀지지 않는 배우가 되는 게 제 목표이자 꿈입니다.”

사진=영화 스틸컷 및 방송캡처 

(SBS funE 강경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