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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각본(?)대로 됐던 '축구종가의 우승'

주영민 기자 naga@sbs.co.kr

작성 2017.06.13 17:44 조회 재생수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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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각본(?)대로 됐던 축구종가의 우승
2017 FIFA U-20 월드컵에서 ‘축구종가’ 잉글랜드가 ‘기적의 팀‘ 베네수엘라의 돌풍을 잠재우고 정상에 올랐습니다. 잉글랜드는 만년 우승 후보로 꼽히지만, 지금까지 FIFA 주관대회에서 거둔 업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역대 성인 월드컵 무대에서는 1966년 자국에서 열린 대회 우승을 포함해 4강에 오른 적이 두 번뿐이고 1977년 세계청소년선수권으로 시작된 U-20 월드컵에서는 1993년 3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었습니다.

이번 대회를 앞둔 잉글랜드에 거는 기대도 크지 않았습니다.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 예선을 겸해 치러진 지난해 U-19 유럽 선수권에서 4강에 진출하며 월드컵 티켓을 따냈지만, 준결승에서 이탈리아에게 패하며 강한 인상을 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잉글랜드의 우승’을 점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지만, 이번 ‘잉글랜드의 우승’은 마치 ‘각본이 있는 듯’ 했습니다. 조별리그 1차전부터 상황은 잉글랜드를 위해 톱니바퀴처럼 돌아갔습니다.

● 첫 도입된 비디오판독 (VAR)…최대 수혜자는 잉글랜드

잉글랜드는 한국과 기니, 아르헨티나와 ‘죽음의 A조’에 편성됐습니다. 첫 상대부터 ‘강적‘ 아르헨티나를 만났습니다. 잉글랜드는 전체적으로 아르헨티나에게 밀리면서도 빠른 역습으로 먼저 두 골을 뽑아냈습니다. 하지만 리드는 불안했습니다. 슈팅수에서 22대 7로 밀리는 상황이었습니다. 힘겹게 아르헨티나의 공세를 막아내던 잉글랜드는 후반 33분 나온 비디오판독과 함께 승부를 갈랐습니다.
비디오판독에 딱 걸린 아르헨티나 마르티네스아르헨티나가 공격을 더 강화하기 위해 투입한 골잡이 마르티네스가 비디오판독 끝에 퇴장을 당한 겁니다. 당초 주심은 이 반칙을 보지 못했지만, 비디오판독센터에서 마르티네스가 팔꿈치로 상대를 가격했다는 걸 밝혀내면서 상황은 급반전 됐습니다. 남미예선에서 5골을 뽑아낸 마르티네스의 퇴장으로 아르헨티나는 공격력이 무뎌졌고, 잉글랜드가 역시 역습으로 페널티킥 골까지 추가하며 3대 0 대승을 완성한 겁니다.

2차전에서 기니와 1대 1로 비긴 잉글랜드는 한국과 3차전에서도 총력전을 펼쳤습니다. 반면 2연승으로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한 한국은 이승우와 백승호를 빼고 1.5군으로 나섰습니다. 결과는 잉글랜드의 1대 0 승리. 잉글랜드는 A조 1위에 오르면서 그야말로 꽃길을 걷게 됩니다.
코스타리카 슈팅은 오프사이드 위치의 선수 발에 맞고 들어가 무효가 된다16강에서도 잉글랜드는 ‘비디오판독’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상대팀 코스타리카보다 하루를 더 쉬면서 재충전한 잉글랜드는 선제골을 뽑아내며 기세를 올리다가 후반 5분 만에 일격을 당했습니다. 상대의 중거리 슈팅이 수비숲을 뚫고 골망을 흔든 겁니다. 주심은 골을 선언했고 동점이 되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잠시후 비디오판독 결과 이 슈팅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던 코스타리카 선수 다리를 스치고 골문 안으로 빨려든 것이 확인 됐고, 골은 무효로 선언됐습니다. 결국 잉글랜드는 코스타리카를 2대 1로 꺾고 8강에 진출합니다. 이번 대회에 처음 도입된 ‘비디오판독‘은 잉글랜드를 위해 큰 역할을 했습니다. 

● 연장전 없는 잉글랜드, 지친 상대를 만나다!

만일 ‘비디오판독‘이 없었다면 잉글랜드는 코스타리카와 2대 2로 비겨 연장 혈투를 펼쳐야 했을 겁니다. 또 이긴다는 보장도 없었겠죠. 16강에서 C조 3위였던 코스타리카를 힘겹게 누르고 8강 티켓을 따낸 잉글랜드는 이후 결승전까지 연장전 한 번 치르지 않고 승승장구합니다. 반면 잉글랜드의 상대팀들은 연장 혈투로 지친 상태에서 올라오게 됩니다.
지친 이탈리아를 격침 시킨 잉글랜드잉글랜드는 4강에서 강적 이탈리아와 만납니다. 이탈리아는 유럽예선에서 잉글랜드를 2대 1로 꺾었던 강팀으로 16강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프랑스를 3대 1로 완파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탈리아는 바로 직전 8강전에서 잠비아와 연장 혈투를 치르며 체력이 소진된 상태였습니다. 그것도 전반 43분 만에 수비수 페첼라가 퇴장당한 뒤 10명이 뛰면서 연장전까지 3골을 넣고 역전승을 거뒀으니 잃은 것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잉글랜드는 전반 이탈리아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들어 지쳐가는 이탈리아의 빗장수비를 무너뜨리며 3골을 몰아쳐 가볍게 결승에 진출합니다.

결승 상대인 베네수엘라는 16강부터 3경기 연속 연장 승부를 펼치며 체력이 소진된 상태였습니다. 아무리 전승 행진을 달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고 해도,고통받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하겠다는 확실한 목표 의식이 있었다고 해도 ‘지친’ 베네수엘라는 ‘쌩쌩한’ 잉글랜드를 상대하기가 버거웠습니다. 여기에 잉글랜드에게 운까지 따랐습니다. 잉글랜드는 전반 25분 베네수엘라가 날린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맞고 튀는 아찔한 위기를 넘겼고, 후반 골키퍼 선방으로 페널티킥 위기까지 넘기며 마침내 피언 자리에 올랐습니다.

196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우승 이후 51년 만에 FIFA 주관대회에서 정상에 오르기까지 잉글랜드의 우승을 위한 각본은 마치 짜여진 듯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