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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레알 마드리드 전설' 슈틸리케 감독과 바르사 이승우는 함께 할 수 있을까

이정찬 기자 jaycee@sbs.co.kr

작성 2017.06.12 16:13 수정 2017.06.12 16:18 조회 재생수1,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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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님께서 레알 마드리드 출신이라 저를 안 뽑으시는 걸까요?"


이 당돌한 농담, 역시 이승우입니다. 태극마크를 달고 2015년 칠레 17세 이하 월드컵, 2017년 대한민국 20세 이하 월드컵을 뛰었으니 이제 A대표팀 차례랍니다. 그런데 19살 이승우는 자신이 아직 A대표팀 부름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라이벌 관계 탓이라는 '발칙한' 상상을 한 겁니다.

A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215경기를 뛰며 3차례 라리가 정상에 선 전설입니다. 이승우가 유소년 선수로서 몸을 담고 있는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사이는 '전통의 라이벌'이라는 표현으론 설명이 부족할 정도지요.
이승우 선수
물론 웃자고 한 농담에 죽자고 달려들진 마시길. 굳이 '20세 대표팀과 A대표팀은 천지차이다' '바르셀로나 1군 데뷔전부터 치르고 얘기하라'는 팩트 폭행도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실패와 좌절을 반복하더라도 스무 살 무렵의 그것은 위로와 격려할 것이지, 날카로운 비판과 질책을 할 대상이 아닐 테니까요.

● 19살 소년의 이승우, A대표팀 열망

이 발칙한 농담에는 A대표팀, 성인 월드컵을 향한 열망이 녹아있습니다. 붉은색 대표팀 유니폼을 벗은 지 열흘, 이승우는 20세 월드컵 16강전이 끝난 뒤 다른 팀 경기를 일부러 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이 있을 자리에 다른 팀들이 있으니까 아쉬운 생각이 자꾸 떠오르고, 못 보겠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시간으로 8일 새벽 2시에 열린 A대표팀과 이라크 경기는 밤을 새워 다 봤다고 합니다.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언제 한 번 TV 속 형들이랑, 대한민국의 최고의 선수들이랑 뛰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물론 조금 이른 생각이라는 점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습니다.

"당장 시합은 안 뛰어도 형들과 함께 하는 좋은 분위기나 환경을 느껴보고 싶어요.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들이기 때문에 함께 훈련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일이고,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차범근 20세 월드컵 조직위 부위원장도 최근 같은 생각을 드러냈습니다. 차 부위원장은 최근 이승우와 함께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대한축구협회 차원에서 이승우 같은 유망주들을 10대라도 성인 대표팀에 발탁해 경기력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독일을 비롯해 유럽에서는 10대 후반의 유망주들을 번갈아가며 A대표팀에 합류시켜 선배들의 훈련 및 컨디션 관리 방법을 배우게 하는 시스템이 일반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차두리 전 전력분석관은 동의하면서도 "대표팀 선수 발탁과 운영은 감독의 철학이자 고유 권한이고, 특히 지금은 월드컵 최종예선 기간 중인 만큼 어린 선수를 뽑자는 논의 자체가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경계했습니다. 

의견을 절충해보자면 슈틸리케 감독이 수요일 카타르전 화끈한 승리로 여유를 찾고, 경우에 따라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을 조기에 확정하면 그 뒤에는 현실적으로 고려해볼 만할 듯합니다. 슈틸리케 감독의 오랜 절친,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이 그랬듯 레알 마드리드 출신 사령탑이 바르셀로나 선수들을 품어 팀 전력을 극대화하는 모습도 기대해 볼 수 있겠죠.

● 이승우, 월드컵 우승을 꿈꾼다

이승우의 욕심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스스로 "태극마크를 달고 이루고 싶은 욕심이 많다"고 인정했습니다. 17세 월드컵에 이어 20세 월드컵에서도 여정은 16강에서 멈춰 섰지만 이승우는 늘 우승을 꿈꿨습니다. 6번 이겨, 수원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싶다며 머리에 S와 W를 새겨 넣기도 했죠.
이승우가 머리에 새긴 SW
"16강에서 끝나 너무 가슴이 아프지만 패배를 인정해야 더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선수들과 더 높은 곳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어요. 다음 23세 이하 도쿄올림픽도 있고, 23세 이하 아시안게임도 있죠. 더욱 잘 준비해서 이제는 정말 우승을 해보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기념 사진 촬영을 위한 성안 월드컵 우승트로피가 보였습니다. 이승우가 물끄러미 트로피를 보고 있더군요. 그래서 물었습니다.이승우와 월드컵 트로피- 보니까 어때요?
"들어보고 싶네요."

- 들어봐요 그럼.
"아뇨, 가짜 말고 진짜로."

그는 끝내 모조품에는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지금 A대표팀에 흥민이 형이나 성용이 형처럼 좋은 형들이 많잖아요. 형들이랑 대한민국 대표로 나가서 아시안게임이든, 올림픽이든, 또 월드컵이든 다 우승해보고 싶어요. 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월드컵 우승이라니, 허황될 정도로 당돌한 답입니다. 그러면서 현실적인 대답도 덧붙입니다.

"그 전에 제가 A대표팀에 일단 뽑혀야겠죠. 그리고 그에 앞서 바르셀로나 1군 데뷔전을 치러야겠죠. 빨리 데뷔전을 치러서 대한민국 축구팬들에게 즐거움을 드리고 싶어요."

넘어야 할 산이 많고,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19살 꿈 많은 청년 덕분에 저도 대한민국이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행복한 상상을 잠시 해보았습니다.